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마술사’는 전쟁에서 패한 조선이 공주를 인질로 혼인을 맺기 위한 굴욕적 사건에서 시작된다. 고아라가 분한 청명은 시대적인 짐과 국가의 안녕을 위해 기꺼이 혼삿길에 올라야 하는 슬픈 운명을 타고난 공주였다.
청명은 혼사를 치르러 가던 중 평안도 의주에 머물게 되고 의주 물랑루에서 마술을 선보이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 흔드는 환희를 만나게 되면서 서로가 그간 외면했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다시 혼삿길 올라하는 청명과 그저 보내줘야 하는 환희의 애틋함은 관객들의 시선을 시종일관 사로잡았다.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독특한 소재인 마술을 통해 두 사람의 갈급함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극화된 감정선은 뻔히 아는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그려낸 같으면서 다른 감정들을 전달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기에 장면 장면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도 전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주 소제인 마술이 현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그다지 새로운 감성이 아니라는 점과 다소 빈약한 마술 장면은 소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맥 빠지게 하는 지점이다.
또 주인공 환희의 두 가지 색깔의 눈빛은 주로 밤에 찍은 촬영 덕분에 좋은 소재거리가 묻히는 느낌도 아쉽다. 여기에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 역시 큰 보탬은 안 된다.
이와 함께 환희를 잡기 위해 등장하는 청나라 최고의 마술사 곽도원과의 대결도 크게 아쉽지는 않지만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
또 어릴적부터 환희를 바라보며 의지해온 눈먼 기생 보음, 조윤희의 차분함도 미묘한 애정감정을 넘나들며 관객들의 눈길을 홀리고 있다.
영화 ‘조선마술사’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게는 훈훈한 감정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다.
더욱이 유승호가 선보인 달달함과 고아라의 청순함은 두 사람의 또 다른 면모를 선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조선마술사’는 김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유승호, 고아라를 비롯해 곽도원, 조윤희, 이경영, 박철민, 손병호, 조달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세련된 퓨전사극을 완성했다. 특히 개봉 당일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동시기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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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