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수도권 강의석 기자] 29일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매산시장 내 인도·네팔 음식점 ‘수엠부’에서 만난 네팔인 사장 구릉굽더마(47)씨는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엄지손가락부터 치켜세웠다.
네팔에서 혈혈단신 한국으로 와 갖은 고생 끝에 하루 평균 150여명이 찾는 어엿한 식당 주인이 됐으니 이젠 제법 사장님 티도 난다.
게다가 최근에는 외국 출신 업주로는 처음으로 경기도가 매년 시행하는 ‘전통시장 명품점포’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차지했다.
“처음엔 한국에 와 있는 인도·네팔인들에게 고향 음식을 맛보게 하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한국 사람들한테 소문이 나면서 장사가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실제 매산시장 수엠부에는 하루 평균 150여 명, 주말 최고 300여 명의 손님이 찾는다. 이중 한국인이 60%를 차지하고 네팔인이 20%, 인도인이 10%, 기타 외국인이 10%를 차지한단다.
네팔 휴양도시 포카라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재단사와 옷 가게, 관광 가이드 등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겠다며 1999년 홍콩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엔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처럼 공장에서 일하며 종잣돈을 모았고 단돈 300만 원으로 동대문시장에 진출해 아시아 식품 및 생필품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각종 서류들이 많이 필요한데, 처음엔 그걸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이해하려고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그는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2004년에 아예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2007년에는 지금의 자리에 그토록 꿈꾸던 인도·네팔 음식점을 창업했다. 이젠 한국 사람만큼이나 한국말을 잘한다.
“음식점을 개업하고 가장 먼저 주변 상인분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일단 시장 상인들이 우리 음식점을 알고 이해를 해주셔야 홍보가 되잖아요. 지금도 매산시장 상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그 덕에 명품점포로 선정된 것 같아요.”
주변 상인들도 생소해 하던 수엠부의 탄두리치킨과 네팔 만두, 인도 양꼬치 등은 이제 타지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마니아층이 생겼다고 한다.
“아직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국에 인도·네팔음식점 20개를 설립하는 것이 사업 목표고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설립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지요.”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명품점포 사업’은 품질의 우수성과 전통, 스토리화 가능성 등을 평가해 매년 10여개 우수 점포를 선정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점포들은 인증서 부여와 함께 간판, 인테리어, 홈페이지, 공중 매체 홍보 지원 등을 받게 되며 해당 점포들은 최고 175%의 매출 증가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4개 점포가 신청을 해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승호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그간 선정된 명품점포들은 선정 후 실질적인 매출 증대효과를 거두고 있고, 명품점포로 인해 주변점포들까지 손님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외국 출신 사장의 점포가 처음으로 선정된 것은 전통시장 살리기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강의석 기자 kasa59@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