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박인비와 리디아 고가 각종 타이틀을 나눠가지며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한국선수들은 역대 최고 15승을 합작하며 LPGA 필드의 반짝 스타가 아닌 대세주가 되면서 태극낭자 전성기를 이룩했다. LPGA 투어도 올해 더욱 젊어진 선수층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2016년에는 대회가 추가되는 등 침체기를 벗어나 기지개를 켜며 여자골프 호황기를 맞았다.
한 시즌 최다승 한국선수들, 유망주 가세로 한류열풍 정점 찍어
韓 기업 지원에 판 커진 2016시즌…리우올림픽 최정상 대결 예고
비록 마지막 대회 우승컵을 미국선수가 들어 올렸으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을 확정했고 박인비는 평균타수 69.415를 기록해 이 부분 1위에 올라 목표했던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충족시켜 예약을 마쳤다.
이처럼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 올 시즌을 장식하면서 LPGA투어에서의 입지도 강하게 구축했다. 특히 한국선수들은 한 시즌 최다승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개막전인 코츠골프 챔피언십에서 촤나연이 우승을 목에 건 이후 박인비의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까지 15승을 합작해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승(2006·2009)을 가뿐히 갈아치우며 위상을 높였다.
또 올 시즌 벌어들인 상금 규모를 보더라도 한국 선수만 1680만 달러로 전체 상금(5910만 달러)의 28%를 수확했다. 교포 선수들까지 합치면 무려 40%에 달하는 2300만 달러 규모로 늘어난다.
박세리를 넘어선
박인비의 뚝심
그 중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골프여제 박인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2013년 6승을 기록한 이후 2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5회(메이저대회 2승) 포함 톱10에 15차례 진입하며 베어트로피(평균타수)를 수상했다. 상금순위와 CME 글로브 포인트, 올해의 선수 부문은 2위에, 다승은 리디아 고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비록 주요 타이틀은 아쉽게 리디아 고에게 내줬지만 2013년 이후 최고의 성적으로 그가 목표로 했던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루면서 박인비에게는 최고의 해가 됐다.
우선 박인비는 지난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하면서 아시아인 최초이자 LPGA투어 사상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쳐 베어트로피를 수상해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인 포인트 27점을 모두 채웠다. 박인비가 2016년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박세리 이후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지난 24일 입국한 박인비는 “골프 인생의 목표인 명예의 전당 회원 자격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생애 최고의 한 해였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목표이자 롤모델이었던 박세리 선수를 여러 부문에서 뛰어넘었다.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해서 박인비는 올해 2경기를 추가해 통산 7승을 거두며 박세리(통산 5승)를 넘어섰다.
상금기록에서도 그는 통산 총상금 1258만995달러(약 145억7500만 원)을 기록해 박세리의 통산 총상금 1256만3660달러 기록을 제쳤고 앞으로 더욱 격차를 벌릴 예정이다.
이에 박인비는 향후 통산 획득 총상금액 1위인 안니카 소렌스탐의 2257만 달러 기록을 뛰어넘을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기록을 넘어설 경우 더이상 오를 나무가 없을 정도로 박인비 스스로가 LPGA의 신기록으로 남게 된다.
신인왕 기세
올림픽까지 이어간다
하지만 결국 김세영이 조기에 신인왕 자리를 확정하며 먼저 웃었다. 김세영은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과 롯데 챔피언십, 블루베이에서 각각 우승하는 등 모두 3승을 거두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은 지난 25일 LPGA와 KLPGA 올스타전 성격인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대회를 앞두고 “그토록 꿈꾸던 올림픽 출전이 좀 더 현실로 다가왔다. 2016년에는 세계랭킹 4위가 목표”라며 각오를 전했다.
특히 그는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할 뜻을 전했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김세영은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7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올림픽에는 한 국가당 최대 4명의 선수만이 출전할 수 있어 박인비(2위), 유소연(5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에 김세영은 랭킹 4위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밖에 신인 김효주도 1승을 챙겼고 장하나는 비록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상금순위 15위를 기록했다.
LPGA 투어 데뷔 4년차인 유소연도 시즌 우승은 없지만 상금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그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LPGA에서 놓친 우승에 대한 위안을 삼았다.
이런 가운데 LPGA는 지난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LPGA에서 주요 장면을 만들어낸 선수들로 양희영, 최운정, 김세형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희영은 ‘올해의 라운드’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 10월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10번부터 18번홀까지 9연속 버디 행진을 펼쳤다.
9홀 연속 버디는 1999년 베스 대니얼이 필립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세운 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LPGA는 “남녀 통틀어 프로대회에서 이런 기록은 나온 적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인왕 김세영은 ‘올해의 샷’으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오아후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연장전에서 154야드를 남긴 곳에서 날린 샷이글로 우승을 차지해 ‘기적의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시즌 마지막까지 웃지 못한 선수들도 등장했다.
먼저 상금순위 15위에 오른 장하나는 24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톱 10에만 9차례 진입하며 시즌을 마쳤다. 더욱이 시즌 최종전을 포함해 2위만 4차례 차지했지만 끝내 우승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는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올 시즌 2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톱10에 14차례 진입해 상금 순위 3위, CME 글로브 포인트 4위, 평균 타수 3위, 올해의 선수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루이스는 단 한 번도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고 2위 5회, 3위 3회 등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림픽 4자리
한국낭자들 대격돌
한편 2016 LPGA 투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만나면서 더욱 풍성한 한 해를 약속하고 있다. 특히 세계정상급 선수들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메달 획득에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이에 올림픽 출전 기회부터 박빙의 대결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랭킹에 따라 국가 당 2명씩 남녀 60명씩 출전하는데 15위 이내에 든 선수는 한 국가에서 최대 4명까지 나설 수 있다. 이에 남자골프에선 미국이, 여자골프에선 한국이 4명까지 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자골프의 경우 한국선수들이 세계랭킹 15위 안에 이미 7명이 올라 있어 이들 안에서도 치열한 랭킹다툼이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랭킹 2위인 박인비를 비롯해 유소연(5위), 김세영(7위), 양희영(8위), 전인지(9위), 김효주(10위), 장하나(14위) 등이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시즌 전반전부터 치열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6 시즌에는 LPGA 투어에 2개 대회 추가 되고 상금 규모도 400만 달러가 늘어난 6310만 달러(약 772억 원)가 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맞춰 한국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현재 LPGA 투어에 활동 중인 한국 선수는 25명 정도, 교포 선수까지 포함하면 33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전인지 등 KLPGA에서 활동하는 유망주들이 합류하고 LPGA 2부 투어의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한 한국 선수까지 합치면 한국선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2016 시즌에는 누가 여왕의 자리를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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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