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산업계 전반이 생존을 위한 덩치 키우기 경쟁에 돌입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이 업계 곳곳에 불어 닥치고 있다. 관련 코스닥 상장사도 무더기로 쏟아진다.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일군 연예계 출신 CEO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함 이면에는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제작비 상승, 주가 하락 등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스타들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면서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강호동, 박경림 등 30여 명의 연예인을 보유한 대형 엔터테인먼트회사 팬텀은 최근 MC전문 기획사인 DY 엔터테이먼트를 인수했다.
신동엽, 유재석 등이 소속된 DY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계기로 예능물 콘텐츠 제작사로서 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팬텀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매체의 등장에 따라서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대응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올인’과 ‘주몽’ 등을 제작한 외주제작사 초록뱀미디어는 개그 분야 전문 기획사인 컬투엔터테인먼트와 예능콘덴츠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초록뱀의 제작노하우에 컬투의 예능인프라를 결합해 오락물과 신인발굴을 함께 하겠다는 전략이다.
초록뱀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의 다양한 개발을 위해서 저희가 갖고 있는 제작 능력과 컬투가 갖고 있는 스타 시스템을 융합시키면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메이저 엔터테인먼트기업인 싸이더스HQ는 외주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과 영상콘덴츠제작 협력관계를 맺으며 50억원을 지원키로 했고,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제작한 영화제작사 MK픽쳐스 역시 보아와 동방신기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와 영화 공동제작을 위해 손을 잡았다.
기업화, 안정적이고 투명
이들 기업들은 안정적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전략적 제휴가 필수라고 말한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계가 ‘구멍가게’에서 기업으로 조직화되고 발전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예전처럼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주제작사의 대표 A씨도 “엔터테인먼트업체가 일반 기업처럼 기업 공개를 하게 되면서 다른 업종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돈을 빌려주며 투자를 주로 하던 ‘채권자’ 입장에서 인수와 지분투자 등 적극적인 ‘주주’의 입장으로 엔터테인먼트업계를 대하고 있다.
SKT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IHQ와 YBM 서울음반을 인수했고, KT는 싸이더스FNH에 280억원을 투자하는 등 ‘큰손’들이 속속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의 대표 B씨는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의 돈을 빌려 기획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수익과 손실을 놓고 분쟁의 소지가 많은 편이었으나 대기업 자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의 기업 조직화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상장사로서 주가 띄우기 전략이라는 일부 우려도 있는 만큼 이들의 합종 연횡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얼마나 긍정적인 작용을 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회복 불가능한 타격 받을 수도
올해 코스닥에서 고점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가 하락의 피해는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A씨는 “상장사는 미래가치를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매출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불확실성에 이처럼 시장이 계속 실망한다면 산업화의 거품이 꺼지거나 한류가 주춤할 경우 관련 업계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타를 앞세운 우회상장과 콘텐츠 제작이 쉬워지다 보니 스타들의 몸값도 급등했다.
스타를 데리고 이곳저곳 옮기며 몸값을 올리는 기획사도 있고, 스타와 매니저가 서로 다른 상장사와 전속 계약을 맺는 어이없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스타와 자본을 둘러싼 이런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법적 분쟁도 늘었다. 최근 늘고 있는 연예인 출연료 가압류, 전속계약 부존재확인 소송 등이
좋은 예다.
기획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군소회사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상도 생겼다.
B씨는 “대규모 자본을 갖춘 ‘그들만의 리그’가 짜이고 있는데, 그나마 그 속에 한 발이라도 걸치지 못하면 완전히 관객의 신세로 전락한다”며 “전
도 유망한 회사와 연예인을 보유하고 있어도 업계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쌈지,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
그나마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스타 몸값 폭등 등에 따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B씨는 “무리수를 둬서 스타를 영입하더라도 그 이상의 수익
을 내기 어렵고, 거대 기획사의 등쌀에 신인을 키우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패션기업 쌈지도 영화 제작 및 수입, 연예 매니지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다.
쌈지는 영화 제작 및 DVD 유통회사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고 14일 공시했다.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는 쌈지와 합병 후 ‘무방비도시’ ‘내 남자 친구에게’ ‘완전 소중한 그녀’ 등 영화 제작과 드라마 제작 및 매니지먼트 사업도 진
행할 계획이다.
쌈지는 “창립 초기부터 문화와 예술을 통한 문화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해왔으며, 이는 문화 콘텐츠를 수익화 하는 신규사업 다각화로 이어져 활성화되고 있다”며 “영화 산업은 패션 사업 부문에도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꽃피우는 한류열풍을 통해 패션 디자인 상품을 세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여겨진다”며 “패션기업의 영화사 인수는 새로운 캐릭터 시장을 선점하고 문화 사업을 본격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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