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계수조정 심사는 ‘예산파티’?
- 기획재정부, 지자체·국회에서 ‘갑’중 ‘갑’

예산안 처리가 성탄절을 넘겨 처리된 적이 부지기수였다. 연말 회계연도를 불과 하루 이틀 남겨놓고서야 심야시간에 처리되었다. 12월 30일 혹은 31일에 예산안이 처리된 적이 지난 2000년 이후에만 6번에 이른다. 2013년도, 2014년도의 경우 2년 연속 예산안 처리를 자정을 넘겨 새해 1월 1일에 처리되었다. 국민혈세를 꼼꼼히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민들 눈에는 볼썽사나운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여·야가 뒤바뀌어도 예산안 처리행태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연말처리 관행이 개선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 한 달 전에 국회는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가 적기에 처리해야 행정부처들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들도 새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여·야간 다툼이 있더라도 예산안은 제때 처리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헌법과 국가재정법 등에서 예산안 의결의 법정기한을 규정한 취지가 있는 것이다. 정치현안들을 매번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예산 확보 노력은 당연
과거보다 예산심사가 많이 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회의 예산조정위원회 활동을 밀실심사, 나눠먹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계수조정작업을 여·야 한통속 ‘예산파티’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고 있지만 도가 지나친 비난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이자 권한인 예산조정작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마치 국회가 필요없는 사업예산을 마구잡이식으로 챙기거나 혈세낭비라는 뉘앙스가 풍기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들이 건의한 사업들이다. 과거부터 지역불균형 발전이 이어지는 바람에 지방, 특히 농산어촌 지역은 도로,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나 산업시설도 부족하고 문화, 교육, 환경 등 모든 부문이 미흡하다. 이에 따라 정주여건도 열악하고, 산업기반시설도 부족해 일자리도 부족하다. 재정자립도가 수도권과 대도시권에 비해 매우 낮다. 따라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국비확보는 절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예산확보가 선출직으로선 당연한 임무다.
만약 선출직인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확보를 못하거나 게을리 한다면 지역주민들의 질타가 이어진다. 법으로 보장된 권한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국회의 예산조정활동과 의원들의 예산확보 활동을 무조건 비난하고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역주민들의 대표이자, 지역일꾼인 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는 것을 매도하는 것은 정치냉소만 부추길 뿐이다. 국회 예산심의·확정권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다. 정부예산안의 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제대로 비판·견제하지 못하면서 민의의 전당 국회만 마냥 두드리는 행태는 시정되어야 한다.
예산심의·확정, 제도개선 필요
예산확보 경쟁은 오히려 행정부 내에서 더 치열하다. 최종적인 정부예산안 편성권한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행정부의 부, 청단위 기관별로 상상이상의 엄청난 노력을 펼친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각종 단체들은 우선 소관 부처별로 예산확보 노력을 벌인다. 매년 4월말까지 기획재정부는 예산안편성 지침을 마련해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한다. 6월말까지 각 부처별예산요구서를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이때까지는 소관 부처별로 예산편성에 분주하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매년 4월부터 8월말까지 약 5개월 정도 예산전쟁을 치른다. 행정부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예산투쟁’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다. 행정부처 중의 왕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때부터 ‘갑’의 위치에서 어깨에 힘깨나 주고 있다. 일부 성격이 깐깐하고 친절함이 몸에 배지 않은 공무원들은 다른 행정부처 담당자나 지자체, 공공기관 담당자들에게 위세를 떨기도 한다. 불친절하게 구는 공무원들도 간혹 있다. 이는 공직자 신분을 망각하는 듯한 태도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의 국고지원에 절대 의지해야 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예산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연중 예산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진다. 평상시에도 소관부처와 기획재정부 예산편성 부서의 담당자들과 수시로 소통한다, 찾아가 읍소하기도 하고 식사자리도 갖는다. 선출직인 시장·군수마저도 예산편성·배정 권한을 쥐고 있는 행정부 공무원들에게 꼼짝 못한다.
6월말까지는 현안사업 소관부처 담당자와 간부들을 수시로 찾아가 자신이 속한 기관과 부서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설명하고 예산배정 필요성을 호소한다. 행정부의 문턱이 닳도록 다닌다. 6월말 이후는 주로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예산확보 노력을 한다. 이때가 제일 힘들다.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예산확보를 못하면 자신이 속한 기관장이나 자치단체장에게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지자체의 건의를 받고 예산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선출직인 의원들마저 최종적인 정부예산안 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의식한다. 정부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와도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파워풀하다. 예산안조정위원회라도 무조건 예산을 감액하거나 증액시킬 수 없다.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듣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매년 국회의 예산심의과정과 마지막 예산안 처리때도 행정부에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국회에 부여된 예산심의 및 확정권한을 행사할 때 기재부는 물론 국회 예산정책처도 실무적으로 참여하는 등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제도개선 모색이 필요하다. <끝> <김현목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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