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필자의 회사에 매니저로 근무하던 K씨. 90년대 남성 댄스그룹으로 데뷔하였으나 잘 안 풀려 매니저로 전업을 하였다.
이 친구에게 삶의 목적이 무어냐고 질문을 하니 자신은 오로지 ‘여자 작업’이란다.
수준이 너무 높아 작업이 힘든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자신만의 비법을 쓰면 다 된단다. “사장님, 비 오는 날 여자 집 앞에서 무릎 꿇고 3시간동안 눈물 흘리며 사랑한다고 하면 100%로 넘어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과 수모를 준 대가로 목적(?)을 이루고 나면 더 가혹하고 매몰차게 차버린단다. 정말 나쁜 놈이다.
‘햄릿’에 나오는 ‘악어의 눈물’이 떠올랐다. 서양의 전설에 따르면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고는 그 사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린다는데, 스스로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서 거짓행동을 한다는 표현이다.
그 당시 꽤 인기 있던 TV 토크쇼 프로에서 작곡가 겸 방송인으로 유명한 J씨가 K씨와 똑같은 ‘악어의 눈물’을 무용담으로 하고 있었다. 우연인가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K씨가 본사에 취직하기 전에 J씨의 매니저를 약 1년간 하며 둘이 같이 다녔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수년이 지난 지금, J씨는 허위 학력 기재로 대중에게 심한 질타를 받고 있다.
계속 거짓말을 하다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자 얼마 전 눈물로 기자회견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더 이상 대중들은 그런 ‘악어의 눈물’ 믿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J씨는 더 이상 연예계의 일을 하기 힘들 것 같은데, K씨는 여자 연예인 하나 잘 물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하니 세상 참 불공평한 것 같다.
그래도 K모씨의 앞날도 계속 지켜보자.
비 오던 날 집 앞에서 K씨의 악어의 눈물을 지켜보며 마음 졸이던 가여운 양들과 함께….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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