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케이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방영 5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어섰다. ‘응답하라’ 드라마 세 번째 시리즈도 성공 반열에 오르면서 드라마 속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27년 전인 당시 물가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이 200원, 담배 ‘88라이트’가 한 갑에 600원에 판매되던 그 때와 현재 물가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응답하라 1988’로 비춘 한국경제 물가 변화상을 들여다봤다.

크라운맥주·요플레·투게더 인기 합승
드라마의 성공만큼 매회 등장하는 추억의 물품들 인기도 높다. 27년 전 유행을 선도하던 물품들에 대한 반가움이다. 또 당시의 가격에 대한 놀라움도 크다.
27년 전 용돈은 100원이면 충분했다. 드라마 속 “어머니 전 100원만 주시면 올림픽 영웅들과 함께 하루 종일도 놀 수 있습니다”는 대사처럼 당시 오락실은 100원으로 2~3판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현재 오락실을 이용하려면 최소 300원에서 1000원이 필요하다. 1980년대와 비교하면 200% 이상이 상승한 셈이다.
또 당시엔 100원으로 아이스크림이나 떡볶이를 사 먹는 일도 가능했다. 펌프질을 하면 연결된 고무줄로 공기가 들어가 뜀박질을 하던 ‘펌프말’도 100원에 판매됐다.
장수 아이스크림인 ‘부라보콘’과 ‘월드콘’은 당시에도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뭔 아이스크림이 200원이나 한데? 하기사 월드콘은 300원씩 하지”는 대사를 통해 당시 물가를 짐작하게 한다.
이 외에 사탕은 5원, 70장 가량 붙어 있는 딱지 한 판은 20원, 유리구슬은 3개 10원, 별사탕으로 인기를 끈 뽀빠이 과자는 한 봉지에 20원이었다.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라면은 한 봉지에 90원, 쫀디기와 아폴로는 30원, 모나미 153볼펜은 60원이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설탕을 녹여 만든 붕어과자는 50원에 살 수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100원이면 하루 종일 노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올해 4000원으로 인상된 담뱃값은 당시 600원 수준이었다.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의 가격은 560%가량 오른 것이다.
금리 15%가 저금리?
당시 금리도 흥미롭다. 당시 금리는 15%대였다. 최근 1%까지 떨어진 금리와 비교하면 고금리다. 하지만 당시 15% 금리는 저금리로 취급받았다. 1980년대 초중반엔 20%대가 넘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덕선’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 성동일의 극중 직장으로 등장하는 ‘한일은행’은 1932년 설립된 조선신탁주식회사가 모체인 시중은행이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1998년 한일·상업은행과 합병을 선언했다.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1은 1.2가 돼야 한다”며 ‘인원 40% 감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한일은행 본점 자리에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명품관이 들어서 있다.
합병선언 후 한일은행은 1999년 1월 ‘한빛은행’으로 통합 출범했다. 당시 자산 규모 1위에 오르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행보는 금융 구조조정 역사의 축소판으로 회상되고 있다.
2001년 4월 한빛은행은 우리금융지주에 평화·광주·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과 함께 편입됐고, 이듬해 5월 30일 이름을 바꿔 지금의 ‘우리은행’이 됐다.
이렇게 은행이 외면 받아 갈 즈음 부동산 시장을 향한 눈길이 많아졌다.
‘응답하라 1988’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는 당시 시세로 5000만 원에 매매가 가능했다.
은마아파트는 1978년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316대지 23만 9224㎡에 14층 규모 건물 28개 동으로 건설된 아파트로 당시 강남구에서 개포 1단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였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민간건설업자가 주택자금을 융자받아 분양하는 아파트였으나 규모가 크고 분양가격이 2000만 원을 넘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10억 원을 넘는 매매가에 거래되고 있다.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관심은 당시 판매되던 제품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자극은 식품업계에 복고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어두운 정치·사회 분위기를 겪었던 당시의 청년들이 지금의 주력 소비층이 돼 있다는 점이 한 몫 하고 있다. 어두웠던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고,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이 드라마를 통해 자극되고 있고 이를 떠오르게 하는 판매 전략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열흘간 진행한 ‘고객 감사 대제전’의 부제를 ‘Back to 1980s, 그 시절을 추억합니다’로 삼고 80년대 백화점 전단에 쓰던 로고와 서체, 디자인을 살려 행사 전단을 만들었다. 또 1980년대 후반 톱스타였던 변진섭이 공연을 열었다.
하이트진로는 드라마에 등장한 ‘크라운맥주’를 재출시한 지 보름 만에 24만 캔을 모두 판매했다.
크라운 맥주는 1952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됐으나 하이트맥주가 개발되며 단종됐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이 화제가 되면서 22년 만에 재출됐다.
롯데제과도 드라마에 협찬한 제품과 1980년대 인기 과자 판촉물을 모아 ‘응답하라 1988 추억의 과자 판매전’을 열고 있다.
이 밖에 비락 ‘비락우유’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요플레’, ‘투게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연출 신원호)은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에 살아가는 다섯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4회 만에 시청률 8%를, 5회에는 10%대를 돌파했다. 또 방송 8회 방영 만에 전작 최고 시청률도 뛰어넘었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의 인기를 넘어서며 화제성도 지상파를 능가하고 있다.
특히 40대 이상 시청자들 사이에서 88올림픽과 쌍문동에서 영업했던 떡볶이집 ‘브라질떡볶이집’, 마이마이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앞머리 드라이, 청청패션, 동시상영관, 가수 이문세와 이상은의 노래 등이 공감을 사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