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표 독선적 행보…총선 앞두고 위기설 증폭
안철수 의원측 혁신 전당대회 요구에 ‘앞길 험난’
[일요서울 | 장연서 프리랜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 야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친노에 대한 비노진영의 반감을 잠재우기 위해 꺼내든 이른바 ‘문안박 연대’가 안철수 의원 측이 거부하고 혁신전대를 역제안 해 야권의 운명이 ‘시계 제로’의 상황에 몰렸다.
최근에는 천정배 의원의 신당세력을 중심으로 ‘친노 때리기’에 가세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문 대표의 여러 카드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보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 구성원을 배척하는 친노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당 주요 구성원의 반대와 만류에도 강행하려는 문 대표의 독선이 당을 분열과 불신의 늪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친노에 대한 비노의 불만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이미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의 갈등이 봉합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야권 내부의 갈등은 총선이라는 절대적 과제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아직 친노와 비노 그룹의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 안전핀이 뽑힐 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신당 창당 추진세력과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이 야권을 겨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원은 지난 11월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호남!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최진(연구원장) 토크쇼’를 열었다.
창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원외정당인 민주당의 김민석 전 의원, 문재인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유성엽 의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박주선 의원은 “죽음이 뻔한 정당(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사명”이라며 “미지의 길이지만 개척자의 정신으로 신당을 만드는데 구호뿐 아닌 행동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국정 교과서 논란 등을 언급하며 “새누리당이 잘못해도 국민의 지지가 새정치민주연합에 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는 이미 여당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신당이 최후의 수단이 돼야”
새정치연합 소속 비주류 의원들은 신당 창당에 대해 견제적인 발언을 하면서 당에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유성엽 의원은 “신당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한다”며 “분열이나 분열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지금 야당·야권의 모습은 여당·여권이 아무리 잘못해도 반사이익을 누리기 어렵게 한다”며 “그러다 보니 광주를 중심으로 신당 움직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호남권 의원 3~4명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현역 하위 20% 물갈이를 위한 평가작업이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일부 인사들이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주류 움직임에 맞서 주류 측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초·재선 인사 50여명은 27일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연대 수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중진 의원들도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관계회복을 위한 물밑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당원 쪼개기 강요”
문 대표 측은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며 무리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고 당 세력 규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친노친영이 이렇게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지난 재신임을 묻는 과정에서 비주류 진영의 취약한 당내 기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위 연기와 공천혁신안 의결 보류, 무기명 투표 등 비주류 진영이 강하게 요구한 사항들이 모두 무산된 데다 ‘비주류의 단체행동’에 동조한 의원도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주류는 몰아치고 비주류는 초라했다”며 “왜 국민과 당원을 둘로 가르는 선택을 강요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렇다고 문 대표 측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지도자급 비주류 인사들은 여전히 문 대표의 독선적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이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9월 안 의원은 혁신안에 대한 반발을 이유로, 김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이유로 중앙위에 불참한 바 있다.
당장 비노그룹의 결집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해서 방심할 수 없다. 재신임 투표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센 것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야권 인사들의 견해다.
이에 새정치연합의 한 인사는 “친노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려는 숩관이 있는데, 이는 분열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면 친노 비노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 분명한데도 총선주도권잡기에 혈안돼 앞길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홍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문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분열가속화론”과 함께 “당내 리더십을 한층 강화하면서 총선까지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반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총선 정국 때 분열된 당심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에는 현 지도부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물론, 새정치연합 역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끝내는 당이 쪼개지는 사태도 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역시 대권가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야권 내 계파갈등이 더 거세질지 잦아들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친노·주류 측에서는 문 대표가 화합을 위해 진정성을 보이고 있는 이상 비주류의 책임론이 힘을 잃으며 갈등이 적어도 수면 아래로 잠복하리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계파별 세대결 양상이 빚어져 오히려 신경전이 고조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천 의원의 신당을 두고도 전진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오히려 총선이 임박할수록 계파갈등이 봉합되고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신당과 관련해 현재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당의 실질적인 대표가 따로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당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문 대표를 움직이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소리가 적지 않게 돈다. 이는 야권 분열을 더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해찬 의원이 문 대표를 움직이고 친노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비주류인사들은 문 대표를 비롯해 이 의원 등 친노 인사들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핵심 눈물의 불출마
야권의 한 인사는 “당 대표는 문 대표지만 문 대표를 움직이는 인물, 즉 실질적인 당의 운영은 이 의원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문 대표는 모든 것을 이 의원과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상의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지시를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당 탈당 등 불만표출이 새정치연합 내 친노세력을 이끄는 이 의원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인식도 없지 않다. 이에 이 의원이 문 대표와 함께 신당창당에 적극 대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경 천 의원 발(發) ‘호남신당론’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시 “지역신당은 후진적인 것으로, 절대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때 새정치연합 세종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천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를 하려면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한 퍼블릭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새정치 내 친노진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당 안팎에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파상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친노 일각에서 일부 친노 인사들의 불출마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당과 비노 세력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포석아니냐”고 분석한다. 친노계에서 조차 “총선 공천룰 확정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부 친노인사들의 불출마가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인사가 이 의원과 한명숙 의원이다. 두 사람은 문 대표와 함께 새정치연합을 움직이는 핵심으로 꼽힌다. 이 중 이 의원은 문 대표의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모든 사항을 이 의원과 상의한 뒤 결정한다는 것이다.
비노계의 한 인사는 “문 대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당 운영과 관련해 이 의원이 대부분의 사항을 숙고하고 결정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렇다보니 문 대표에 대한 불신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친노 대표주자인 두 사람의 불출마론은 사실상 당의 회생을 위해서는 두 사람이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 안팎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불출마할 경우 문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 진영’에 대한 공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질 전망이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19대 때 한 번 당했으면 족하다. 20대에서 또 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 바깥에서는 ‘신당론’으로 원심력을 심화하면서 당 안에서는 '친노 패권주의'로 당 주류를 공격하는 ‘투트랙 전략’이 올해 말로 갈수록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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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서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