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는 즐거움을 주고,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며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소설가란 누구일까.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변해버리는 이 디지털 시대에 소설이, 금속활자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있다. 직지라는 의미있는 제재가 그의 문학 에너지를 만나 오래 기억될 만한 성과물로 탄생되었다. 많은 독자에게 널리 읽히고 연구가들의 진지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문효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이강홍의 장편소설 <직지견문록>(문예바다 출간) 에 관한 평이다.
아강홍(56)작가는 12월7일 청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제3회 직지소설문학상 시상식에서 장편소설 ‘직지견문록’으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진석 서원대 교수는 “응모작들은 역사의 갈피 속에 숨어 있는 과거사를 상상력으로 복원하고 그것을 동시대의 현실 가운데로 이끌어오는 탁월한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며 “최근 우리 문화계의 화두인 예술의 일상화 및 문학의 대중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상을 수상한 이강홍 작가를 본지에서 인터뷰했다.

- 소설 집필 동기는
▲ 1년 동안 금속활자 주조전수관의 제1기 수강생으로 매주 토요일 일요일 1년 동안 금속활자 주조와 전통 책 만들기를 했습니다. 소설의 앞부분은 공부하는 과정이 그대로 나옵니다. 처음 소설 집필은 원고지 1650매로 소설응모의 기준이 넘쳐 1450매로 줄였습니다. 1년 반가량의 집필기간 동안 자료조사와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100% 실화입니다. 실존 등장인물들에게도 동의를 일일이 구했습니다. 자료는 라면박스로 4박스가 넘었습니다.
- 언제부터 소설을 쓰게 되었나
▲ 소설을 시작한 지 어느새 십 년이고 등단한 지 오 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소설가라고 해도 될지 모르지만 여전히 소설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훌륭한 소설가라는 명예에 대한 꿈은 없습니다. 단지 어떤 사람이 내 소설을 읽고 행복해할까, 어떤 사람이 내 소설에 관심을 가질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뿐입니다.
- 소설의 소재는 어디서 찾나
▲ 여행을 할 때나 이동 중에 항상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며 메모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밤에 원고를 집필하고 잘 될 때는 100매 이상 쓰고 날이 환하게 밝아올 때까지 씁니다. 안 되는 날은 5매도 못씁니다.
- ‘직지견문록’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 금속활자주조전수관은 수강생들의 사연 많은 안생 살이를 통해 보여주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시상식에서 청주시장과 청주시의회의장은 ‘한 권의 책으로 하나되는 청주’의 일환으로 2016년 청주의 대표도서로 선정하기로 악속을 했습니다.
- 지난 5월 낸 소설집 ‘빛에 대한 예의’에 대해
▲ 소설 속 주인공들은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다든지, 사회를 향해 저항하다가 절망에 부딪히거나, 꿈을 따르다 허망하게 모든 것을 날리기도 합니다.
그는 이러한 흔들리는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삶은 절망이든 희망이든 상충하고 부딪히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되고, 또 하나의 가능성이 됩니다 .
가라앉은 삶이 어떠한 계기로 다시 올라오는지, 끊어진 끈을 다시 잡으려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이번 소설들의 내용을 뜯어보면 직·간접적으로 모두 내가 겪은 일들이어서 자전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쓰는 글이 도대체 어디에 닿을 수 있을까, 그것이 늘 두렵고 불안합니다. 소설은 자서전 아닌 것은 없다고 봅니다.
- 평소 어떤 작가들의 작품을 읽나. 영향 받은 작가는
▲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정미경 작가의 ‘너를 사랑해’ ‘내 아들의 연인’이 문장이 잘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전경린 작가의 ‘천사여 여기 머문다’등을 재미있게 읽고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진명 작가는 ‘싸드’, ‘고구려’ 최근에 ‘글자전쟁’은 참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이었습니다.
-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은
▲ 개에 관한 청소년소설을 구상 중입니다. 또 독수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도 쓰고 있습니다.
# 이강홍 작가는
이강홍 작가는 충북 진천 출생으로 주성대(현, 충북보건과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충북작가’ 신인상,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3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강홍 작가의 소설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우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글 속에 숨어있는 해박한 지식과 탄탄한 문장력, 그리고 시대를 반영한 글이 소설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다든지, 사회를 향해 저항하다가 절망에 부딪히거나, 꿈을 따르다 허망하게 모든 것을 날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흔들리는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강홍작가는 “삶은 절망이든 희망이든 상충하고 부딪히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되고, 또 하나의 가능성이 된다”고 말한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듯 보이는 이들에게도 희망은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심지어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이 오면 발버둥이라도 쳐 보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작가와 작품을 관통하는 명제다.
박찬호 기자 chanho2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