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별’ 김보경이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극본 이기원·연출 안판석)으로 인기를 얻으며 재조명 받고 있다. 강한 남성들의 권력 지향적 욕망과 야망이 불을 뿜는 ‘하얀거탑’은 최고를 지향하는 야망의 화신 장준혁과 이를 둘러싼 인간적 삶의 캐릭터들이 오소독스하게 전개되는 남성 드라마. 다른 드라마와 달리 여성 캐릭터가 빛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살아 숨쉬는 홍일점 여성 캐릭터가 장준혁과 묘한 화음을 이뤘다. 김명민이 연기하는 외과 과장 장준혁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영혼마저 보듬어주는 유일한 파트너 강희재가 바로 그다.
김보경은 6년 전 개봉한 영화 ‘친구’에서 록밴드 ‘레인보우’의 보컬 진숙 역으로 열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친구’ 이후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못해 힘들었다.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제가 그렇게 힘든 이유가 스타에 대한 욕심 때문이란 걸 깨닫게 됐어요. 어차피 평생 연기할건데, 이건 나의 인생이다. 나랑 같이 그냥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일본 원작 드라마 ‘하얀거탑’의 와인바 사장 캐릭터가 훨씬 더 팜므파탈적이지만 김보경은 이 드라마에서 그 간극을 잘 메워줬다. 그에게 연기 재개의 기회는 이렇게 ‘하얀거탑’으로부터 찾아왔다. 김보경은 극중에서 와인바 여사장이자 강철같은 남성상을 보여주는 장준혁의 소울 메이트 애인으로 등장했다. 장준혁에게 명인대학 병원에 도는 정보를 전해주기도 하고 강한 모습의 김명민이 한없이 약해지려 할 때 위로가 돼주는 동반자 역할을 했다.
“‘하얀거탑’의 원작을 본 분들이 강희재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세게 나가주면 안되겠냐?’고 하셨어요. 왜 저라고 아쉽지 않겠어요. ‘여기서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느낌이 오는데요. 예전 같았으면 그것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왔을 텐데 지금은 내 스스로를 자제하고, 감독님이 그런 수위 조절을 잘 해주시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주시는 걸 보고 ‘팀웍’과 전체를 보는 것을 배웠어요.”
“영화 ‘친구’ 이후 힘들었다”
김보경은 최근 2030 남성들이 사귀고 싶은 ‘쿨한 애인’ 1위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남자들에게 불륜이 아닌 ‘속을 툭 털어놓고 말할 상대’로서의 매력을 평가받은 것이다. 평상시에도 남자 동료들하고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상대의 고민을 들어주는데 익숙하다.
“고맙죠. 비록 현실의 제가 아니지만 제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하얀거탑’에 출연하면서 김보경에게는 귀여운 애칭(?)이 붙었다.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를 화를 잘낸다고 해서 ‘버럭범수’라고 하는 것이나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보기의 달인 이순재에게 ‘야동순재’라고 별칭을 붙이는 것처럼 김보경에게는 ‘와인보경’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사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즐길 정도의 수준은 돼요. 기회가 된다면 팬들과 와인파티라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연기는 평생 직업”
부산진여고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김보경은 부모님과 학교 교사들에게 자퇴 의사를 밝히고 아예 등교를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당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와 의미를 몰랐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엘 가고, 또 대학에 진학하는 정형화한 삶이 왜 필요한지 고민했어요. 부산역 광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암자를 찾아 나서기도 했어요.”
다행히도 부모와 교사들이 그를 믿어줬고 김보경은 고2 때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하며 지금 자신의 길에 들어섰다.
연기할 때 빼고는 일반인처럼 스스럼없이 ‘더불어 살고 싶다’는 김보경. ‘친구’ 때까지만 해도 예능적인 모습이 강했다면 이제는 연기를 평생 해야 할 직업으로서 내 지도를 하나씩 둘씩 그려나가겠다는 김보경의 의욕이 얼굴 가득 묻어난다.
“‘친구’ 당시에 인터뷰를 하면서 스타에 대한 환상으로 속마음과는 다르게 말하곤 했던 것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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