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상주市 손해배상 소송 ‘승소’… 지역주민만 ‘상처’
한국타이어, 상주市 손해배상 소송 ‘승소’… 지역주민만 ‘상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12-14 09:43
  • 승인 2015.12.14 09:43
  • 호수 1128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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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기업 쫓아내고 불벼락 맞은 지방자치단체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상주시(시장 이정백)가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서승화) 주행시험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이행하지 않아 제기된 소송에서 패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4부(부장판사 서민석)는 상주시는 한국타이어에 13억 원(지연이자 15% 별도)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결국 상주 시민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상주시의 정책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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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상주시가 한국타이어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유치를 독려해놓고 이미 진행된 사업을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명분으로 중단시킨 것은 신의성실 위반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배상액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선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어어는 상주시의 항소와 관계없이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통해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다. 원인제공자인 상주시에만 배상책임을 물었으며 공동당사자인 경북도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묻지 않았다.

7개월에 걸친 소송은 치열했다. 한국타이어가 대형법무법인 태평양에 변호를 의뢰하자 상주시도 즉각 긴급예산을 투입, 대형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을 선임했다.
상주시의 미온적 태도로 소송의 피고가 된 경북도는 법무법인이 아닌 정부법무공단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상당수 상주시민들은 “기업도 잃고 배상금과 소송비용까지 시 혈세로 부담해야 하는 우려했던 상황이 왔다”며 “특히 기업하기 좋은도시라는 상주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다.

이정백 상주시장<뉴시스>
자치단체가 양해각서까지 체결하면서 적극적으로 유치했던 대기업을 법적피해자로 둔갑시킨 매우 희귀한 사례라는 게 이날 법원 안팎의 평가였다.

시장 교체 후 사업 휘청

한국타이어는 2013년 9월 상주시와 협약을 맺고 타이어 주행시험장 건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20년까지 상주시 공검면에 120만㎡ 규모의 ‘테스트 엔지니어링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프로젝트엔 25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상주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토지 소유자에게서 토지사용 동의서를 받는 데 적극 지원하고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곧 암초에 부딪쳤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시장이 바뀌면서 신임 이정백 상주시장이 일부 주민들 반대 여론을 고려해 주행시험장 건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커졌다.
지난해 9월에는 1년간 진행하던 토지보상 업무 지원과 전담인력 철수 등 모든 행정 지원까지 중단해버렸다.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열린 상주시의회 제166회 제1차 정례회에서 정갑영 상주시의원은 이정백 상주시장에게 여러 차례 날 선 질문을 날리며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유치 백지화를 비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역신문에 따르면 정갑영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정백 당시 시장 후보가 한국타이어 유치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정백 시장은 “지난해 3월 공검농협 회의실에서 연 주민설명회에서 반대 민원이 많기에 ‘백지화’가 아닌 ‘재검토’를 약속한 적은 있지만 백지화를 공약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 의원은 “한국타이어 측이 지난 4월 5일 경북도 및 상주시를 상대로 21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이어 같은 달 17일 주행시험장 유치 관련 양해각서 해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지적하며 “상주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강철구 상주시 부시장과 경북도 관계자가 한국타이어 본사를 방문해 양해각서 해지건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더 나아가 “시는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을 유치해도 지방세 수입이 고작 10억 원에 그치고 인구도 371명 늘어나 경제효과가 거의 없다고 홍보했다”며 “방문인구 1만7390명, 소비지출액 연간 24억 원, 공사시 지역 장비 이용료 622억 원, 현지 채용인원 80명 등 예상되는 경제효과에 대해서는 왜 밝히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그러한 경제유발효과 전망에 대해서는 한국타이어 측이 주장하는 내용으로,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르다”며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타이어의 주장을 그대로 홍보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지난 4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행시험장 설계, 측량, 문화재 조사 등 총 21억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북도, 상주시와 체결한 MOU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고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치적 쌓기용 논란

문제는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사례처럼 대대적으로 착수한 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체와 지자체가 조금 더 신중하게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지자체의 경우 치적 쌓기를 위해, 또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기업을 유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정치적 입장 차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 중이던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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