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레고랜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인 엘엘개발 전 대표의 배임·횡령 사건은 강원도 내 공직자 비리로 범위가 확대됐다. 엘엘개발 전 대표의 자금 흐름이 강원도 내 공직자에게로 이어졌다는 의혹이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파문도 일어났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도 이 돈이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엘엘개발의 레고랜드 파문이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 쟁점으로 번진만큼 총선 판도를 흔드는 핵심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문순 도지사 책임론·총선 여파는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은 LTP(런 투 플레이)코리아에 의해 최초 추진됐다. 2008년 설립된 LTP는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일하다 레고코리아 초대사장을 역임한 덴마크 국적의 이모씨가 주축이 됐다.
이씨 등은 당초 경기도 등에서 레고랜드를 추진했으나 무산돼 강원도로 옮겨 2012년 최문순 도지사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강원도와 LTP코리아는 주주사를 모아 2012년 8월 LL개발(레고랜드 개발·이하 엘엘개발)이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다. 본계약은 2013년 10월 체결됐으며, 강원도와 레고랜드의 해외 투자사인 영국의 멀린그룹과 LTP, 현대건설, 한국투자증권, 엔티피아 등이 참여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LTP코리아는 협상권(사업권) 등을 엘엘개발에 넘기는 대신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양수도 계약 내용은 112억 원의 대금과 레고랜드 주변에 들어서는 잡어드벤처와 호텔 등의 토지에 대한 우선 매입권을 넘겨받기로 한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LTP코리아 측과 엘엘개발 전 대표 A씨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백억 원의 이익이 달린 우선매수권을 두고 벌어진 분쟁이다. 또 주차장 사업권 이전에서도 양측의 이해가 충돌했다.
결국 이 같은 갈등은 올해 초 양측의 고소고발로 이어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엘엘개발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4년 재무결산에 대한 회계감사를 받았고, A씨의 자금 사용에 대한 문제점이 적발됐다. A씨가 LPT 코리아 측에서 양수·양도대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 10억 원 중 6억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주장
이에 검찰은 엘엘개발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A씨를 상대로 제기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를 위함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각종 회계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또 압수물 분석 작업을 진행했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에서 시작된 검찰수사는 공직자 뇌물수수 및 비리 논란으로 번져있다. 엘엘개발 전 대표인 A씨의 자금 흐름이 강원도 내 공직자에게로 이어졌다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춘천시청 고위 공무원 B씨에게 레고랜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뇌물을 건낸 정황이 포착됐다.
또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A씨가 최문순 도지사 선거캠프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A씨의 횡령액의 행방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A씨가 횡령한 돈을 레고랜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뇌물이나 정치자금으로 건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수사인력도 증원했다.
또 최문순 도지사의 전 특보인 C씨도 이 사건의 핵심인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청 고위 관계자의 친척이 레고랜드 조성 사업의 일부 사업권을 받기로 하는 등 레고랜드의 이권에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춘천지검은 엘엘개발 전 대표 A씨와 춘천시청 고위 공무원 B씨,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전 특보인 C씨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연일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A씨는 C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C씨는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검찰은 고위 공무원 B씨에게 돈이 건내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B씨의 부인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B씨의 부인이 A씨로부터 현금이 든 명품가방을 건네 받았는지와 의료비 등을 지원받았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돈의 사용처를 계속 추적 중이며 그 과정에서 A씨가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 피의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레고랜드를 둘러싼 내부 갈등에서 공직 비리로 번진 논란은 정치 자금 의혹으로까지 퍼졌다. 때문에 수사의 칼끝이 최문순 도지사를 향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공무원과 측근까지 검찰 조사 대상으로 오르내리며 레고랜드가 비리의 온상이 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이번 수사가 오는 4월에 있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번 사건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고, 관련자들의 신병 처리와 재판 일정을 고려하면 레고랜드 파문이 내년 총선 판도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총선 때 레고랜드 조성사업에 대한 후보 간 찬반 입장이 유권자의 지지를 결정하는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됨에 따라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 것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레고랜드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면서 “시행사 전 대표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별 일 아니라고 치부하던 안이한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엄중 문책하고 인적 쇄신을 통해 책임감과 전문성을 지닌 인력이 2017년 개장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검찰에 신속,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