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수도권 강의석 기자] A씨는 지난 97년 컴퓨터교육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사업에 첫발을 디뎠다. 그러나 곧 국제구제금융(IMF) 사태가 왔고, 몇 년 뒤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도위기에 빠졌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그는 직접 교육 프랜차이즈 사업을 창업했고 전국에 30여개 가맹점까지 뒀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며 수입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갔고 개발된 콘텐츠들도 불안정하다는 걸 실감했을 땐 이미 때가 늦었다.
“어느 날 집에 와보니 법원에서 붙인 빨간 딱지가 가득했고,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이걸 여기저기 옮겨 붙이며 놀고 있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B씨는 일본과 미국의 반려동물 회사에 스카우트 될 정도로 그 분야 전문가였다.
그런 그도 97년에 창업을 택했다. 이구아나, 미니토끼 등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반려동물들을 수입하며 사업은 번창할 듯했다. 하지만 곧 대형할인 매장들이 반려동물 코너를 운영하며 시장을 집어 삼켰고 한 건설사와 진행하던 대형프로젝트마저 잘못되며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B씨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천재였지만 사업의 미숙함이 발목을 잡았다”고 돌이켰다.
A씨와 B씨는 현재 재기에 성공해 각각 영재교육회사와 반려동물 입양·프리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재기자금 마련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한편 창업·경영공부를 병행하며 실패원인을 복기 했다. B씨는 반려동물 시장의 흐름을 분석해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최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중기센터)와 단국대학교가 개최한 ‘경기-DKU 페일(실패)컨퍼런스’에 나서 생생한 실패담을 소개했다.
페일컨퍼런스는 창업 실패를 겪은 성공 사업가들의 실패사례와 성공 노하우를 예비창업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창업실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으로 도전정신 함양과 재도전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이들의 사례는 경기도 내 예비창업자들에게 공유되며, 직접적인 멘토링도 이뤄진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의 메시지’들도 쏟아져 나왔다.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개발에 성공했으나 마케팅 및 투자유치에 실패했던 기업인은 “투자자는 없고 사기꾼은 많다”, “마케팅의 시작과 끝은 현장이다”, “막연한 기대와 희망은 열정과 자산을 좀 먹는다” 등 창업 시 주의할 점들을 제시했다.
또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인은 ‘떨어지는 자금력’, ‘늘어가는 외주’, ‘분산되는 집중력’, ‘늦어지는 론칭’, ‘계속되는 불안감’, ‘작아지는 자신감’ 등으로 창업 실패의 전조 현상들을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직접 창업에 실패해보고 재도전에 성공했던 사례들은 예비창업자들과 초기창업자들에게는 생생한 도움 자료가 된다”며 “창업 재도전에 성공한 기업인들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현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강의석 기자 kasa59@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