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올해의 키워드는?
재계 인사, 올해의 키워드는?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12-07 10:48
  • 승인 2015.12.07 10:48
  • 호수 1127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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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구본준, 박서원, 고동진
‘세대교체’ ‘신상필벌’ ‘성장동력’ 등 그룹 체질개선 나섰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본격적인 연말 임원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이미 주요 그룹들을 필두로 재계 대부분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주요 그룹들은 세대교체, 신상필벌 등을 골자로 하는 그룹 내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또 재계 곳곳에서는 ‘누가 나간다고 하더라’, ‘누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고 하더라’ 등 카더라 통신이 나오는 모습이다.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연말 임원 인사를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삼성·LG 등 주요그룹 실적주의 인사 “먹거리 확보”
현대차·SK·롯데그룹…소폭 인사이동 트렌드

건설·유통·이통업계…예측불가‧오리무중
“X전무 올해 짤린다던데?” 카더라통신 급증

이번 임원 인사 분위기는 크지 않은 인사폭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키워드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젊은 인재들을 등용해 세대교체를 이루고, 실제로 돈이 되는 사업부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오너일가의 구성원 등의 승진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연말 인사를 실시한 LG그룹이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지주사인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 역시 이와 관련해 “소재부품,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을 찾아 관련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또 이를 두고선 실적주의 인사의 전형이라는 시각도 많다.

그 외에 LG는 통신업계 최장수 CEO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후임으로 LG화학 배터리사업을 담당했던 권영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시켰다. 연배로만 따지면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상철 부회장보다 권영수 부회장이 10년 가까이 젊어졌다.

삼성도 주력사업 CEO들이 많이 젊어졌다. 대표적인 인물로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무선사업부장으로 전격 발탁된 고동진 사장 내정자가 꼽힌다.

고동진 사장 내정자는 갤럭시 S6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개발의 전면에 섰던 인물인 만큼 삼성 무선사업 제 2의 도약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삼성 스마트폰 수장으로 대열을 이끌어온 신종균 IM부문 사장은 등기이사(대표)와 부문장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잰걸음

아직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 역시 이목이 몰린다. 재계 서열2위인 현대차그룹도 큰 폭의 임원 인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중국시장이 살아나면서 어느 정도 실적 만회가 있긴 했지만 올해 내내 실적악화에 시달려야 했다. 때문에 올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임원들이 대거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헤드쿼터다. 새로 론칭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본격적으로 띄우기 위해 개발부서 등의 승진 인사가 뒤따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수시인사가 많아 철저한 신상필벌 원칙을 지키기로 유명하다. 김윤태 북경현대 총경리(부사장)가 북경현대 4공장 건설담당 자문으로 물러났다가 중국담당 사장으로 복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그룹도 가능한 한 작은 폭에서 사람을 움직인다는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SK그룹은 12월 중순쯤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할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난해 한 차례 대폭 인사를 한 만큼 교체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네트웍스, C&C, 하이닉스 등의 실적이 나쁘지 않아 사장단 교체 요인이 적다는 평가다.

훈풍이냐 역풍이냐

주요기업들 제외하고 업계별로 살펴보면 훈풍과 역풍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올해 유통가는 면세점 대전, 오너가의 부재와 경영권다툼 등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진 만큼 인사 양상이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입가경의 형제의 난이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은 경영권을 놓고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분쟁이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주요계열사 사장단인사를 최소화할 것이란 분석이 높다.

특히 면세점 대전의 승자 신세계그룹 인사 향배가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변화보다 안정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면세점 특허권 경쟁에서 부산을 지키고 서울 입성에 성공한 신세계는 면세점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김해성 신세계 경영전략실장(사장),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와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사장) 등의 연임을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과 수장이 자리를 비운 CJ그룹의 인사 향배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인사와 관련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대상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예측이 불가능하다.

CJ그룹에서는 이재현 회장 파기환송심 결과가 인사 시기와 규모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는다면 구속 기간 동안 정기임원인사 규모를 최소화했던 만큼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강행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건설업종 인사는 주택시장 호황으로 국내 실적이 좋아졌으나, 해외건설 수주 부진도 겹쳐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문책성 인사가 일어나거나 연임, 유임 등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다는 것이다.

신진세력 등장과 소문들

이동통신 3사에선 비교적 파격적인 인사가 있을 전망이다. 이동통신 시장 자체가 연이은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정체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어느 해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 추진을 강화할 전열 정비가 필요한 때다.

재계 인사를 아우르는 방점은 3세, 4세들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재계 전체에 새로운 동력이 투입된 형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가 된 그는 현대중공업그룹 사상 최단기 승진 기록을 달성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은 지주회사인 두산면세점 전무로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두산계열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를 맡게 된 박 전무는 이후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코오롱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을 상무보로 발탁하며 4세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앞서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SPC(주) 글로벌전략경영실장이 지난달 18일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이 됐다.

한편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연말 분위기를 타고 각양각색의 카더라 통신도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사장 공모가 늦어지면서 관피아에 이어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의 관료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신 관피아 돌려막기가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일부 기업 내부에서는 ‘XX기업 퇴임 인원, 승진인원 명단’의 제목으로 이른바 찌라시가 돌기도 한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 잡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45개 상장제약사 49명의 전문경영인들 가운데 20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설도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대박행진 영향으로 제약사들의 인사 칼날이 예년보다 날카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매해 이어지는 연말 임원 인사지만 매해 파격을 오가다보니 올해 역시 무분별한 소문과 관측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12월 중에도 재계의 변화는 끊이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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