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환자 간 접촉만으로 전염 가능성이 없는 C형간염. 하지만 혈액 및 체액으로는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C형간염이 집단적으로 발병하는 경우 병원 내 주사기 재사용 등의 관리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2동 소재의 다나의원에서 환자들이 연이어 C형간염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원인엔 주사기 재사용, 소홀한 관리 및 감독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에서만 78명, 감염자 더 증가할 수도
정상적인 의료 활동에 의문…관리 소홀도 문제
문제의 의원은 2008년 5월 양천구 신정2동에 ‘신세계 의원’으로 개원한 뒤 그해 12월 의원명을 현재의 ‘다나의원’으로 변경했다. 옮긴 주소지에서 ‘다나현대의원’으로 최근까지 환자를 계속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보건소는 과거 이 의원에서 수액 등 주사를 맞은 사람들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익명의 제보를 계기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원인 모를 C형간염이 집단적으로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양천구 보건소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C형간염이 확인된 사람이 드러났다. 제보가 접수된 직후인 20일까지만 해도 18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양천구 보건소는 제보가 접수된 19일부터 역학조사를 시작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 의료기관이 개설된 2008년 5월 이후 내원했던 사람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안내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도 검사를 하고 있고 또 해야 할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4일 질병관리본부는 3일까지 총 1055명에게 C형간염 확인 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78명이 항체양성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질본에 따르면 다나의원과 연관된 이용자는 총 2268명이다. 양천구 보건소는 이 중 2257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2050명에게 개별연락을 취한 상태다. 3일 보건소 관계자는 아직 연락을 취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연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추가 감염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집계 및 자료를 일괄적으로 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가 감염자 계속 늘어
이번 사건의 특이한 점은 확인된 항체양성자, 즉 감염자 모두가 이 의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감염자 중 절반은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내원했고, 내원자 중 절반 이상이 수액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나의원은 ‘살 빠지는 수액주사’ 등을 환자들에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수액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C형간염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C형간염은 혈액 및 체액으로 쉽게 전염된다. 특히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어 질본 측은 헌혈 등의 사유로 주사를 맞게 되는 경우, 혈앤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혈액전파 경로를 차단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작은 의원에서만 C형간염이 집단 발병했다는 것은 곧 혈액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전체 내원자 중 상당수가 C형간염에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주사기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주사기 재사용, 수액주사의 성분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이에 힘을 보태는 발언이었다.
질본 역시 혈액감염을 문제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이 수액 치료자이기 때문. 특히 다나의원의 내원자 감염수준이 지역사회의 평균수준(0.6%)보다 최소 4배(2.9%)에서 최대 20배(12%)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이번 C형간염 집단 발병을 의원 내부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4일 발표한 질본의 자료에 따르면, 양성자 78명 모두 다나의원에서 주사처치를 받았다. 이번 사건이 다나의원의 주사 처방 때문에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한 셈이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등 위생 관리상의 문제 때문에 집단발병이 발생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집단발병이 주사기 재사용에만 원인이 있다고 보기엔 수액 주사의 성분 등 다른 변수도 미심쩍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다나의원이 ‘살 빠지는 수액주사’로 유명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주사를 맞은 내원환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사를 맞으면 하루에도 3kg 넘게 살이 빠졌다"며 “C형간염을 치료한 이후에도 피부가 짓물러서 피가 나 요리를 할 때도 장갑을 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후 수액주사의 성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주사기 재사용 외에도 수액주사 성분 등의 문제까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원 관리 도마에
일각에선 다나의원 원장이 2012년 뇌내출혈이 발생한 뒤 정상적인 의료활동이 가능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원장 C씨는 그 해에 중복장애·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을 판정받았다. C씨의 부인이 대신 주사처방을 놓는 등 의료활동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 및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의료법 5조에 따르면 의료인의 면허는 자격시험을 본 뒤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다나의원을 두고 인재라는 지적이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올 12월내로 구성한다고 4일 밝혔다. 또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2016년 2월까지 마무리하고, 의료인 면허신고제를 개선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 개선 협의체 구성 및 운영 ▲ 개선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의료법 개정 또한 추진할 예정이고 ▲ 비도덕적 진료행위 방지를 위한 교육을 추진하는 등 별도의 개선책을 차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의료계 관계자는 “병상 수가 적은 의원의 경우, 내부적인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다나의원의 사례처럼 ‘민원’의 형태가 아니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면허를 제대로 주는 것도 좋지만 이후의 감독 및 관리 또한 철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워낙 요즘 별의별 주사들이 많아졌는데 이 주사들의 성분 역시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