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을 입점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도시공사는 지하철 이용 승객들이 편리하게 간단한 치료와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의료기관이 더욱 집중돼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며, 전염성이 있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시 의사회 전면 비판 “의료기관 편중 등 문제 많아”
철도공사 측 “우려 하는 바 알지만 공익 먼저 생각해야”
이번 논란은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역사 내 상가에 병·의원을 입점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현재 역사 내 병·의원 입점에 관한 제도 개선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상태다.
아울러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이 들어서면 이용객들이 지상에 올라가지 않고도 빠르고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접근성과 역사 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이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등록제로 운영되는 약국은 지하철도 근린생활시설로 해석해 역사 4곳에서 입점할 수 있었지만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병·의원은 입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병·의원과 약국은 근린생활에만 입점할 수 있는데, 지하철 역사 입점과 관련해 이를 판단해줄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다. 신고제인 의원과 허가제인 병원은 약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내 병·의원 입점이 확정될 때까지는 많은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현재 법으로 허용이 안 되는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 설립과 관련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 개설 허용에 반대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국내 의료기관 및 병상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지역간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인구 10만 명당 병·의원 수에서 서울이 76.6개소로 가장 많았고, 인구 10만 명당 약국 등 보건의료기관 역시 서울이 207.6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울과 경기도 내 의료기관 비율이 전국 의료기관의 50%에 달하는 등 의료 자원이 수도권에 초집중되어 있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철 역사에까지 병·의원을 입점 시키겠다는 것은 도리어 현재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의료기관 편중도를 심화시킴으로써 다양한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의사회는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 입점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지나친 잇속 챙기기라 아니할 수 없다. 시민의 공용공간인 지하철 역사를 근린생활시설로 지정하게 되면 현재 역사 내 점포를 운영 중인 중소상인들의 임대료 부담만 늘리고, 공유지에 상업 시설을 난립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또한 거대 자본에 의해 지하철 역사 내 영리 병원이나 네트워크 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이 유치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지하철 역사 내에서 감염성 질환 환자를 진료할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파급 문제나 밀폐 지하 공간의 환경 문제점 등에 대해 “도시철도공사가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았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 개설 허용에 반대하는 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지하철역 출입구와 가까운 지상에 병·의원이 주로 많기 때문에 이를 두고서도 의료계가 반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서울 지하철 이용객은 하루에만 약 667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지하철 역사 내 병·의원이 허용되면 지상 병원 입장에서는 매우 큰 고객층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반박과 재반박
다만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우려되는 부분들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지만, 병·의원 입점을 추진하는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반박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8호선 역사 내 주요거점에 의원 및 약국 개설을 추진하는 목적은 바쁜 시민들에게 진료 사각시간대(아침, 저녁, 주말)에도 이용이 가능한 공익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역사 및 전동차 내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긴급구난 및 신속한 초동 대처로 안전성을 제고 국가재난 등의 질병관리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시민의 편의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감염자 대책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역사 내 병원을 개설하는 것이 아닌 1차 진료기관인 의원 및 약국 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감염자 대책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사 내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대응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라고 답했다.
역사 내 의원 개설을 반대하는 의사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도 다양한 검토를 하겠지만, 감염자 진료에 따른 감염 문제로 역사 내 의원 개설을 할 수 없다는 논리는 감염자가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경우 감염 예방을 위해 도시철도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고 선을 그었다.
참고로 “역사 내 공기질은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제5조제2항에 의거 법정기준치 이내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서울시의사회의 염려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시민의 건강권 확보에 일조하고 바쁜 도시철도 이용시민에게 공익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임을 고려, 의사회의 전향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단순 교통수단에서 시민들의 실생활 공간으로 발전된 시대상황에 따라 지하철역사에 다양한 근린생활시설이 입점돼 운영 중이며, 의원 및 약국 또한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기관 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내에 개설된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