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총·대선 투표자 중위연령 50·51세 주목
- 고령화 사회 경제보수 -> 권위주의 보수 -> 글로벌 보수
투표자 중위연령 50세 넘어
중위연령이란 개념을 선거에 적용해보면 재미있는 통찰(通察)을 얻을 수 있다. 일테면 ‘투표자 중위연령’이라는 신조어(新造語)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19세부터 최고령까지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의 중간 나이를 의미한다. 2012년 4월 총선 투표자의 중위연령은 47세, 같은 해 12월 대선은 46세였다. 대선은 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중위연령이 낮아졌다. 2014년 6월 투표자 중위연령은 49세였다. 이런 추세라면 2016년 4월 총선의 투표자 중위연령은 51세, 2017년 대선은 50세 정도로 예상된다.
투표자 중위연령이 50세를 넘었다는 사실은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50대가 쥐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40대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선거는 50대가 승패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50대는 우리 사회의 ‘패권(覇權) 세대’다. 안정된 직업과 부(富)의 소유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40대에게는 ‘열정과 변화’의 미련이 남아 있지만 50대는 ‘냉정과 안정’에 선뜻 우선순위를 둔다. 과거 40대가 투표를 통해 ‘변화 속의 안정’을 추구해왔다면 이제 50대는 ‘안정 속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조건, 스토리와 안정감
민주화가 이루어진 1987년 이후 대통령은 모두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삶 자체가 신화다. 갖은 옥고 속에 민주화를 이끌었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고졸 출신 비주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현대건설을 일구고 서울시장과 대통령에 당선돼 샐러리맨 신화를 쏘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삶 자체에 신화적 요소가 차고 넘친다. 20대 중반에 어머니를 잃은 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며 오랜 정치훈련을 쌓았다. 이들 전·현직 대통령은 검증되고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대통령의 조건은 스토리(신화)와 안정감이다. 투표자 중위연령 50세 시대에 안정감 있는 리더십은 더욱 중요한 조건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2년 남은 지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통령 당선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2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지지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를 김무성, 박원순, 문재인, 안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좇고 있다.
반기문을 제외한 4명의 지지도는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다. 차기 대선을 두고 ‘반기문과 도토리 4형제’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반기문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스토리와 10년 동안(2016년 임기를 마치면) 국제정치 경험을 쌓은 안정감 있는 리더십도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충청권 대표 주자라는 덤도 있다.
반기문 대통령도 괜찮다?!
김무성 당 대표는 스토리와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신화의 주역인 점은 인정하더라도 청와대-새누리당 관계에서 독자적인 공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스토리와 안정감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2,30대를 투표장으로 동원할 수 있는 희소성은을 갖춘 정치인이지만 50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후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과연 대통령감인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 대표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백신 무료 배포와 수천억 원의 기부(약속)로 스토리의 일부를 써나가고 있지만 안정감과는 거리가 다소 멀게 느껴진다. 이러한 도토리 4형제의 난형난제(難兄難弟) 와중에 국민은 ‘반기문 대통령’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투표자 중위연령 50세의 시대는 곧 보수의 시대이기도 하다. 권력은 ‘보수에서 보수’로 이동하고 있다. 진보 일각에서는 향후 대선이 보수 10년 피로감 때문에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고령화, 사회의 보수화, 야당의 역량을 고려할 때 차기 대선은 보수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제보수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권위주의 보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반기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하지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 데다가 주요 지지층도 보수가 중심이다. 만약 반기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불릴까. ‘글로벌 보수’로 불리는 것이 그럴 듯하지 않을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 전라북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
▲ 전 청와대 행정관
▲ 전 국회의원 보좌관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