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 정지원 신임사장 낙하산 논란
한국증권금융 정지원 신임사장 낙하산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12-14 10:10
  • 승인 2015.12.14 10:10
  • 호수 1128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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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출신만 네 번째…공모제 의미는 어디로?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사장 공모 전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정지원 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결국 한국증권금융 사장에 취임했다. 금융위원회 출신 수장만 네 번째다. 한국증권금융 사장 선임에  지속적으로 낙하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한국증권금융의 성격 때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에서 맡긴 자금을 활용해 대출사업을 하는 곳으로 자본금을 금융기관에서 출자 받은 금융기관이다. 사업의 형태 자체가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일찌감치 낙하산 인사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한국증권금융노동조합의 대응이 주목된다.  

10년 째 공무원 수장 얻은 민간 기업
요직 독점이다 vs 적절한 인재배치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3일  정지원 금융위원회 전 상임위원을 신임 사장에 선임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날 오전 10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사장후보로 추천한 정지원 전 상임위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정지원 신임 사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국장, 기획조정관과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을 거쳤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 로욜라대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바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정지원 사장에 대해 “국내외 금융정책을 담당하며 경제와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지원 신임 사장이 저성장·저금리 국면이 장기화되고 치열한 경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자본시장에서 신뢰와 상생의 자본시장 성장파트너로 증권금융을 성장시켜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정지원 사장은 공식 취임한 뒤 업무를 개시한 상황이다. 임기는 3년으로 정지원 사장은 오는 2018년까지 사장직을 역임한다. 정지원 사장이 취임하면서 한국증권금융은 수장 자리를 10년 이상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채웠다.

실제 2006년부터 24대 이두형 전 사장, 25대 김영과 전 사장, 26대 박재식 전 사장에 이어 27대 정지원 신임 사장까지 모두 금융위원회 출신 사장이다. 이두형 전 사장은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김영과 전 사장과 박재식 전 사장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출신이다.

종합해보면 첫 공모 사장인 조흥은행장 출신 홍석주(23대·2004~2006년 재직) 사장을 제외하고 이후 고위공무원 낙하산 인사들이 줄줄이 증권금융 사장직을 독식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해진 시나리오?

이를 두고 낙하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지원 사장은 공모를 할 때부터 내정설이 돌았던 바 있다. 앞서 한국증권금융은 사장 선임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2004년 사장 공모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단 한 번도 금융위원회 출신이 아닌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된 적이 없어 공모제가 유명무실해 졌다는 평가다. 여전히 관치금융 관행이 판을 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정부기관 출신 공무원들의 취업이 가능한 공직유관단체라 하더라도 10년 이상 민간기업의 사장 자리를 단 한곳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모두 차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은행권과 증권사가 34~35%씩 지분을 보유한 민간기업이다. 이들은 주식투자자들의 예탁금을 보관하고 이를 대출해 수익을 올리는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이와 같은 낙하산 논란과 동시에 노동조합의 행보에도 관심이 몰린다.

한국증권금융 노동조합은 사장 내정설이 한창 나돌던 지난달 18일 성명을 내고 “낙하산 인사의 한국증권금융 신임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사장 공모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3년 동안 우리 회사를 이끌어 갈 신임사장 선임은 모든 임직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유관기관 등 자본시장 관계자들에게도 매우 중차대한 이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증권금융의 차기 사장으로 특정 인사가 사전 내정됐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정설이 사실일 경우 사장 공모과정은 껍데기만 공모인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민간기업 사장으로 금융위원회 등 고위공무원 출신이 또다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악습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노조는 공모제 운영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무늬만 공모제이지 실제로는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인 ‘공모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또는 정치권의 밀실야합이 낙하산 인사의 재판을 불러 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요구한다”고 마무리했다.  

노동조합이 사장추천위원회에 요구한 조건은 총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전문성과 대외 업무추진력을 겸비한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 또는 정치권의 밀실야합에 의해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퇴물관료의 보신주의 낙하산인사는 단호히 배격한다는 것. 세 번째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노사간 이해와 협력을 가져갈 수 있는 철학과 신뢰를 가진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낙하산 논란 속에 일각에선 금융위원회 출신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공무원의 재취업은 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증권금융이 예탁금 관리, 금융기관 대출 등 독점적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있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의 반대 목소리와 찬성의 목소리가 교차되는 가운데 사장 독점과 인재 배치의 균형을 놓고 향후 다양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과 사측이 어느정도로 이견을 수렴하는 지 역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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