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전제작 바람…이영애 보려면 1년 더 기다려야
드라마 사전제작 바람…이영애 보려면 1년 더 기다려야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12-14 09:35
  • 승인 2015.12.14 09:35
  • 호수 1128
  • 3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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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그간 한국드라마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던 ‘쪽대본’ 문화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름아닌 사전제작제를 통해 완성도 높은 문화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송중기·송혜교의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김우빈·수기의 ‘함부로 애틋하게’, 이영애·송승헌의 ‘사임당, 더 허스토리’, 박해진·김고은의 ‘치즈 인 더 트랩’ 등이 사전제작을 도입해 2016년도 드라마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간 한국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촉박하게 촬영을 진행하고 그때그때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시나리오 일부가 수정되는 등 유동성을 전제로 제작을 해왔다.

덕분에 만족할 만한 시청률을 이끌어내 투자자와 제작자에게 선호됐다. 반면 생방송 촬영과 같은 열악한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촬영 스태프뿐만 아니라 배우들 역시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강행군을 잇는 이중고를 떠안고 있다.

열악한 환경은 인기 드라마일수록 정도가 심해져 최근 종용한 ‘그녀는 예뻤다’에 출연한 황정음은 “촬영하면서 2개월 동안 하루에 1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20시간 이상 푹 자고 싶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 사임당, 더 허스토리
이에 사전제작 시스템 도입이 수차례 제기되어 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2004년 드라마 ‘비천무’가 20억 원을 들여 한중 합작으로 사전제작됐지만 방송사 편성에서 밀려 2008년에 방영됐다. 또 ‘탐나는도다’, ‘로드넘버원’ 등도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라는 외부 요인이 작용하면서 스타 작가와 배우, 유명 제작사, 방송사가 손잡고 사전 제작 드라마를 속속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해외 수입드라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국내 드라마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사전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이를 위해 100% 사전 제작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지속적인 촬영 환경 개선 요구와 상대적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한 작품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됐다.

‘사임당, 더 허스토리’로 10여 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이영애는 “아내와 엄마 입장에서 사전제작을 통해 양질의 작품을 할 수 있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더 좋아지길 바란다”며 반가워했다.

2016년 2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할 예정인 ‘태양의 후예’는 지난해 6월 촬영에 들어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 제작진은 “기존처럼 쪽대본 제작 시스템이었다면 나오기 힘든 규모와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시청자의 반응에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처럼 이유가 어찌 됐든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전제작이 자생적 요인보다 중국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향후 시장 환경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더욱이 그간 드라마 제작비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접광고(PPL)의 융통성이 사라져 제작비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사전제작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태양의 후예
한편 사전제작 바람 때문에 드라마 제작환경이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0% 사전제작의 우려도 있어 대안으로 반 사전제작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절충안으로 자리잡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방영된 ‘괜찮아, 사랑이야’와 ‘나쁜 녀석들’은 대본을 완성한 뒤 촬영에 들어간 바 있다. 2016년 방영 예정인 ‘치즈 인 더 트랩’과 ‘시그널’, ‘동네영웅’ 등도 반 사전제작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는 융통성과 정해진 기간에 빨리 찍는 효율성을 살리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100% 제작보다 반 사전제작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들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도입되고 있지만 변화의 전화점이 될지 아님 그저 시도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더욱이 그간의 시청자들의 반응을 적극 수용했던 한국드라마의 최대 장점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지도 여전히 논란 거리로 남아 있어 2016년을 장식할 사전제작 드라마들의 성공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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