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롯데, 국적 정체성 논란
바람 잘 날 없는 롯데, 국적 정체성 논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12-07 10:47
  • 승인 2015.12.07 10:47
  • 호수 1127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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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신동빈 장남 피로연 참석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유열씨는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결혼피로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를 포함한 일본의 정·관·재계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임이 드러난 것”이라는 눈길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신유열씨 결혼으로 롯데그룹이 3대에 걸쳐 일본 여성과 화촉을 올렸다는 점도 정체성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장소도 일본…일본기업 오명 다시 붙나
3대째 이어진 일본여성과 결혼 눈길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장남 유열씨의 결혼 피로연은 지난 11월 28일 오후 12시 30분부터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렸다. 앞서 신유열씨는 지난 3월 하와이에서 미국 컬러비아대 MBA동문인 일본 여성과 결혼했다.

이날 피로연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관·재계 인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신동빈 회장과의 인연으로 참석했다. 신 회장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아베 신조 총리 집안의 교류로 인해 신 회장도 아베 총리와 일찍부터 친분을 쌓아왔고, 지금까지 깊은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은 다시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결혼 피로연이 일본에서 열렸다는 것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관·재계 인사가 참석했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정체성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롯데그룹의 실적과 규모는 한국 롯데가 더 크지만 지배구조는 일본 기업의 색이 짙다는 것이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서툰 한국어 실력과 오너일가가 일본어로 대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체성 논란은 더욱 심화됐다.

더욱이 신유열씨의 결혼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 이은 3대에 걸친 일본여성과의 결혼이다. 또 신동빈 회장의 결혼식에도 전·현직 일본 총리 3명이 참석한 바 있다. 즉, 롯데그룹의 차기 후계자의 가능성을 가진 신유열씨의 배우자와 결혼피로연에 참석한 이들의 의미를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혈육은 참석 안해

이는 그동안 신유열씨에 대해 노출된 행보가 신동빈 회장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 생활했고, 현재 롯데그룹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신동빈 회장과 일치한다. 신유열씨는 신동빈 회장이 근무한 바 있는 노무라증권 도쿄지점에 소속돼 있다. 이는 “다른 사람 밑에서 월급을 받아봐야 한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유열씨의 결혼피로연에서도 롯데家의 경영권 분쟁 상황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혼피로연에 참석한 가족은 신동빈 회장의 모친 시게미쓰 하츠코 와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가족들이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결혼 피로연은 지난 3월 결혼식이 소규모로 열려 초청하지 못했던 지인들을 위해 열렸다”면서 “신동빈 회장의 개인적인 행사인 만큼 아베 총리의 참석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은 원거리인 탓에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심문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과 신동빈 측은 “중국 사업으로 인한 1조 원 손실 발생 및 보고 누락”과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사업”이라는 내용으로 공방을 벌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 측이 제출한 1만6000쪽에 달하는 자료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오는 23일 세 번째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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