[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해태음료가 음료가 아닌 일반의약품 시장으로의 진출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태음료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잇몸질환 관련 의약품으로 일반의약품 승인을 받았다. 이는 11년 만의 일이다. 더욱이 2014년부터 의외약품 드링크 사업을 꾸준히 강화해온 바 있어 해태음료의 의약품 시장 진출은 구체화되고 있다. 해태그룹에서 LG생활건강 자회사로 인수된 것에 이은 또 한번의 변화인 것이다.

일반의약품 사업 진출 따른 전망 엇갈려
해태음료는 지난달 28일 식약처로부터 잇몸질환(치과구광용약) 일반의약품 허가를 받았다. 해당 제품은 ‘알엑스정연탁효십초고페이스트’로 치은염(잇몸염) 및 치조(이틀) 농루에 의한 잇몸 발적, 부종, 고름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제품이다.
해태음료의 일반의약품 허가는 2005년 3월 7일 ‘영진큐텐액’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해태음료가 사업 다각화를 구상한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해태음료가 LG생활건강 자회사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태음료는 1973년 세워진 해태그룹의 음료 전문 제조업체였다. 1975년 국내 처음으로 100% 오렌지 주스를 출시했으며 1976년엔 탄산음료인 써니텐을, 1981년에는 포도봉봉을 선보였다. 1989년에는 100% 주스 브랜드인 ‘과일촌’ 시리즈와 1996년 ‘갈아만든 배’를 시중에 내놓으며 음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하지만 1997년 해태그룹이 주력기업인 해태제과가 부도를 내면서 2000년 해태그룹에서 분리됐다. 당시 일본 히카리 인쇄그룹이 해태음료의 지분 51%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그러다 2004년 아사히맥주가 기존 보유 지분 20%와 더불어 히카리그룹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2010년에는 LG생활건강이 해태음료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해태음료의 지분100%(아사히 맥주 58%, 롯데호텔 19% 등)를 순차입금 1230억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1만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국내 음료시장 3위인 해태음료와 2008년 인수한 국내 2위 음료업체 코카콜라음료를 모두 자회사로 두게 됐다.
하지만 현재 해태음료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해태음료에 2000억 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25억 원 규모의 적자가 난 상태다.
다만 LG생활건강은 해태음료 인수 직후 재무상황 안정을 위해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2012년 유상증자, 2013년 주식 무상소각, 2015년 4월 유상증자를 진행해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해태음료는 2014년 매출 2711억 원, 영업이익은 48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해 28.9% 매출 증가, 영업손익 흑자 전환이란 결과다. 하지만 해태음료가 지원받은 금액과 적자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즉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다.
“검토…구체적 단계 아냐”
때문에 업계는 해태음료의 일반의약품 허가를 놓고 LG생활건강의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본업 이외의 다른 제품군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란 것이다.
더욱이 해태음료는 의약외품 드링크 사업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LG생활건강과 해태음료는 2013년 10월 영진약품의 드링크사업부문 자산을 141억 원에 인수했다. 이 계약으로 LG생활건강은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70억 원에 인수하고, 해태음료는 생산설비와 부동산, 인허가권 등의 공장자산 및 판매를 위한 각종 재고자산을 71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LG생활건강 측은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인식확산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강음료 및 기능성음료 시장에 대응하고 음료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영진약품 드링크사업을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진약품 당시 허가 받은 액상 제제 9개와 해태음료가 허가 받은 제품을 포함하면 총 10개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해태음료는 지난해 ‘영진 홍삼진액’과 ‘영진 구론산바몬드 S’, ‘영진 구론산바몬드 D’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판매 채널 확대에도 힘쓰며 의약외품 드링크 사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반대로 제약업계에서 음료시장 진출을 확장하는 사례도 존재해 해태음료의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약사가 음료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 영역을 확장해가는 것을 볼 때 해태음료의 일반의약품 시장진출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광동제약의 경우 제약사이지만 매출 비중의 70% 이상을 음료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또 광동제약은 2015년 7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음료 제품을 미국시장에서도 판매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LG생명과학의 존재로 해태음료의 의약품 시장 진출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미 전문의약품 및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LG생명과학이 해당 분야 사업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또 해태그룹에서 LG생활건강으로 인수된 후 해태음료의 변화가 정체성 변화로 보는 우려도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최고의 음료회사’를 비전으로 두고 있지만 일반의약품 시장으로 진출하게 되면 해태음료의 색깔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LG생활건강은 “구체적으로 말할 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일반의약품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적자 등과 관련해서는 “해태음료는 인수를 할 때부터 적자가 많이 나는 회사였다”며 “인수 후 재무구조 및 실적 개선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2013년 흑자전환이 됐으므로 이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