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예능프로그램과 CF,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톱스타 Y가 지난 4월 위자료청구소송을 당했다. Y를 고소한 사람은 9년 전 그녀를 데리고 모 방송사의 오지탐험 프로그램을 촬영했던 외주제작사의 다큐멘터리 감독 정 모씨. 정씨는 9년 전 Y에게 강간치상 및 폭행혐의로 고소를 당해 8개월의 형을 살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정씨는 9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구속 때문에 충격을 받아 부친은 사망했고, 아내와 이혼해 가족이 풍비박산 났다며 위자료 1억여원을 요구하며 Y를 고소했다. 정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고소를 하게 된 이유는 당시 Y의 소속사 관계자 J모씨가 “당시 검찰에 제출한 강간치상 증거자료는 조작된 것”이라고 고백했기 때문. 9년 전 사건의 전말과 판이하게 엇갈리는 각 자의 주장을 들어봤다.
1998년 당시 오지탐험 촬영이 예정되어 있던 여배우가 사정으로 촬영이 불가능하자 같은 소속사에 있는 Y를 프로그램 감독인 정씨에게 추천했다. 정씨는 탐탁지 않았지만 Y가 수영을 잘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자 카메라감독(남성)과 Y, 정씨 셋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으로 촬영을 떠났다.
현지 촬영 과정에서 Y가 실제는 수영을 하지 못했고 험한 촬영의 특성상 정씨는 Y에게 험한 질책을 많이 했다고 한다. 촬영 후 촬영팀은 호텔(숙소)의 로비에서 식사를 했고 이후 정씨와 Y는 둘이 맥주를 마셨다.
엇갈리는 주장
정씨는 이후 Y의 방으로 동행했다. Y의 방으로 들어간 경위에 대해 정씨는 “촬영팀에게는 남녀 숙소의 엄격한 개념이 없다. 촬영 중 힘들었던 감정을 풀어주며 업무상 불가피한 질책들이었음을 설명하고 다음날 출국일정을 알려줄 겸 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방에 처음 찾아갔던 시점은 맥주를 마시기 전이며 Y와 맥주를 마신 후 다시 Y를 방에 데려다줬고 화장실이 급해 잠시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Y는 “정씨가 술을 마신 후 방에 따라들어와 침대로 Y를 밀치고 강간시도를 했지만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등 틈을 만들어 도망쳤다. 그리고 동행했던 촬영기사에게 구원요청했다. 강간에 실패한 정씨는 다음날 새벽 Y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귀국 후 정씨는 촬영 테이프를 편집하면서 Y의 체험정도가 빈약해 방송에 내놓기 어렵다고 판단, 해당 소속사에 전화해서 “출연자가 함량미달이어서 방송
못 나가면 제작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화를 냈다.
Y는 귀국 후 한 달 반이 지났을 무렵 정씨를 ‘강간치상 및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증거자료로 자신의 찢어진 원피스와 팔의 멍자국 사진, 전치3주 진단서를 제출했다.
정씨는 당시 Y측으로부터 1억원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무죄를 주장하며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구속된 정씨는 강간미수혐의로 징역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받고 8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로 인해 부친은 아들이 구속됐다는 정신적 충격으로 사망했고 아내와도 이혼
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이번 정씨의 고소사건에 대해 정씨와, 전 소속사 관계자, Y측 현 소속사의 주장은 어긋나고 있다.
정씨 가정 풍비박산
정씨는 당시 징역살이의 결정적인 근거가 됐던 증거의 조작에 대한 전 소속사 직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Y를 상대로 위자료 1억여원을 요구했다.
정씨는 “Y의 전, 현재 소속사의 갈등에는 관심이 없다”며 “1억요구는 형식일 뿐, 단지 강간미수 혐의가 억울해 진실규명으로 나중에 자녀를 만나면 떳떳해
지고 싶은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Y의 전 소속사 관계자는 “증거조작은 사실이지만 조작 및 1억원 합의금 요구는 모두 Y가 원한 것”이라 주장했다. 또 증거조작에 대한 뒤늦은 고백은 정씨에 대한 인간적인 가책이라고 말했다.
Y의 현 소속사는 “당시 Y는 그러한 시도를 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고 가능하지 않다. 모두 전 회사의 뜻이었고, 정씨가 고소하게 된 배경에는 Y의 전 소속사가 톱스타인 Y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Y가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만큼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사건이 거론되면 사실관계를 떠나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Y측-전 소속사-정씨의 주장에서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강간시도의 유무성, 당시 합의금 요구와 증거조작을 이끌었던 주체, 이번 정씨의 고소 배경 등에서 서로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거가 조작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행위의 주체를 떠나 정씨와 전 소속사, 현 소속사도 인정했다.
지난 4월23일 정씨의 위자료청구소송 이후 지난 6월 정씨와 Y 양측은 준비서면을 주고받았다. 정씨는 준비서면을 통해 “당시 제출된 폭행흔적 사진은 조작됐다, Y가 발급받은 진단서가 타당치 않다, 증거로 제출한 Y의 찢어진 원피스는 직접 찢었다는 Y의 언급을 들은 전 소속사 직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Y측은 “Y의 불법행위는 입증되지 않았다. 정씨는 Y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보다 당시 확정됐던 형사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통해 사실을 밝힘이 선결과제”라며 맞섰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 인터뷰
다큐멘터리 감독 정씨 “Y측 증거자료 조작됐다”
- 왜 더 일찍 고소하지 않았나.
▲ Y측에서 제출한 모든 증거는 조작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증거자료가 제출돼서 무죄 입증이 어려웠고 나는 대질심문 한번 못한 채 기소됐다.
- 9년이 지난 뒤 고소 배경은.
▲ 당시 Y의 소속사 관계자였던 J씨가 “증거는 조작됐다”며 양심고백을 해줬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지난 12월 J씨를 만나게 됐다.
- 기소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 Y의 주장대로 내가 Y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때렸다면 정말 파렴치범이다. 바로 구속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구속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6개월간 검사는 내게 합의하라고 계속 종용했고 밤마다 검찰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시달림을 많이 받았다. 또 3자대면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 J씨와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눴나.
▲ J씨가 “그 당시의 일을 사죄한다, 증거는 조작됐다”며 명예회복을 시켜준다고 했다. 처음에는 잘 나가는 Y를 왜 죽이려 하냐, 이제 와서 무슨 명예회복이냐며 고사했지만 자꾸 물러서다보니 죄가 있어 피하는 것 같아서 고소결심을 했다. 가족을 잃고 힘들게 살았던 내 인생을 알고 J씨도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J씨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Y가 내게 강간을 당했다고 알고 있었다.
- 강간미수 혐의는 여전히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 강간을 시도했다면 바로 구속이 됐어야지 왜 6개월이 걸렸나. 또 Y는 전 소속사에는 강간을 당했다고 했고, 지금은 강간당할 뻔 했다고 한다. 촬영팀에게는 엄격하게 남녀 숙소의 개념이 없다. 힘들면 안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Y의 방에 들어간 것이 사실이고 여자는 당했다고 하니까 구속이 된 것 같다.
- 이번 소송으로 위자료 1억원 이상을 요구했다. 원하는 게 무엇인가.
▲ 나도 사람인지라 톱스타가 된 Y에게 칼질하고 싶진 않다. 돈이 목적이라면 더 많은 액수를 요구했을 것이다. J씨가 당시 상황을 고백했으니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을 뿐이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 인터뷰
Y의 전소속사 관계자 J씨 “Y가 증거 조작해 달라고 했다”
- 양심고백의 배경은.
▲ 정씨의 지인이었던 모 감독과 내가 아는 사이였다. 그 감독이 내게 “남자답게 한번 정씨에게 얘기해보라”며 권유를 하더라. 정씨가 처음 만났을 때는 나를 마치 벌레 보듯 봤다. 나 같아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마음의 고백을 했고 힘이 된다면 도와준다고 했다.
- 정씨를 만나니 어떤가.
▲ 방송 일만 하던 사람이 징역을 갔는데 얼마나 힘들었겠나. 가정도 파탄났다더라. 인간적인 감정, 연민을 많이 느꼈다.
- 당시 증거가 조작됐다고 말했는데.
▲ 아마 Y는 증거조작을 부인할 것이다. Y가 증거를 조작해달라고 했다. Y가 멍자국을 스스로 분장했고, 사진은 내가 찍었다.
- Y가 정말 강간치상을 당했다고 생각하나.
▲ 최근까지 Y가 정씨에게 강간당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씨를 만나고 나니까 (Y에게)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시 정씨를 고소한 이후 합의금 1억원을 요구했다. 누구의 의견인가.
▲ Y가 합의금 1억원을 제시했다. 그래서 내가 정씨에게 찾아가서 요구했다. 1억원이라는 금액은 Y가 정한 것이다.
- Y가 귀국했을 때 상황이 기억나는가.
▲ 귀국하는 날 공항에 Y를 데리러 갔다. 공항에서 봤을 때는 Y에게 멍자국이 없었다. 나는 그래도 Y가 강간당한 줄 알고 있었다. Y가 분장을 할 줄 안다면서 팔 등에 멍자국을 분장해와서 사진을 찍어줬다. 스스로 분장했다는 Y의 말은 나 뿐 아니라 사장님도 들었다.
- Y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전했나.
▲ 피디가 덮쳤다고 했다. 조용히 넘어갈래, 고소할래 물어보니까 금전적인 요구를 하겠다고 하더라.
- Y와는 얼마나 일을 했나.
▲ 무명시절부터 같이 있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4월 Y는 현재 소속사로 옮겼다.
- 어떤 결과를 바라고 이러한 증언을 하는 것인가.
▲ 나는 금전적으로 바라는 것도 없다.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증언을 입증할 자료가 있는가.
▲ 당시 조작된 증거를 찍었던 사진의 필름 원본이 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 인터뷰 Y의 현 소속사 측 입장
“전 소속사가 증거 조작했다”
- 이번 정씨의 고소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씨는 원치 않았던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10년이 된 사건을 이제 와서 들추면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 Y나 정씨 당사자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서로 제살 깎아먹기 아닌가. 소송 진행 배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 소속사가 우리 회사에 태클을 걸었지만 잘 걸리지 않자 이제 9년 전 일까지 들춰내는 것이다.
- 전 소속사는 Y가 증거조작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 당시 정씨에게 합의금 1억원을 Y가 요구했다고 하는데, Y는 1억원의 1자도 들어보지 못했다. Y의 의향을 전 소속사가 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Y는 아무것도 몰랐다. 20살 갓 넘은 여자아이였다. 그런 요구를 할 수 없는 어린 나이다. 정씨가 합의를 안해주니까 (전 소속사가)증거조작까지 하게 된 것이다. 회사(전 소속사)가 만들어낸 일을 회사(전 소속사)가 다시 들춰내는 것,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 고소의 목적이 뭐라 생각하나.
▲ 의도는 연예인 흠집내기, 이미지 실추, 정씨의 명예회복일 것이다. 그러나 세 가지 모두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전 소속사와 우리 회사는 5건의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다. Y가 전 소속사에 출연료 미지급 건에 대해 소송했고 청구금액 5억원 중에 4억6000만원 이상의 지급 판결이 지난 5월 내려졌다.
- 전 소속사가 정씨 고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인가.
▲ 현재 전 소속사와의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이지만 단 한 번도 우리가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 수비만 했을 뿐이다. 5건의 소송을 수습하면서 1년을 보냈다.
- 강간미수로 정씨가 당시 처벌을 받았다. 정씨는 강간시도 사실이 없다며 억울함을 주장한다. 강간 ‘의도’와 ‘시도’가 있었다고 보나.
▲ 강간은 당하지 않았지만 강간시도는 있었다. Y가 울면서 그렇게 이야기 했다. Y는 더 많은 계약금도 고사하고 1년 넘게 우리와 일하고 있다. 심성이 착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 차후 대처방안은.
▲ 정씨에게는 악감정이 없다. Y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결이 나면 우리는 법적 판결에 꼭 따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 무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에는 제3의 인물이 찾아와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녹취되어 있다.
신연희 sy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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