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의 이성과 결혼을 하기 위해 등장한 ‘결혼정보업체’. 이런 종류의 업체는 직업, 외모 등 여러 조건을 당사자가 직접 알아보는 데 따른 번거로움을 줄여주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일부 정보업체의 성공은 수많은 업체의 운영을 이끌었을 만큼 이에 대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가입자의 허위 정보 등의 여러 문제로 결혼정보업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이 낸 증명서 위조 가능성 무시 못해
상대 역시 주의해야…그릇된 문화도 문제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박성근)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는 물론, 성범죄 전력까지 속여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정형외과 의사 J(43)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허위 정보로 정보업체와 상대 여성에게 사기를 치는 이들에 대한 도의적 문제가 논란이 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J씨는 지난 5월 한 결혼정보업체에 자신의 이름과 나이, 범죄 경력까지 속여 가입했다. 이후 J씨가 이 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은 여성은 4명. J씨의 사기 행각은 이 과정에서 알게 된 한 여성에 의해 들통났다. J씨의 말과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이 여성이 J씨를 추궁하면서 거짓말이 알려지게 된 것. 이 여성의 직업은 기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사건으로 해당 업체는 이 여성에게 580만 원을 물어줬다.
J씨가 정보업체 및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었던 건 ‘조작된 증명서’ 때문이다. 지난 5월 해당 업체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J씨는 운전면허증과 혼인관계증명서 및 전문의자격증의 개인정보를 조작했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허위 증명서를 정보업체에 제출했다. 조작된 증명서로 정보업체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J씨는 실제 나이보다 11살 어리게 정보를 기재했고, 이름까지 고치는 등의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 심지어 이혼 전력도 있었지만 혼인관계가 없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증명서 검토 여부는 정보업체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며 “업체에 가입하려는 자의 서류를 (업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검증하지 않는 경우도(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과기록 더욱 문제
더욱 심각한 문제는 J씨가 ‘범죄 경력’까지 속였다는 점이다. J씨는 과거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전에 준강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범죄 경력은 한 여성에 의해 J씨의 정보 허위 기재 등으로 덜미가 잡힌 이후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다른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업체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증명서를 제출할 경우, (이 관계자가 소속된 정보업체에서) 신원인증관리팀에서 개별적으로 다시 조사에 들어간다”며 “이 때에 본인에게서 위임장을 받아 자체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동의하에 업체에서 서류를 검토 및 확인한다는 것이다.
또 “하지만 범죄경력 사실 부분에 대해선 ‘개인정보 활용은 불법’이기 때문에 자체조사를 할 수 없는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과 기록이 있는 가입자에 대해서 정보업체가 범죄 경력 정보를 열람하는 등의 조사를 하는 행위엔 법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범죄경력조회서는 본인 외에 제3자가 발급받거나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일각에선 업체에 가입하려는 본인이 직접 범죄경력조회서를 발급받아, 해당 업체에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역시 위조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관계자들 역시 범죄경력까지 업체에서 직접 조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한다. 일부 정보업체의 경우 자체조사를 하고 있지만, 개별 업체마다 기준 및 상황이 다른 데다 범죄경력조회는 접근에 더욱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제2, 제3의 J씨가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조건 신뢰, 지양해야
때문에 일각에선 소개를 받는 여성(혹은 남성)의 주의를 당부한다.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업체도 개별적 노력을 해야 함과 동시에, 업체에 가입한 이들의 주의도 역시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한 업체 관계자 역시 “물론 요즘엔 많은 분들이 업체의 정보만을 신뢰하지 않고 먼저 상대방의 정보를 (진짜인지) 알아보는 등의 주의를 하시지만, (앞으로도) 이런 개인적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한 “(허위 정보를 토대로 조작된 증명서를 떼는) 그런 사람들은 작정하고 속이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럴 경우엔 업체 자체만의 노력으론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대방이 제시하는) 정보를 무작정 신뢰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상대방의 직업 및 정보사항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무작정 신뢰하는 등의 자세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이런 부분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라 볼 수 있다.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던 A(30·여)씨 역시 “상대 남성의 직업이 전문직종으로 알고 만났지만, 이후 그 사람은 아예 직업이 없었다”며 “수백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등록했지만, 그 이후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보를 알아보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사기결혼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배경으로 ‘부정적인 한국의 결혼문화’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상대방의 직업, 외모 등을 계급으로 나누고 이에 따른 정보만으로 만남이 주선되는 등 ‘결혼을 하나의 계약’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그릇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인식 및 문화가 J씨 사건으로 발현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개인을 직업, 나이 등의 정보로 분류해놓은 ‘등급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들에겐 가입비를 받지 않고, 여성에게서만 가입비를 받는 일부 업체의 시스템도 이런 인식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 B(36)씨는 “결혼정보업체에서 먼저 문자 연락이 온다”며 “가입비 없이 업체에 등록하라는 등의 내용이었는데, 상대 여성은 수백만 원에 이르는 가입비를 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바로잡습니다 본지 ‘결혼정보업체 속인 의사’ 관련 기사 중 첨부 사진이 (주)바로연 결혼정보의 지적재산권이 있는 사진을 올려진 걸 확인 후 즉시 삭제조치를 하였습니다. 편집자의 실수로 기사 내용과 전혀 엉뚱한 사진으로 (주)바로연에 본의 아닌 명예를 훼손하고 피해를 끼치게 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