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최소 30조원대에서 최대 60조 사업비가 소요된다고 해 단군 이래 최대 건설사업으로 주목받았던 코레일 주도의 용산역세권재개발 사업이 8년 만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일요서울>은 지난 12월28일 검찰에 제출된 고발장을 입수한 결과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자 현 자유총연맹 회장을 비롯해 K씨, P씨 등 6명이 배임죄 및 자금세탁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하자마자 이례적으로 중앙지검 형사1부에 신속하게 배당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 삽도 뜨기 전 사업이 부도나 단군 이래 최대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쓴 용산재개발사업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다.
- “1조원 임의 집행 및 2000억 이상 배임·착복 혐의”
- “허준영 비자금 금고 있는 비밀사무실 폭로할 것”

단군 이래 최대사업 최대 실패작으로
용산재개발 사업의 최대주주이자 땅 주인인 코레일은 당시 KTX건설로 약 4~6조 원의 부채가 발생해 그 부채를 정리하는 목적으로 용산철도부지를 중심으로 용산역세권 재개발을 추진하여 부채를 갚고 다소 수익을 창출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용산재개발사업 최초 사업자로는 삼성물산이 선정됐다.
사업 초기에는 용산철도차량기지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삼성물산은 31조 원을 투자하며 약 33조5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시(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가 한강르네상스사업과 연계할 목적으로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요구하면서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승인권자인 서울시의 요구를 코레일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국내에 IMF가 오고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자 삼성물산은 5조8000억 원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2009년 코레일에서 1차 사업정상화방안으로 8조 원에 달하는 코레일 측 토지대금을 6~7년간 분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재차 삼성물산의 자금상황이 악화되면서 주관사로서 지위를 2010년 9월 반납하면서 코레일은 그해 12월 2차 사업협약 변경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3차 위기가 오면서 시공건설사 지급보증 불참으로 자금 조달에 실패하자 코레일은 3차 사업협약변경을 하고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삼성물산) 등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삼성물산은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계약서를 수정변경해 삼성물산 대신 롯데관광개발을 사업주체로 바꾸면서 PFV(드림허브, 용산재개발을 목적으로 한 특수목적 법인으로 페이퍼 회사) 50%, 사업시행사 AMC(용산역세권주식회사) 50%지분을 넘겼다. 그러나 2012년 9월 1조6천억원 증자안이 주총에서 부결되자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에 지분 회수를 요구했고 12월에는 2500억 원 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되면서 자금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3년초에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3000억 원 발행을 승인했지만 코레일이 재차 담보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롯데관광개발은 경영권을 코레일에 양도할 수밖에 없었고 단군 이래 최대사업이라던 용산재개발사업은 2013년 4월 8일 코레일 이사회에서 사업 청산을 위한 사업협약과 토지매매계약 해지를 결의해 1조 억원 넘는 막대한 자금만 날리고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았다.
국민혈세 1조 원 ‘허공’으로 날아가
본지가 입수한 김모씨와 박모씨가 작성한 고발장은 허준영 자총 회장이 코레일 사장으로 있던 2009년 3월부터 2011년 12월에 발생한 사업추진 관련해 형법상 배임죄 및 특가법상 뇌물수뢰죄 혐의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발 내용을 보면 2009년 8월경부터 2013년 8월경까지 허 회장을 비롯한 K씨, P씨는 용산재개발 사업의 핵심인물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인사라고 적시돼 있다.
특히 허 회장은 삼성물산을 대신해 사업 주체가 된 롯데관광개발을 위해 자본금 8천억 납입을 위한 코레일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PFV와 AMC를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 회장의 임기가 1년 반 남짓 남았을 때부터 3개월에 걸쳐 약 1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임의집행하면서 배임,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뇌물수수 등의 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다며 관련 증거를 제출했다.
특히나 고발인들은 3차례나 특혜성 계약변경을 통해 운영비, 사업비, 설계비, 각종 홍보비, 금융조달비 명목으로 사용한 약 1조 원에서 1조 4천억 원의 돈을 집행하면서 최소한 2천억 원 이상 배임, 착복,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창영 후임 코레일 사장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허 회장은 코레일 땅을 지급보증담보로 롯데관광개발에 제공해 K씨와 P씨를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8천억 원을 대출받아 자본금으로 납입해 PFV와 AMC를 동반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약 1조 원 자본금을 빼먹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성된 비자금은 허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BW가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허 회장은 운영비, 추가설계비(랜드마크 빌딩) 1천4백억 원, 공작창부지 토지 정화비 1천2백억 원, 해외투자 설명회(IR), 각종 홍보비, 임직원봉급 과다계상, 금융비용 과다지급, 설계도면 변경 등에 임의 지출을 통해 리베이트, 수수료, 커미션 등 검은돈 수수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인들은 고발장 내 ‘특별참고사항’이라는 제목으로 허 회장과 노무현·이명박 정권과의 관계 및 이재오 의원과 친분을 들어 정권차원에서 비호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며 추가의혹도 제기했다. 내용을 보면 허 회장이 공직생활 25년 기간 중 노무현 정권에서 단기간에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으로 승승장구했음에도 정권이 바뀐 이후까지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배경으로 이재오 의원과의 친분설을 내세웠다.
고발인, MB정권 실세 이재오도 ‘거론’
이 의원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왕의 남자’로 알려진 MB정권 실세다. 특히 코레일 내부에서 작성한 대외비 문건에서 코레일이 이 사업을 중단하려고 했으나 ‘정치적인 문제로 중단할 수 없었다’는 점을 들며 허 회장의 비자금 중 일부가 이재오 의원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보탰다. 마지막으로 고발인들은 허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요구하면서 코레일 내부 제보자 신원 및 발언내용 그리고 정황증거와 허 회장의 비자금 관리금고가 있는 비밀 사무실도 추후에 밝힐 것이라며 국민혈세가 낭비된 사업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검찰에 당부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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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회장, “정창영 코레일사장이 개발사업 무산”
- 피고발인 자총 간부 “검찰 고발? 회장도 모르고 있다!”
허준영 회장은 용산역세권재개발 사업에 대해 2015년 7월6일 진술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은 자신이 사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드림허브와 1차, 2차, 3차 사업 협약변경이 체결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진술했다.
일단 허 회장은 용산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배경으로 “2009년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글로벌 위기로 PF대출이 중단되면서 드림허브가 토지비를 납부하지 못해 대승적 차원에서 드림허브와 1차 사업협약변경을 해 토지비 연체상태를 해결했다”면서 “용산사업은 경제효과가 막대하고 많은 신규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적 사업으로 성공시켜야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삼성물산이 사업주체에서 중도하차한 것과 관련해 “삼성물산 중심의 17개 건설투자자와 코레일, 국민연금, 롯데관광개발 등 다른 투자자 간 자금조달 방법을 놓고 심각한 대립이 발생했다”면서 “반년이 넘도록 설득했지만 건설투자자들이 시공권과 연계된 어떠한 자금조달 방안을 거부해 삼성물산이 주관사 지위를 반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관광개발로 사업주체를 바뀐 것은 “(용산사업관련 )모든 대못을 뽑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허 회장은 “8조 원에 달하는 토지비가 공사비보다 먼저 지급되는 현대의 구조에서는 어떤 건설사도 지급보증 등 재무적 기여를 하면서 공사 수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건설사들이 공사비 떼일 걱정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잔여 토지비 전체를 준공시점으로 미루는 3차 사업협약 변경을 체결해 어떠한 경우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공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산개발사업이 결과적으로 청산절차를 밟게 것에 대해 허 회장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정창영 후임 사장이 국가적 사업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무산시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코레일 철도 선진화 계획의 성공을 눈앞에서 망쳐버린 것에 대해 본인은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한편 최근 고발장이 검찰에 제출된 것과 관련해 허 회장과 함께 고발된 이모씨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총 내 간부이자 용산AMC상임 감사로 있던 이모씨는 12월28일 본지와 통화에서 “검찰에 고발됐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허 회장하고 하루에도 몇 번 얼굴을 보는데 전혀 모르고 계셨다”고 밝혔다.
또한 용산재개발 사업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나는 중간에 밀려나와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라며 “허 회장도 깨끗한 분으로 전혀 그럴 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검찰 고발에 대해 허 회장과 논의 후 다시 통화하자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