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 발주 철도노선 ‘공사비 횡령’ 혐의 포착
한국철도시설공단 발주 철도노선 ‘공사비 횡령’ 혐의 포착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12-28 09:54
  • 승인 2015.12.28 09:54
  • 호수 1130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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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무너지거나 말거나…권익위 ‘적발’ 檢‘수사 불가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건설 자재 공사비 빼돌리기는 무엇보다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중대범죄로 보는 이유다.

<일요서울>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터널공사 구간의 공사비 빼먹기 실태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빼내어간 돈만 무려 140억 원 규모다.

공사비가 비싼 최신 공법으로 설계해 놓고, 값싼 다단발파 등으로 속이거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전자뇌관 수량을 속이는 수법으로 공사비를 편취했다. 권익위는 공사비 환수는 물론 수사 및 감시기관에 이첩할 뜻을 밝혔으며 검찰 또한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터널공사 9곳 공사비 140억 과다청구…자재 누락·공법 조작 등
  공사비 환수·관련자 처벌 등 사건 이첩 및 제도개선 필요성


권익위의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공사비 편취 사례는 대부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철도노선 구간이다. 시공업체들이 과다하게 청구한 공사비는 9개 공구에 140억 원인데 지급된 공사비만 무려 91억 원이나 돼 이미 빼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업체들의 부정비리는 그 수법이 정교하고 다양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원주강릉철도 0공구 등 6개 공구 공사과정에서 시공업체가 대관령터널 등을 굴착하면서 당초 수퍼웨지 또는 다단발파 공법으로 설계된 구간을 전자발파 공법으로 변경·시공하면서 전자뇌관을 40%~ 76%로 과소 반입하고도 설계내역대로 반입·사용한 것으로 처리해 공사비 71억 원을 편취했다.

이 가운데 52억 원은 이미 시공업체에 지급이 됐고, 19억 원은 아직 지급이 되지 않았다.
또 울산포항 복선전철 공사에 참여한 시공업체는 2014년 12월 경북 경주인근 입실터널 종점부를 굴착하면서 설계상 특허공법인 수페웨지 공법 굴착구간 177m전체를 실제로는 다단발파로 발파굴착하고도 이중 37m만 다단발파로 시공한 것으로 설계 변경, 공사비 4.7억 원을 절감한 것으로 발주처를 속였다. 이후 공사비 차액 20억 원을 받아내려다가 권익위에 적발됐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공사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는 암반을 지지하는 록볼트 7만5000개를 구입하겠다고 밝히고, 실제로는 4만4000여 개를 구입한 뒤 차액 17억 원을 받아 챙겼다.
성남여주 복선전철 공사 공구에서는 시공업체가 땅을 파들어가는 굴진공법 방식을 조작해 11억 원을 가로챘다.
비리가 드러난 건설업체는 말을 아끼고 있다. 

권익위는 공사비 환수와 함께 관련자 처벌 등 후속조치를 위해 수사 및 감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 한편, 점검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제도상 문제점들을 관계부처와 함께 개선하기로 했다.
검찰도 이번 사안을 쉽게 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유사 사례로 검찰조사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불법에 대해 더이상 묵과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수사
전반 확대 가능성

검찰은 지난 3월 수사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권익위의 자료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특히 공사비 편취 과정에서 불거지는 건설사의 상납 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무 특성상 혼자 돈을 받고 공사비 편취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윗선에 대한 청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고속도로 터널 안전에 필요한 자재를 빼돌려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2010년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121개 터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절반이 넘는 78개 터널에서 설계보다 ‘락볼트’가 적게 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현장에서는 설계도보다 70%나 적게 락볼트가 사용되기도 했다. 락볼트는 터널 굴착과정에서 금이 가고 손상된 암반을 고정시키는 자재다. 터널 붕괴를 막는 역할을 한다.

검찰은 락볼트를 설계보다 적게 시공하고 187억 원의 공사비를 편취한 11개 건설사 현장소장과 협력업체 직원 16명을 기소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긴장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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