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새정치연합 탈당 후폭풍 야권재편 시나리오
[심층취재]새정치연합 탈당 후폭풍 야권재편 시나리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2-28 10:43
  • 승인 2015.12.28 10:43
  • 호수 1130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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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인사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지면서 신당 세력이 힘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신년맞이 [일요서울]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당 지지도를 뛰어넘고 여야 대선후보 가상대결에서도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모두 이기는 결과가 나오면서 호남 발 탈당 움직임도 가속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야권은 ‘1여多야’ 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1여다야 구도는 야권필패라는 인식이 강해 이 구도로 선거를 치룰 것으로 보는 이는 정치권에 많지 않다. 오히려 선거 전 야권재편이 다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난무하고 있는 야권재편 시나리오를 정리해봤다.

- 당대당 통합보다 각개약진 ‘선호’ “결국 1대1 구도 될 것”
- 후보단일화·통합전대보다 정교한 연합공천 방식 부상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호남 및 수도권 발 야권재편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김동철, 임내현 의원 등 광주 출신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이 이뤄지면서부터다. 급기야 호남 발 탈당 움직임이 수도권으로 북상하면서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야권 분열이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1여多야 구도로는 ‘다 죽는다’는 절박함이 존재하고 ‘총선 승리 없이 대권은 없다’는 데에 야권 전체가 동의하고 있어 야권 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크게 당대당 통합과 각개약진 후 연대 방식으로 나뉘고 있다.  당대당 통합방식은 다시 ▲ 제3지대 신당 창당 ▲ 당대당 통합이 있고, 각개약진 후 연대 방식으로는 ▲ 후보 단일화 ▲ 통합전당대회 ▲ 정책적 선거연합 내지 연합공천 방안이 있다.

당대당 통합방식 중 제3지대 신당 창당 방식은 2007년 8월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창당한 대통합민주신당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열린우리당 탈당파 80명에 민주당 탈당파,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세력 등이 중심이 돼 ‘민주·개혁·평화·중도·미래 세력의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창당했다.  이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게 김한길 의원이다.

‘통합’이 이상적… 후보단일화 최악의 수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창당 통합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그리고 걸출한 야권 인물 부재로 현실화 되기에는 힘들다는 게 공통된 야권 내 시각이다. 현재처럼 야당이 집단 탈당이 아닌 한두 명씩 ‘순차적 탈당’을 하고 있는 상황도 제3지대 신당창당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비주류 출신들의 순차적 탈당은 문재인 대표 흔들기에 가깝다는 평이다.

또 다른 방식은 당대당 통합이다. 이는 안철수 신당, 천정배-박주선-박준영 신당이 모두 당을 창당한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안철수 의원은 내년 설 전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고 나머지 신당 역시 1월 이후에나 제대로 된 당의 모습이 나올 전망이다.그러나 자금과 조직을 감안할 경우 천-박-박 세력의 경우 창당보다는 안철수 신당에 흡수될 공산이 높다. 흡수통합이 안 된다고 해도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통합과정에서 소외당할 공산도 높다. 결국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신당의 당대당 통합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 방식은 새정치민주연합 탄생방식과 같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세력이 합쳐져 현재의 야당이 됐다. 물론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대적인 인물교체와 당 혁신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경우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대당 통합방식은 ‘도로 새정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전작(前作)’이 있어 유권자에게 감흥을 주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또한 당대당 통합 방식은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시기적으로도 늦은 감이 없지 않아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강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남은 방식은 ‘각개약진후 연대’가 있다. 안철수 신당이나 탈당 세력들이 각각 정치세력화해 깃발을 들고 각개 약진 후 선거 전 연대하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보 단일화다. 이는 창당을 했건 안 했건 상관이 없고 정치세력으로 남아있어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손쉬운 방식이다.

하지만 그동안 야권에서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에서 수없이 차용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식상함을 넘어 구태정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또한 다수 의석을 가진 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은 후보가 재차 미미한 제3세력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아가 외부 명망가가 낙하산 공천을 받을 경우 ‘토박이 후보’는 공천 배제 가능성도 높아 분열적 요소가 매우 높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야권 성향이 강한 동작·관악 재보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두 곳 모두 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를 거절하면서 역제안한 통합전당대회개최 방식이 있다. 문 대표는 비주류의 사퇴요구 대안으로 천정배 신당과 정의당까지 참여하는 통합전당대회를 할 경우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 탈당 전 제안이지만 아직 유효하다는 게 친노 주류 내 시각이다.

하지만 비주류 측에서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다수다. 안 의원이 이미 제안을 받고서도 탈당을 결행했고 천정배 의원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반사이익 누릴 생각 없고 총선 이후 야권 협력방안 논의하자’고 고사했다. 통합전당대회 제안 역시 흘러간 노래가 된 셈이다.이제 남은 것은 정책을 통한 선거연대 방식뿐이다. 선거연대 내지 연합공천 방식은 앞선 방식보다 좀 더 정치적으로 정교한 기법이고 상호간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총선에서 여당과 1대1 싸움이 가능하고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야권이 다수당을 차지할 수도 있는 카드다.

“야당분열 다 죽는다” 선거연대 부상

예를 들어 A라는 지역구에 여당 후보가 우세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신당, 정의당 소속 선거 핵심 참모가 회의를 걸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연합공천 방식으로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야권성향이 강한 지역은 원샷 경선이나 지분 배분을 통해 1대1 구도가 가능하다.

과거 두 번에 걸쳐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가 전자에 해당한다. 이는 전국적인 규모로 이뤄질 수 있고 여차하면 여당 후보가 우세한 지역만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진행될 수 있다. 연합공천, 선거연대 방식은 어쨌든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여소야대 구도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각 정치세력 수장들의 리더십과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이에 대해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여론정치연구소 소장은 “어차피 야당이 분열하면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선거 전 야권연대를 안 하고는 못 베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홍 소장은 “안철수 신당의 경우 후보만 내도 5% 이상 가져갈 공산이 높고 새정치연합 후보가 20%를 가져간다고 해도 새누리당 후보가 25%를 가져가 3자 구도로는 수도권 등 박빙지역에서 전패할 것”이라고 사실상 선거연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원내 1야당인 문재인 대표의 선택이다. 현재 문 대표는 수도권 중진 의원들의 ‘조기선대위 구성’ 제안을 수용할 뜻을 밝히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또한 문 대표는 무소속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 복당을 종용하면서 통합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에서는 ‘한 박자 늦은 문대표의 행보에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때늦은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

문재인 대표는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의하면서 1월 말이나 2월 초 사퇴하겠다는 ‘시한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 대표는 당 내분 수습책으로 조기 선거대책위 출범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비주류 측은 문 대표의 시한부 사퇴나 선대위 카드 모두 진정성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12월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가 1월 말이나 2월 초 사퇴하겠다고 얘기했다면, 진정성 담보를 위해 현재 같은 (총선체제) 인사나 여러 가지 일들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이렇게 강행하고 주류일색으로 가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선대위에 대해서도 “문 대표가 대표로 남는 통합 선대위 구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문 대표가 사퇴한 뒤 참여하는 통합 비대위, 선대위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도 “문 대표가 당이 이 정도로 분열된 상태까지 갔는데,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라 모면하려는 듯한 모습으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서 “때가 늦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주류 인사로 수도권에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야당 인사 역시 “DY도 진작에 만났어야 했고 대표직 사퇴도 1월 말이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본인이 대표로 있을 때 선대위 구성을 하고 사퇴한다는 것은 여전히 자기사람 챙기려는 공천 욕심이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오히려 이 인사는 “지금이라도 대표직 사퇴를 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더 이상 추가탈당을 막을 수 있다”며 “이대로 지지부진하다가 김한길 의원부터 이종걸, 박영선 의원까지 탈당 대열에 가세할 경우 야권의 주도권은 안철수 신당으로 넘어갈 공산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수도권 의원들이 탈당해 안철수 신당으로 갈 경우 자신도 신당행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야권 분열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에 야당 출마자들은 총선 전 선거연대나 연합공천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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