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100배 즐기기

오매불망 기다리던 한가위다. 주말이 낀 탓에 쉬는 날은 3일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연휴의 묘미까지 포기할 순 없는 법. 귀성길 전쟁에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면 가족, 연인, 친구와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며 여유를 만끽해보자. ‘추석 특수’를 노리고 다양한 작품이 준비돼 있으니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영화는 ‘신상’ 위주로 소개한다.
▶ 영화
올 추석 극장가에선 대작 대신 여러 장르의 중소규모 영화가 개봉해 ‘다양성’을 충족시킨다. 중장년층을 위해 ‘추억의 영화’들도 재개봉한다.
가족과 극장 나들이
추석답게 가족이 함께 봐도 무방한 영화가 두루 포진해 있다. 한국영화 중엔 <신기전>과 <울학교 이티>, 외국영화 중엔 다큐멘터리 <지구>와 3D 애니메이션 <스타워즈:클론전쟁>이 대표주자.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신기전>(15세 관람가)은 실존하는 세계최초의 다연발 로켓포 ‘신기전’에 허구를 더한 ‘팩션’ 장르다.
신기전 개발을 둘러싼 조선과 명의 대결에 남녀주인공의 로맨스와 유머를 곁들였다.
연기파 배우 정재영과 허준호가 극을 이끌고 한은정이 데뷔 후 첫 사극에 도전했다. 5천여명의 엑스트라와 특별 제작된 신기전이 동원된 대규모 액션신은 보는 재미를 더하지만 전체적으론 아쉽다.
<울학교 이티>(15세 관람가)는 해직을 면하기 위해 영어선생이 되어야하는 체육선생의 고군분투를 그린 코미디물. 김수로가 위기의 영어선생 ‘천성근’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명품 조연’ 이한위가 이를 돕는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버무린 전형적인 한국형 코미디영화. 한국의 입시 교육 비판도 담겨있다.
장동건이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를 모은 <지구>(전체 관람가)는 40여 명의 카메라맨이 4500일간 촬영한 ‘지구’를 보여준다. 북극곰과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의 여정을 따라 드러나는 웅장한 자연경관과 수많은 동식물의 모습은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지구가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 메시지도 전한다.
올 추석 유일의 애니메이션물인 <스타워즈: 클론전쟁>(전체 관람가)은 실사 <스타워즈> 시리즈 2, 3편에서 언급되는 ‘클론전쟁’을 다룬다. 실사 영화 출연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고 아나킨, 요다, 오비완 등이 등장해 친숙한 재미를 준다. 어른보단 아이들이 좋아할 내용.
전설적인 그룹 ‘아바’의 노래로 만든 동명 인기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맘마미아>(12세 관람가)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결혼을 앞두고 친 아빠를 찾아 나선 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만큼 엄마와 딸이 다정하게 손잡고 보기에 더없이 좋다.
친구 혹은 연인끼리
<영화는 영화다> <20세기 소년> <방콕 데인저러스> <꽃보다 남자> 등 마음 맞는 친구끼리 볼 만한 영화도 많다. 달착지근한 멜로물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연인끼리도 괜찮다.
소지섭, 강지환 주연의 <영화는 영화다>는 깡패인 강패(소지섭)와 인기스타 수타(강지환)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배우를 꿈꾸던 강패는 수타로부터 영화 출연제의를 받고 “액션신은 진짜로 한다”는 조건 하에 이를 수락한다.
마지막까지 남은 한 사람이 결말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타와 강패는 영화와 현실을 넘나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소지섭과 강지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대결과 사실적인 액션신이 매력요소.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쓴 작품답게 독특한 상황과 묘한 분위기도 재미를 자아낸다.
<20세기 소년>은 세계적으로 2천만부가 팔린 우라사와 나오키의 동명 인기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30년 전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만든 ‘예언의 서’에 따라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이와 여기에 맞서는 이들의 전쟁을 미스터리와 스릴러, SF로 풀어낸다.
일본, 뉴욕, 파리 등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려 6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해 3부작으로 제작됐고 이번에 개봉하는 작품은 1부다. 2시간 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관람 전 고려해야 할 사항.
<방콕 데인저러스>는 ‘왕년의 오빠’ 니콜라스 케이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통 액션물이다. 프로킬러 조(니콜라스 케이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방콕 갱 ‘수랏’과 벌이는 대결을 수상 액션, 오토바이 액션 등 다양한 액션신 속에 담아낸다. ‘카오 루앙 사원’을 비롯해 방콕의 여러 명소도 볼 수 있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동명 만화가 원작인 <꽃보다 남자>는 로맨틱코미디를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까칠한 성격의 재벌2세 ‘츠카사’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잡초소녀 ‘츠쿠시’의 프러포즈에 얽힌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원작은 물론 일본 드라마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란 점이 신선하고 일본 드라마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해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중년의 ‘추억’을 위하여!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 영화가 꾸준히 재개봉되는 가운데 이번 추석엔 8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 2편이 서울 하리우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제목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영웅본색>과 <더티댄싱>이 그 주인공. 개봉 당시 <영웅본색>은 남성들이, <더티 댄싱>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했던 영화다.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웅본색>은 홍콩 암흑가를 배경으로 남자들의 우정과 비극적 관계를 화려한 액션 속에 담아낸다. 주윤발, 장국영, 적룡의 연기가 압권.
특히 바바리코트를 걸친 채 성냥을 입에 문 주윤발은 당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더티 댄싱>은 ‘댄스영화’의 고전으로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의 연기와 댄스 실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수수한 여자 ‘프란시스’와 가난하지만 열정적인 댄서 ‘자니’의 사랑 이야기는 지금 봐도 애틋하고 ‘The time of my life’를 비롯한 삽입곡들은 귀를 즐겁게 한다.
▶ 공연
추석 공연은 역시 ‘버라이어티쇼’가 대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은 ‘2008 쇼 뮤지컬 추석 판타지’. 라스베이거스 극장 쇼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 볼거리에 뮤지컬처럼 구성까지 갖추고 있어 탄탄한 재미를 자랑한다.
‘효와 가족, 사랑’을 테마로 한 올해 ‘쇼 뮤지컬 판타지’는 최고의 트로트가수 현철과 김수희, 설운도 여기에 신세대 그룹 쥬얼리가 가세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거듭났다. 출연진의 합동 공연을 물론 개별 공연도 마련돼 있어 4가지 콘서트를 한꺼번에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현철, 김수희, 설운도는 국악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다양한 색깔의 트로트 무대를 선보이고 쥬얼리는 <물랑루즈> <시카코> 등의 뮤지컬 넘버를 불러 관객들을 현혹시킨다.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공연된다.
(문의 02)368-1515)
막바지로 접어든 <볼쇼이 아이스쇼>도 온 가족이 즐기기에 손색없다. 세계 선수권 대회를 휩쓴 피겨스케이팅 선수들로 이뤄진 볼쇼이 아이스 발레단이 화려한 기술로 <로미오와 줄리엣> <노트르담 파리> <신데렐라> 등 유명 작품의 한 장면을 빙판 위에 만들어낸다. 15일까지 공연된다.
(문의 02)1644-0109)
연극 중에선 <연극열전2>의 8번째 작품인 <잘자요, 엄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엄마 역할로 나문희와 손숙이 더블캐스팅 된 <잘자요, 엄마>는 자살하려는 딸과 엄마가 보내는 마지막 두시간을 그린다. 그 시간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본다.
(문의 02)766-6007)
뮤지컬 중엔 박해미, 박상면, 김진수, 원기준, 이필모 등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은 <진짜진짜 좋아해>가 추석용으로 알맞다. 70년대 동명 인기 영화를 무대에 옮긴 작품. 음악다방에서 디스코텍, 통학버스, 아려한 첫사랑까지 ‘그때 그 시절’을 만끽하게 해주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중년층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70~80년대 인기가요 20여곡이 삽입돼 보는 즐거움이 두배가 된다. (문의 02)742-7251)
가요계의 거목 남진과 패티 김은 올 추석 지방 관객들과 만난다. 남진은 데뷔 40주년을 맞아 오는 15일 부산 KBS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문의 1600-1602)
패티 킴은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꿈의 여정 50주년 칸타빌레’란 제목으로 12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콘서를 진행한다.
(문의 1588-4466)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