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 “성역 없다… 소득 있으면 세금 내야”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 “성역 없다… 소득 있으면 세금 내야”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2-07 11:40
  • 승인 2015.12.07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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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대선이 변수?…새누리당 ‘촉각’

▲ 사진=정대웅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과세(課稅)에서 성역’(聖域)이 없어진다. 오는 2018년부터 목사(牧師), 신부(神父), 스님 등 종교인도 소득에 대한 세금(稅金)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67석 가운데 찬성 195, 반대 20, 기권 50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세법상 기타소득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한 것으로,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稅率)로 세금이 부과된다. 학자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 실비 변상액은 비과세(非課稅) 소득으로 인정하도록 했고,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금액은 소득구간에 따라 차등화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종교활동에 따른 연소득이 4천만 원 이하면 최대 80%까지 필요경비를 비과세하고, 4천만8천만 원은 60%, 8천만15천만 원은 40%, 15천만 원 이상은 20%를 공제한 나머지가 과세대상으로 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세부 조정될 전망이다. 다만 종교단체는 과세대상에서 빠졌고 실제 과세시점도 20181월로 미뤄졌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논의가 시작된 이후 47년 만에 입법화된 것으로 2018년부터 과세가 이뤄지면 사실상 50년 만이다. 그러나 당장 내년에 시행되는 것이 아니고 법() 시행 전에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법을 다시 고치자는 의견이 대두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기독교시민총연합(CCA) 등 일부 시민단체가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까지 벌이겠다고 공언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A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굳이 지금 우리가 나서서 종교인 과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느냐정무적인 판단이 흐려진 게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인 강석훈 의원은 실제 과세액이 크지 않다여론도 우호적이라는 취지로 설득에 나섰고, ‘찬성 당론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과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난감해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야당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대표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를 대놓고 얘기하기가 부담스러운 것.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커졌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B의원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역풍(逆風)이 크다면 이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는 것 아니냐그럴 경우 종교인 과세가 2018년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의원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쪽은 어차피 진보(進步) 성향에 가깝기 때문에 선거 악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시행이 불발된다면 그에 대한 역풍도 매우 거셀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겪어온 종교인 과세 문제
 
종교인 과세 문제는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종교인 과세 방침이 최초로 추진된 것은 지난 1968년이다. 당시 정부는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가 종교계의 반발로 곧바로 철회했다. 이후 이 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금기시되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국세청이 과세 가능성을 검토했다. 당시 시민단체인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를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한다며 종교단체 등을 고발하겠다고 한 것. 그러나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의 반발 등을 의식한 노무현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이듬해 종교법인의 특수성을 들어 유보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이 문제는 서랍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정부가 다시 종교인 과세를 꺼내든 것은 5년 뒤인 2012, 이명박 정부 말기에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3년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의 하위 항목인 사례금으로 보고 소득세법 시행령에 과세 근거를 마련했고, 종교인 소득에 대해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나머지 20%에 대해서만 실질적으로 과세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또 제동이 걸렸다. 2013년과 2014년 기재위 조세소위는 종교계와 협의가 미흡하다거나 문제점을 더 보완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처리를 미뤘고, 이번에 다시 논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종교인 과세가 공론화된 2006년 이후 10년 만에 기재위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첫 관문을 넘은 셈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기재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75.3%종교인도 조세형평 차원에서 과세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상 종교인만 과세 대상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조세형평성을 저해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종교인 소득에 대해 전면 비과세하는 사례는 없다는 검토 의견을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종교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도 종교계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환영종교계 대체로 긍정적
 
종교계 과세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종교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대한불교 조계종 관계자는 4일 이와 관련해 그동안 조계종단은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해 왔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종단은 처음부터 정부와 협의할 때마다 찬성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를 받는 스님이 많지는 않은데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단체, 교육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이미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4년부터 납세를 공식 결정하고 교구별로 방침을 지켜온 천주교도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천주교 입장은 이전부터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이었다국민의 일원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천주교는 1983년부터 성직자 납세에 대해 논의가 됐고, 1994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소득세를 내기로 결정했다종교인에 해당되는 과세 표준이 아직 없어서 근로소득세 기준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정(財政)과 신자들이 내는 헌금의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현재도 명확하게 하고 있으며 국가에서 새로 원칙을 정하면 그 항목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교회협) 관계자는 종교인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에 동참하게 돼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신교 안에서도 그간 납세 동참자가 꽤 많았다법제화가 돼 납세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뒤 기획재정부, 세무당국이 잘 진행해 시행 과정에서도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 통과안이 자칫 종교인에게 특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세가 됐고 종교인 소득이라는 항목이 추가된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한기총) 관계자는 대형 교회는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곳도 있고 납세를 강제화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기존 입장이었다이번 방안과 관련해선 아직 명확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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