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조카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조카 중 한명이 자신이 로열패밀리라는 점을 이용, 롯데백화점 내 점포 양도에 개입하고 돈만 받아 챙긴 의혹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앞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내놓은 수십억 원의 부의금을 놓고 조카들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권 분쟁으로 고민이 많을 신격호 회장이 조카들의 문제로 더욱 심란한 상황이다.
조카인 점 이용 매장 양도·인수 개입 소개비 3천만 원 챙겨
다른 조카들은 앞서 신 회장이 낸 부의금 놓고 법정공방 불사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격호 회장의 조카 중 한 명이 자신이 로열패밀리라는 점을 이용해 롯데백화점 내 점포의 인수·양도 문제를 개입하고 돈만 받아 챙긴 의혹을 받아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신격호 회장의 조카 A씨가 지난 8월 롯데백화점 본사 쪽으로 압력을 넣어 경기도의 한 롯데백화점 내 미용실을 B업체가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미용실 업주 김씨(53)와 B업체로부터 각각 1500만 원씩 3000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A씨가 롯데 측에 힘을 넣어 인수 편의를 봐줄 수 있다면서 그 대가로 소개비를 요구해 B 업체 관계자가 돈을 준비 했고 현금을 A씨 가정부에게 넘겨주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또 김씨는 앞서 지난 2011년 경기도의 다른 롯데백화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당시 신격호 회장 딸의 친구가 개입해 매장을 뺏긴 경험이 한 번 있어 A씨의 제안에 순순히 응하게 됐다고 경찰 조사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러한 계약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계약이 완료됐다고 생각한 업주는 월세를 내지 않았고 이 때문에 8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피고소인 조사를 받은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과 B 업체 측을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우리 역시 기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다. 현재 내부에서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계열사 내 점포 임대에 관한 사항은 그룹 차원에서 대응하는 부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도 사건과 회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신격호 회장의 조카가 가족들을 상대로 일으킨 법정 공방이 일단락된 지 채 한 달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주목된다. 불과 한두 달 간격으로 조카들이 시끄러운 것이다.
앞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조카는 신 총괄회장이 그의 여동생 고 신소하씨가 사망했을 당시 기부한 수십억 원의 부의금을 놓고 “형제끼리 5분의 1로 나눠야 한다”면서 소송을 냈다가 결국 패소했다
다들 왜 그래?
서울고법 민사29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신격호 회장의 여동생 고 신소하(2005년 사망)씨의 둘째 딸 A씨가 자신의 큰 오빠를 상대로 낸 부의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처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지난 2013년 당시 A씨는 “신격호 회장과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 푸르밀 신준호 회장 등 친척들이 어머니의 부의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큰 오빠에게 줬다”며 “장례비용으로 쓰고 남은 잔액 중 자신의 몫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부의금으로 고 신소하씨의 장남 서모씨는 19억 원 상당의 서울 대치동 아파트를, 장녀는 6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들였다. 그러자 둘째 딸은 지난 2013년 외삼촌인 신 회장이 준 부의금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며 부의금 반환 소송을 낸 것이다.
이 때 다른 남매들은 “신격호 회장의 부의금은 1000만 원으로 전체 부의금 중 남은 돈을 5분의1로 나눠, 647만 원을 주겠다”고 맞섰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신 회장이 조카 신 씨에게 수십억 원을 준 사실은 밝혀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오빠가 신 회장으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지만, 돈을 지급한 시기나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사망한 여동생을 대신해 장남에게 증여한 돈으로 보인다며 장남이 A씨에게 5분의 1을 나눠줄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이 같은 사실에 원고의 증거를 모두 합쳐봐도, 신격호 회장이 피고에게 준 돈이 각자의 상속지분에 따라 분배돼야 하는 부의금·보관금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신격호 회장이 준 돈은 전후 사정에 비춰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액수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십억 원은 사회통념상 도저히 친족 간 부의금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격호 회장의 조카들 대부분이 검찰과 경찰을 오간 꼴이다. 경영권 다툼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롯데그룹의, 더 바람 잘 날 없는 조카들이 앞으로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