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수건 덮인채 매질 살인까지 불러온 엑소시즘
입에 수건 덮인채 매질 살인까지 불러온 엑소시즘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12-21 09:36
  • 승인 2015.12.21 09:36
  • 호수 1129
  • 2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호텔에서 귀신을 쫓는다?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영화 <검은 사제들> 이후 구마행위(exorcism, 엑소시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최근 독일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여성이 폭행을 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폭행사유로 ‘구마행위’가 언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확한 사유가 구마행위로 밝혀진다면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비판이 더해질 전망이다.


2시간가량 폭행·살인…죽음 부른 교인 5명 체포
종교집단 소속된 가해자들, 사망자 아들도 포함돼

통상 엑소시즘으로 알려진 구마행위는 사람 및 사물에서 악마(악의 세력)를 쫓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종교적 의례나 주술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이 과정에서 폭력 등 신체에 상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구마행위는 영화 <검은 사제들> 이후 ‘천주교의 구마행위만이’ 조명된 바 있지만, 사실 이런 행위는 고대 아시리아나 이집트에서부터 유대교·개신교 등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행해진 바 있다. 천주교만의 악습은 아닌 셈이다.


최근 독일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여성이 숨졌다. 사망 사유는 폭행이었다. 폭행의 이유로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는 소위 ‘구마행위’가 거론됐다. 구마행위를 위해 여성을 폭행하고 살인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인 셈이다.


독일 현지 언론 포쿠스온라인 등은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이하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인터컨티넨탈호넬 객실에서 한국인 여성 A(41)씨가 지난 5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초기 조사 결과 A씨가 최소한 2시간 이상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 시신에 생긴 멍을 들었다. 폭행에 의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멍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인은 심한 흉부 압박에 따른 질식 및 목에 가해진 외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A씨가 수시간 동안 침대에 묶여 있었으며, 입에 수건이 덮인 채 복부와 흉부에 매질을 당했다고 보고 있다. 5명의 가해자들은 A씨가 내뱉는 신음이 밖으로 새가지 않도록 수건과 옷걸이로 입을 강제로 막는 등 범행에 잔혹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극도의 고통에 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냉혹하고 무자비한 건 처음 본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호텔 객실 현장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한국인 5명을 살인 혐의로 체포해 살인 정황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마행위?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폭행 및 살인 혐의의 배경이 과연 구마행위인지 의구심을 갖는 데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이들 5명의 폭행 및 살인이 A씨의 몸에 있는 악을 떨치기 위함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이들 일행이 호텔 객실에서 A씨에게 폭행 등을 저지른 뒤, 한 신부를 현장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도 이 신부가 호텔 프런트에 연락을 취했기 때문이다. 만일 일각에서 주장하는 ‘구마행위’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면, 해당 신부가 사건 현장에 직접 있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폭행 등의 사건이 일어난 뒤가 아니라, 5명의 가해자들이 A씨에게 폭행을 저지를 때 신부도 현장에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해당 신부는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호텔 객실에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천주교 내에서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구마행위는 아닐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천주교 관계자 역시 “독일 호텔에서 발생한 사건은 천주교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부가 없이 이들 5명의 가해자가 구마의식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5명의 가해자 중 사망자 A씨의 아들(15)도 포함돼 있다. 이 외에 한국인 여성(44), 이 여성의 아들(21)과 딸(19), 다른 청소년(15)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마의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참여하기도 한다. 때문에 사망자 A씨의 아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일각에선 ‘구마행위가 맞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특히 사망자 A씨를 포함한 이들은 과거에 같은 교회에다닌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이 종교집단 내의 구마의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가해자로 지목된 5명이 알려지지 않은 종교집단 소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 검찰 역시 A씨의 사망 및 5명 일행의 폭행 등이 구마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종교계 관계자 역시 이 사건에 대해 “구마행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하지만 구마행위 이전에 A씨가 이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길이 없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종교행위 vs 미신

한편 이번 사건은 사망자 및 가해자 모두 한국인이란 점에서 연일 대중의 관심을 산 바 있다. 무엇보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만 본 구마행위가 실제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독일 검찰의 수사에 국내 여론은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악령을 쫓아내는 구마행위는 대표적으로 무당이 주재하는 ‘굿’, ‘주술’ 등이 있다. 이런 행위는 사람의 신체에 죽음에 이르도록 상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음지에서 행해지는 ‘직접적 폭력을 동반한 구마행위’는 이번 독일 사건처럼 살인까지 이르게 할 수 있어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종교의식의 일환으로 일어나는 구마행위에 대해 ‘종교적 잣대’를 들이댄다 해도,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종교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음지에서 행해지는 폭력을 동반한) 구마행위가 (이번 사건처럼) 크게 알려지진 않았다”면서도 “이 행위가 (모든 종교집단은 아니지만) 종교의식으로 행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으면 알기가 어려울 뿐더러, 이 행위의 의미를 믿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위험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