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동부대우전자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앞서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제조 부문이 휘청거렸지만 여전히 그룹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16개 해외법인의 순손익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수익성 제고에 성공했고, 지긋지긋하게 발목을 잡고 있던 납품업체 기술 탈취·거래중단 혐의에서도 벗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금조달이 현실의 벽으로 다가왔다. 금융권은 동부대우전자의 모그룹이 구조조정 중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고, 현재 동부대우전자의 수출 물량을 담보로 대출하는 무역금융 한도도 80%나 줄어든 상태다.
금융감독원 회사채 관련 조사 ‘주의보 발령’
여타 국내 금융권도 외면하는 분위기 ‘냉랭’
동부대우전자는 2009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시절 백색 가전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고 TV사업부를 분사시켰다. 동부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는 다시 TV와 에어컨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전 대우전자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올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고 공언했던 최진균 동부대우전자 부회장의 말처럼 16개 해외법인이 흑자를 내놓은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1조5900억 원과 영업이익 1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0.9%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규모가 전년도 78억 원에 비해 80% 가량 늘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 받았다.
동부대우전자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의 경우 1994년 동부대우전자와 메가가 각각 51%, 49%를 출자해 설립한 뒤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연간 총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3년간 매년 평균 30%가 넘는 매출성장을 기록하면서 2020년까지 매출 1억 달러를 목표로 두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납품업체와 기술 탈취 여부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이던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했다. 동부대우전자가 법원과 당국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낸 것이다. 납품업체 하영브이아이티는 동부대우전자가 기술을 탈취하고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했다면서 2013년 4월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어 7월에는 소송전도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와 법원은 동부대우전자의 위법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동부대우전자가 금형 설계도면을 제공받은 것은 양사 간 맺은 계약에 근거한 조치였고, 금형 자체를 기술자료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동부대우전자가 구매처를 이원화하면서 하도급 물량을 축소한 행위 역시 부당한 위탁취소에 해당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달 판결에서 하영브이아이티가 제기한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주장에 대해 모두 ‘이유없음’으로 기각했다.
잘 나가다가 왜?
이 때까지는 동부대우전자의 부활이 코앞으로 다가온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동부대우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개발 등을 위한 투자자금 마련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회사채를 발행하다 제동이 걸렸고,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때문에 외면을 하는 분위기다.
실제 동부대우전자는 사모사채 방식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이를 접어야 했다. 금융감독원이 편법 가능성을 제기하고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임직원을 상대로 회사채 강매에 나섰다는 의혹도 받아야 했다.
당초 동부대우전자는 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300억 원 정도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동부대우전자 임원을 불러 법을 위반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를 받고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제동이 걸린 이유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명 이상에게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선 공모채권 형태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1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이를 누락했다.
더욱이 동부대우전자가 계획한 회사채 발행이 동부그룹 계열사 임직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강매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아야 했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참여를 하지 않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부대우전자 측은 "지난 1월 회사채 발행때에 이어 이번에도 오너 일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부대우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위해 자산담보부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중이라는 이유로 금융권에서 외면받고 있다. 동부대우전자의 수출 물량을 담보로 대출하는 무역금융 한도도 80%나 줄어들었다.
동부대우전자는 일정부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동부대우전자는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회사채 발행을 진행하기도 전 금융감독원에 문의부터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불법을 저지르려 했다는 시선을 받아야 하냐”고 반박한 바 있다.
직원 강매와 관련해선 “회사가 처한 상황이 어려우니, 동참해 극복해나가자는 것이었다. 강매는 절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1월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참여율이 50%도 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강매가 없었다는 증거였다.
자금조달은 회사채 발행을 접어두고 다른 형태의 자금 동원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중국이나 멕시코 등 해외 금융회사들은 동부대우의 잠재력을 인정해 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국내 금융권에서는 구조조정 리스크 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동부대우전자는 스스로 일어서려 힘을 키워도, 좋지 않은 안팎의 시선과 목소리에 떠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모기업 리스크와 회사채 관련 의혹들을 털어내고 금융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