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나간 직후 많은 네티즌들은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와 자질론을 거론하며 사이버상에서 뜨거운 찬반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은 자제해야 마땅하다”는 비난에 대해 다른 네티즌들은 “프로그램에서 장기자랑을 한 것을 두고 몰아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나운서는 춤을 추면 안 되느냐”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SBS 박영만 아나운서 팀장은 “프로그램에서 잠깐 장기자랑을 한 것을 가지고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아나운서는 가만히 앉아서 뉴스 전달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3사의 명절 특집 프로그램 등에서 아나운서들의 장기자랑은 심심치않게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님에도 김주희 아나운서가 입방아에 오른 것은 그의 남다른 이력 탓인 것으로 보인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 2005년 미스코리아 진에 뽑힌 후 SBS 공채 13기로 입사했으며 지난해 7월 미스 유니버스대회에 출전하면서 아나운서의 정체성을 두고 찬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나운서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찬반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 공채 아나운서였던 강수정은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코너에 출연하면서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정민(MBC) 김지연(SBS) 김경란(SBS) 아나운서는 남성잡지 ‘아레나’ 화보 촬영으로 화제에 올랐다. 단정한 이미지의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섹시’ 화보를 찍은 것도 파격적이지만, 일부는 대외 활동 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 내규를 어겨 더욱 논란이 됐다.
그렇다면 왜 아나운서들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그 이유에는 방송환경의 급변으로 아나운서만의 전문성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 아나운서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과 달리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직이지만 실질적인 ‘정년’이 짧은 것도 아나운서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 아나운서는 “방송사가 기회를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때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거나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눈길이 쏠렸을 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히 대외 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위기의 심화에는 방송사 측의 임기응변식 대응도 한몫 한다. 방송계 인사는 “연예인화한 아나운서가 유독 KBS에 많은데, 이는 스타 MC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자 아나운서들을 오락 프로에 대거 기용한 결과”라며 “다른 방송사들도 아나운서의 자질에 따라 장르별로 전문화해 키우려는 장기적인 안목과 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나운서를 ‘다소 지적인 연예인’으로 정의한다. 교양과 오락,
보도 프로그램의 구분이 갈수록 무너져 가는 요즘, 이런 규정이 오히려 정답일 수도 있다.
갈수록 아나운서들의 ‘끼’가 넘쳐나고 있고 또 방송사들이 간판 아나운서를 내세워 시청률을 올리려 하고 있어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놓고 찬반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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