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출신 정종섭 동구갑 차출…경북고 동문들 난처
경주 출신 정종섭 동구갑 차출…경북고 동문들 난처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11-30 10:05
  • 승인 2015.11.30 10:05
  • 호수 112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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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마 예상자로 짚어본 ‘박심’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대구지역 12개 선거구의 실전 배치도가 사실상 완성됐다. 지금부터는 부분적으로 출마지역을 교통정리 하는 절차만 남았다.”
대구 정가의 새누리당 주변에서 나도는 말이다. 청와대와 친박계 핵심부에서 대구에 박근혜 대통령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현 정부 내각과 청와대에서 활동한 인물들을 전진 배치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현재 사실상 출마가 확정된 ‘대통령의 사람들’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동구갑·현역 류성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달성·이종진), 윤두현 전 홍보수석(서구·김상훈), 전광삼 전 춘추관장과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북갑·권은희) 등이다. 경북에선 백승주 전 국방차관의 구미갑 출마가 확정적이다.

특히 정 장관의 동구갑 출마에 대해선 여러 가지 뒷얘기가 나온다. 이 지역의 현역이 경북고 동기인 류성걸 의원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인접 지역구인 동구을의 유승민 의원과도 동기다. ‘유승민 파동’이 일어났을 때 류 의원은 유 의원 입장에 섰던 대구 초선 7명 중 한 명이었다. 동기 세 사람이 미묘한 관계가 됐다.

이를 두고 대구 정가의 한 인사는 “정 장관이 고향인 경주 출마를 접고 대구, 그것도 고교 동기가 있는 동구갑으로 가는 건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까닭으로 봐야 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북고 동문회에선 매우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대구 수성구갑에서 경북고 선후배인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동구갑에서도 동문 대결이 예고된 탓이다.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찍힌 유승민 의원의 상대로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나섰다. 이 전 청장은 원래 친박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출마의 변에서 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을 언급하며 유 의원을 공격했다.

지역정가에선 “동구을에 내각이나 청와대 출신을 내려 보내면 너무 노골적으로 ‘유승민 찍어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구청장 재선 출신인 이재만 전 청장이 대항마로 투입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대구 심인고 출신 3인방도 지역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친박계 핵심 실세인 김재원 의원은 경북 군위-의성-청송에서 3선 도전에 나선다. 김 의원의 심인고 선배인 윤두현 전 홍보수석과 백승주 전 차관은 동기생이다.

그러나 일부 선거구에선 과연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을 가질 만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 북구갑이 대표적이다. 이곳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전광삼 전 춘추관장과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이 동시에 뛰고 있다. 여기다 정태옥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부인이 청와대에 근무한 인연 등을 들어 ‘박근혜 마케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유승민 의원 상가(喪家)에서 ‘TK 물갈이론’을 직접 언급하긴 했지만 그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밝힌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국무총리’ 구상과 ‘TK 물갈이론’을 연결시키는 시각이 많다. ‘친박계 총리’는 곧 ‘TK 총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런 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충성심 높은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이기 때문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중량감 있는 인물들에 대한 ‘TK 추가 차출설’이 계속 거론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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