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이 의사 역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녀는 SBS 의학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극본 이정선, 연출 김형식)’에서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정이 넘치는,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외과의사 봉달희로 분했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의학 드라마. 대학병원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실력파 전문의와 좌충우돌, 레지던트들이 생명을 두고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요원은 극의 중심에 선 1년차 레지던트 봉달희로 꿰맬 봉(捧), 통달할 달(達), 계집 희(姬)란 이름처럼 ‘꿰매는 것에는 통달한 여자’다. 이름에서 전해지듯 코믹한 캐릭터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목을 ‘봉다리’라고 읽으면 안돼요.(웃음) ‘봉달희’라는 제목만 보고 코믹 드라마나 시트콤으로 오해
하시면 안돼요.”
하지만 인물 특성과 달리 의학 드라마 특성상 전문 용어와 난해한 수술 등을 소화하는 일은 이요원에게 결코 쉬운 촬영이 아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고 직업도 전문적인 용어도 낯설었죠. 드라마를 찍으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발음과 상황에 익숙해지는 중이에요. 예전에는 관심이 없던 의사란 직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기회가 됐어요.”
봉달희는 의대를 졸업했지만 몸이 약해 엄마에게 붙잡혀 고향인 울릉도 보건소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연한 기회에 탈출을 시도,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지만 그마저 녹록지 않다. 천재 의사 안중근(이범수)은 대놓고 ‘의사를 관두라’고 하고, 급기야 안중근의 경쟁자인 또 다른 의사 이건욱(김민준)까지 가세해 묘한 3각 관계를 이룬다.
이범수, 김민준과 삼각관계 펼쳐
"봉달희는 낙천적이지만 긍정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안중근이 의사를 관두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악착같이 의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죠. 이범수씨는 평소 영화를 보며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 중 한 명이에요. ‘봉달희’로 처음 만나보지만 연기를 워낙 잘한다고 느껴요. 촬영하지 않을 때는 몹시 편하고 재미있게 해주는 분이에요. 앞으로도 이범수씨와 함께 하는 촬영이 기대돼요.”
비록 실수투성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품고 꿈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은 이요원에게 처음이 아니다. 전작 ‘패션 70’s’의 한더미 역시 봉달희와 공통점이 많다.
“‘패션 70’s’의 여주인공 더미는 시대적인 여성이어서 자기표현이 부족했다면, 달희는 훨씬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워요. 서로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순수하고 밝은 여자죠. 그동안 멜로드라마에서 침울하고 눈물 흘리는 배역을 많이 맡아 나도 모르게 우울해졌는데, 이번에는 연기하면서 무척 신나요.”
처음 도전하는 의학 드라마를 위해 촬영 전 기초 의학교육과 심폐소생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유명 의학 드라마나 영화는 찾아보지 않았다.
“롤 모델을 찾기보다 우리 드라마에 충실하고 싶어요. 객관적으로 대본이 재미있고 출연진이 많지만 외면받는 인물이 한 명도 없어요. 다른 의학 드라마와 달리 아기자기한 면이 커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아요.”
촬영 전 심폐소생술 등 익혀
‘봉달희’ 출연진은 얼마 전 수술장면 촬영에서 한 신을 찍는데 무려 17시간을 보냈다. 방송에는 3분간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촬영장으로 이용하는 건국대 병원 수술실에서 배우들은 17시간을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 현장에 항상 동석하는 자문 의사와 간호사들의 세밀한 지적을 배제하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17시간 동안 단 한 신을 촬영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웃음)
이요원은 또래 연기자와는 확실히 다른 자기 길을 걷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잇단 주연 자리를 마다하고 지난 2003년 22세의 이른 나이에 결혼하더니 일찌감치 딸을 얻었다. 결혼과 출산으로 2년을 보내고 시청자 앞에 다시 선 이요원은 어렵지 않게 주변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복귀작 ‘패션 70’s’에서는 여주인공 자리를 따내며 천부적 소질의 패션 디자이너를 소화했고, 곧장 영화로 옮겨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는 여배우로서의 존재를 재확인시켰다.
결혼 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아프리카’, ‘서프라이즈’와 드라마 ‘대망’ 등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요원은 ‘유부녀’가 된 후 더 빛을 본 특별한 경우다.
이요원은 연기에는 복귀했어도 가족에 대한 사항은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예활동은 계속하더라도 가족만큼은 자신만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은 것이 이요원의 욕심인 듯하다.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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