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이래 최초로 연임·최장수 최고 경영자(CEO)가 탄생했다. 바로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다. 김재수 aT 사장은 2011년 16대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한 차례 연임한 바 있다. 이번 재연임으로 5년간 aT 사장직을 역임하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최초’의 영광을 거머쥔 김재수 aT 사장의 성과와 평가를 살펴봤다.

유통 구조 개선·수출 증가·새 비전 제시
김재수 aT 사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농촌진흥청장 등 30년 넘게 농업분야 공직생활을 거친 농정전문가다.
그는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2009년 농촌진흥청장 부임 후엔 존폐 위기에 놓여 있던 조직을 1년 만에 정부평가 1위 기관으로 만든 바 있다.
김재수 aT 사장의 두 번째 연임 임기는 오는 2016년 11월까지다. 앞서 김 사장은 2011년 10월 한 차례 1년간 연임을 해온 바 있다. 임기 중 성과를 인정받고, 두 번째 연임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김재수 aT 사장은 2007년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후 최초 재연임·최장수 CEO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김 사장의 재연임에는 그동안의 다양한 성과와 더불어 주요 정책방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 도입에 솔선수범하는 등 전문성과 창의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김재수 aT 사장의 지난 4년간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
우선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 거래액 2조 원을 달성했다. 농수산물 사이버거래 2조 원은 2013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거래액의 46%, 전국 공영 도매시장 거래액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aT 사이버거래소는 2009년 개장 첫해 52억 원의 거래를 시작으로 2012년 1조 원, 2013년 1조6000억 원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통 구조를 개선해 산지 유통 조직과 소비지 유통 업체 간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이룬 것이다.
또 국가 전체 대비 2배 높은 농·식품 수출증가율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 300조 원이 넘는 중국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면서 우리나라 중·소 농산물 수출업체들은 새로운 시장 선점이 가능해졌다. 알리바바에 입점한 국산 농·식품목은 막걸리, 쌀가공품 등 872개에 달한다.
더불어 김재수 aT 사장은 유통비용 절감과 농산물 수급안정 등과 관련된 주요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신뢰에 보답할 것”
또 한국춘란 최초 경매제를 도입하고, 농·식품 창업교육을 실시했으며, 청년 취업을 위한 전국 대학생 네트워크 농식품미래기획단(얍·YAFF)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농식품미래기획단은 해외기관과 국내 청년들의 글로벌 일자리 네트워크 구축이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류와 더불어 동남아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K-Food를 현지에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농식품미래기획단은 국내외에서 2500명의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도 진행 중이다.
김재수 aT 사장은 “음식만큼 국가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데 유용한 수단이 없다”면서 “우리 농업이 오래된 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IT, BT로 무장된 첨단산업으로 바뀌어가는 환경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미래기획단을 통해 한국 농업을 세계화해 보다 큰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또 젊은 층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홍보·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주요국을 중심으로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한국의 농식품 인재와 해외진출기업 간 매칭을 통해 글로벌 인재양성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김재수 aT 사장은 임기 동안 주요 해외활동 거점을 조정했다. 물류 흐름을 따라 낡은 곳은 철수하고, 새로운 시장에 전진기지를 세운 것이다. 싱가포르 지사의 경우 인도네시아로 이전했고, 네덜란드 시장도 유럽시장의 중심지인 파리로 옮겼다.
신설된 지사는 아세안 국가 중 최대 농수산식품 수출시장으로 불리는 베트남에 하노이 지사며, 청두(成都)와 아부다비 지사는 중국 중서부 내륙지역과 중동 할랄시장 공략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aT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준정부기관 중 최고인 A등급(우수)을 받았다. 2013년 말 방만 경영 중점 관리 대상 기관으로 지정 후 정부가 제시한 14개의 개선 과제도 모두 이행한 결과다. 이는 김 사장의 재연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지방 이전 후 지역사회 동반성장, 농업·농촌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 ‘2015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장수 CEO가 된 김재수 aT 사장은 유력한 차기 농식품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불거지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와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이례적인 최초의 취임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 한 해 수출, 유통, 수급 안정, 식품산업 육성 등 AT 고유 업무 분야에서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며 “향후 자체적으로 경비 절감책 등을 지속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임과 관련해서는 “다시 한 번 중책을 맡게 돼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가 높은 만큼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국민신뢰에 보답할 뿐만 아니라 농·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