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체육 입시비리’ 근절책 시급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대학야구가 꼭 3년 만에 입시비리로 또 다시 한파를 겪고 있다. 대학야구 입시비리 근절을 위해 경찰이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 야구부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5일 돈을 받고 고교 야구선수를 입학시켜준 혐의로 고려대 야구부 감독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의 한 야구 명문고의 학부모 B씨와 해당 고교 동문회 관계자 C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대학은 연세대와 고려대 등 6곳인데, 10개 대학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012년 겨울 대학야구는 입시비리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었다. 3년 전 입시비리 사건으로 양승호, 정진호, 이광은, 천보성 등 프로 지도자 경력이 있는 명문대 전·현직 야구 감독들이 구속돼 실형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올해 역시 고고 야구선수를 대학의 체육특기생으로 선발해주는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ㆍ현직 대학 야구감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연이어 있었다.
그동안 체육특기생 입시비리 폐단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마치 관행처럼 행해졌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의 대학들이 야구부와 농구부 입시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돼 체육계가 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 감독이나 관계자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여기에 브로커까지 가세한 고질적인 체육입시 비리. 심지어 면접위원으로 참가한 교수들마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파장이 심하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체육 특기자 입시 요강, 서류와 면접의 전형 단계가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로 취급되고 있다.
입시비리 관행처럼 행해져
사전 스카우트에 의해 선발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체육 입시가 부실한 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입학을 위해 대학에 거액의 돈까지 건네는 사실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고교야구선수 학부모는 “다른 방법으로 입학을 시도하면 야구계 전체에서 낙인이 찍혀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도 어렵고 앞날이 막힌다”며 “대학진학 시 모든 접촉이 감독 선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1972년 체육 특기자 제도 도입 이후 대학 입시는 ‘사전 스카우트’와 ‘끼워넣기’ 관행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충무로에서 출판업을 하는 이민우(53) 씨는 “대학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면접과 실기평가 등에서 주관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며 “관행을 빌미로 입시비리에 노출됐을 시엔 지금까지의 솜방망이처벌이 아닌 강력한 처벌로 더 이상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신욱 대학스포츠총장협 집행위원은 “절대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며 “총장협 차원에서 해당 대학에 대해 분명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다시는 체육계에 입시비리가 자리잡지 못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원 스포츠 병폐의 근본 원인인 대학 입시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현행 체육특기생 선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즉 체육특기생 선발과정에서 재량권이 가장 큰 대학야구부 감독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객관적인 선발 기준을 마련해 입시비리를 근절시키자는 것이다.
동대문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장은 “체육특기생은 초등학교, 아니 영유아 때부터 어린 선수들이 꿈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해 영예를 안기 위한 목표로 출발한다”며 “진정한 실력으로 평가되는 투명한 체육특기생 선발제도가 자리잡아 더 이상 특혜비리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 입시마저 비리로 얼룩져 정직하고 열심히 준비해온 어린 꿈나무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체육계 거듭나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체육 특기자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체육특기자 입시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획기적이고 확실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체육특기자 제도가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그러나 제도 일각의 미비로 사전 스카우트, 끼워 넣기 등 불법적인 입시비리 사례가 드러나면서 체육특기자 제도를 얼룩지게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는 스포츠 본연의 정신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체육입시 비리를 언급하며 “체육계가 다시 거듭나야 한다”며 “실력이 있는데도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체육계 인사들은 사명감을 갖고 끼와 능력이 있는 젊은 인재들을 발굴·지원할 수 있는 분들이 되면 좋겠다”며 “내년엔 체육계의 여러 문제점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스포츠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프로야구 도박 파문을 비롯한 비리 사건이었다. 2015년 한국 스포츠계는 도박과 뒷돈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거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파문이었다.
삼성은 혐의를 받는 선수들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채 한국시리즈에 나서 결국 5년 연속 우승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프로축구에서는 심판이 경남FC로부터 뒷돈과 함께 유리한 판정 청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실망을 안겼고, 프로농구에서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선수들이 출전 정지부터 제명까지 징계를 받은 데다 전창진 전 감독은 승부조작으로 사실상 농구계에서 퇴출됐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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