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입시 부정’ 사실 여부에 촉각 곤두세워
연세대 ‘입시 부정’ 사실 여부에 촉각 곤두세워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5-11-30 11:43
  • 승인 2015.11.30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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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점표 보니…고교 4할 타자가 서류전형 ‘꼴찌’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연세대학교의 야구 특기생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실력 좋은 선수가 탈락하고 특별한 실적이 없는 선수가 입학했다는 첩보를 입수, 연세대 입학처를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4할대 성적의 뛰어난 선수의 채점표에 서류평가 및 경기 동영상 평가 등이 모두 꼴찌로 기록되면서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나타나 수사에 탄력이 가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입시비리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아마추어 야구가 올 겨울 또다른 입시 비리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야구 특기생 지원자들의 입학 관련 기록 등을 확보했다면서 입시 비리 수사에 협조한 다른 대학과는 달리 연세대는 관련 서류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해 불가피하게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어떤 학생들이 합격하고 불합격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고 덧붙이며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돼 감독, 코치들과 심판들, 그리고 서울시 야구협회 등 관련된 사람들의 계좌 및 통신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연세대 등 5개 대학에서 입시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다른 5개 대학에 대한 자료도 제출받을 예정이어서 야구 입시비리 수사는 사립대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봄부터 입시 비리 의혹 불거져
 
경찰에 따르면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내 고교 야구 감독 1명과 전직 고교 야구 감독 1, 학부모 1명과 서울시 야구협회 관계자 등 6명이 입건돼 조사를 받는 중이다.
 
야구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대한야구협회가 지난 331일 전 사무국장을 업무방해 및 사문서 위조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부터다.
 
전 사무국장이 규정에 맞지 않는 경기실적 증명서를 발급해 학생 2명이 대학에 입학하도록 도왔다는 것.
대한야구협회 측은 전 사무국장이 경기실적서 발급 기준을 어겨가면서 고교 야구선수 두 명의 경기 실적서를 발급하도록 지시했고, 이 실적서는 대학 입학에 사용됐다면서 실적서 내용을 살펴보니 입시비리 의혹이 짙었다고 말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은 이 사건을 입시비리라는 큰 틀 보다는 야구협회 내부 알력 싸움으로 인한 단순 고소사건으로 취급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대학 특기자 입시를 치렀던 고교야구 선수 홍승우 군의 아버지 홍창기 씨가 입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6월 수사력을 확대했다.
 
홍 씨는 연간 타율 429, 그리고 전국 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았던 아들이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던 연세대 입시에서 탈락했다그 자리를 성적이 훨씬 못 미치는 방어율 9점대 투수나 타율 2할대 타자들이 채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홍승우 군은 전국 고교 야구대회에 참가해 최다득점상과 수훈상을 받으며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홍 군은 지난해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냈지만, 올해 연세대 야구특기생 입시에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평균자책점 9점대의 저조한 성적을 낸 A군은 홍 군을 제치고 합격했다. 전년도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한 선수들의 평균 기록과 비교해도 많이 처지는 성적이다.
 
입시커넥션피해자 좌절 겪어
 
당시 입시 채점표를 살펴보면, 야구 특기자 전형은 서류 평가 100점 만점에 실기 평가 40점 만점인데 홍 군은 서류평가부터 꼴찌였다. 홍군의 지난해 성적은 4할대였는데 최하점을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홍 군의 경기 실적 증명서를 보면 우승 3회에 개인상 4회로 외야수 지원자 가운데 가장 우수했고 제출한 경기 영상은 전국 대회 결승 수훈상을 받았던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실적 평가 평균이 32점으로 최하위였고 경기 동영상 평가도 꼴찌였다.
 
홍 씨는 저희 아들만 평균 점수가 70점대고 나머지 아이들은 80점대다. 더군다나 방어율 9점이라고 나온 애는 3학년 때 세 게임 뛴 게 전부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실기 테스트 채점 결과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홍 군은 지난해 고교 리그 4할 타자였는데 히팅 능력 점수가 5점 만점에 2점이었고. 치르지도 않은 미니 경기 테스트 점수도 기록된 것을 보니 역시 꼴찌였다.
 
연세대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한 투수를 포기하면서까지 뽑아야 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불합격 처리했다야수보다는 투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세대에 입학한 같은 포지션 선수의 타율은 2할대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야구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홍 군은 입시 커넥션으로 어린 나이에 좌절을 겪고 현재 재수하고 있다.
 
홍 군은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여러 스카우터들에게 인정받던 야구선수였다. 그런데 학교동문회와 야구부 감독의 비리에 의해 프로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저에 대해 비리와 만행을 저지른 감독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관련법 등으로 싸우셨는데 그 사람들이 승우 진학을 방해하겠다는 식으로 매일 협박전화하고 집에까지 찾아와서 힘들고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한편, 지난 2012년에는 입시 비리 사건으로 양승호 전 고려대 감독이 징역을 선고받는 등 프로야구팀 지도자 경력을 가진 명문대 전·현직 감독들이 대거 처벌을 받은 바 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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