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반기문 대망론’ “이유 있네~”
진화하는 ‘반기문 대망론’ “이유 있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1-30 09:48
  • 승인 2015.11.30 09:48
  • 호수 112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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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반 유엔사무총장은 9월 초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하고 박 대통령의 10월 초 유엔 방문 때에는 무려 7차례나 회동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로 인해 ‘반-박 연대설’이 나왔다. 지난 11월12에는 친박 핵심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론’을 들고 나와 다시 한번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를 이어갔다. 이때도 ‘반-친박 연대설’이 나왔다. 급기야 11월16일에는 반 총장이 유엔 고위인사 발 ‘북한 방문설’이 나오면서 반 총장이 차기 대권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최근 여론조사에는 여야 대선후보 누가 나오더라도 반 총장이 당선된다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진화하는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 美 반대 속 中 전승절 참석 北 방문  ‘꼬인다 꼬여’
- 반기문 부부 우중등태산 ‘대권 도전’ 암시

<뉴시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대망론이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최근 한 매체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차기 대통령선거 가상 양자대결에서 반 총장은 여야 유력한 대선후보를 두 자릿수 이상 차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돼 정치권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김무성, 문재인, 박원순 반총장 두자릿수 이겨

지난 11월23과 24일 이틀간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반 총장과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빅3’ 김무성, 문재인, 박원순 간 가상 양자대결을 벌였다. 그 결과 반 총장은 김무성 대표(31.7%)보다 23.4%p나 높은 55.1%를 지지를 얻었다. 반면 반 총장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가상대결에서는 각각 55.0%와 33.9%로 13.2%p 이겼고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51.0%와 38.1%로 12.9% 차이로 반 총장이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 총장은 ‘대권 출마’에 선을 분명히 긋고 있지만 실제로 국내에서는 반 총장이 차기 대권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반 총장이 대선에 관심이 없고 총장직에만 전념할 생각이라면 국내 이런 시각을 잠재울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차기 대권을 의식한 듯한 행보가 이어지면서 더욱더 정치권으로부터 차기 대권에 출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반 총장이 대망론을 품고 있다는 점을 의심케 하는 대목은 9월 초에 개최된 중국 전승절 행사다. 이 행사는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열렸는데 반 총장은 미국과 일본의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유엔사무총장이 한 국가의 전쟁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당초 유엔 사무총장이 경쟁국인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 중 홀로 가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참석했고 이를 위해 미국의 국교로 자리잡은 침례교 목사를 통해 미 정부 전현직 고위 인사들을 설득해 막판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참석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을 방문한 반 총장이 이튿날 부인과 함께 4시간 비행기를 타고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 비를 맞으며 태산에 오르다)을 해 중국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중국에서 ‘태산’은 오악의 첫째로 고대 제왕이 봉선의식을 행한 신성한 산으로 통한다. 특히 중국내에서는 “태산에 올랐을 때 비가 내리면 천하를 얻는다”는 속설이 있어 과거 ‘대권’을 노리던 인사들이 자주 찾던 곳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1996년 중국을 방문했다가 태산을 방문했는데 정상에 다다랐을 즈음 이슬비가 내렸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1년 남짓 지나 1997년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반면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민주당 대표였던 2001년 중국 태산에 올랐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고 그 이듬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2006년 손학규 경기지사도 태산에 올랐지만 비는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권을 꿈꾸는 인사들은 태산 일대에 머물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서 가는 사람도 생길 정도였다.

‘우중’ 태산 오른 DJ ‘대권 잡았는데…’

반 총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이후 서둘러 태산에 올랐고 마침 비까지 내려 우산 쓴 반 총장 사진이 중국 언론에 실렸다. 반 총장은 당시 중국 기자들에게 “태산에 오르면 어떤 곤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중국언론조차 반 총장이 차기 대권 도전 속내를 ‘반기문식’으로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반 총장의 대망론이 활활 타오르게 만든 것은 전격적인 대북 방문 소식이었다. 11월16일 국내 한 통신사는 갑작스럽게 유엔 관계자를 통해 “이번 주내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급보를 올렸다. 그러나 보도가 나온 직후 유엔 대변인은 “이번주 일정이 꽉 차 있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다 이틀 후인 11월18일 중국 신화통신이 ‘조선중앙통신 관계자’를 인용해 이례적으로 “반 총장이 11월23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고 전하면서 재차 방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유엔 대변인은 즉각적으로 “반 총장은 다음주 북한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부인한 뒤 구체적인 일정까지 소개했다. 그나마 유엔 대변인이 막판 “방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 발 물러나면서 반 총장의 방북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방북을 두고 엇갈린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반 총장을 띄우려는 진영과 반대하는 측 그리고 그 사이 유엔 대변인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혼선을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청와대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 발 물러서 있었다.

이런 반 총장이 방북 소식에 혼선이 오는 것에 대해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1월 19일 북한 인권결의안’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인권 결의안은 이날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논의되고 본회의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날이었다. 무엇보다 결의 내용 중에는 김정은 제1비서를 국제사법재판 심판대에 올릴지에 대한 사안도 들어 있다. 북한으로서는 유엔 결의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반기문 ‘무리한 방북’은 역풍 불 수도

결국 위원회에서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이로 19일 통과를 시켰다. 찬성 112표에 반대 19표, 기권 50표,로 결국 11년만에 12월 유엔 총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됐다. 외교 정가에서는 이번에는 본회의에 인권결의안이 상정되고 통과될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반 총장의 북한 방문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려는 목적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황에서 반 총장이 북한에게 줄 선물이라는 게 별로 없다. 그나마 무리해서 인권결의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을 보류내지 연기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유엔 내 안티 반기문 진영에서 당장 “유엔 사무총장이 본연의 업무보다 대권에 대한 욕심이 많다”는 비판을 받을 공산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교가에서는 “반 총장의 북한 방북은 다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국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무리해서’ 북한 방문을 하려고 한 것이 노벨평화상이라는 개인적인 욕심이건 그 너머 대망론이건 방북 무산은 ‘반기문 대망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야권에서는 “반 총장이 대권에 나오면 우리는 더 좋다”며 “과거 고건 전 총리의 예도 있고 관료 출신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대선이 만만치 않다”고 경고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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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뜨니 테마주도 ‘들썩’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관련 테마주의 주가가 열흘 새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방북의사를 밝히면서 소위 ‘반기문 테마주’가 상승곡선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반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일야, 신성이엔지 등 반기문 테마주 8곳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지난 16일 반 총장이 방북의사를 밝힌 이후 평균 32.1% 상승했다.

이 중 일야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지난 16일 일야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9.94% (735원) 오른 319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가격상승 최대제한인 30%에 육박하는 상승폭이다. 일야의 주가는 지난 16일 시가(2620원) 기준으로 26일 종가(7640원)까지 9거래일만에 191.6% 올랐다. 일야는 반 총장의 서울대학교 후배인 김상협씨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곳이다.

사업기반이 충청북도 음성인 신성이엔지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26일 신성이엔지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9.89%(680원) 오른 2955원으로 마감됐다. 반 총장의 고향이 충북 음성이기 때문에 신성이엔지는 반 총장 테마주로 분류된다. 일야와 신성이엔지를 제외한 ▲씨씨에스 ▲ 진성티이씨 ▲ 한창 ▲ 휘닉 스소재 ▲ 보성파워텍 ▲ 삼보판지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지역에서 케이블TV 방송사를 운영 중이라는 이유로 진성티이씨는 서울대 동기인 윤우석 회장이 대표로 있어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있다. 또한 최승환 대표가 유엔환경기구 상임위원으로 있는 한창 역시 서울대 동기이자 외교부에서 같이 일한 바 있던 홍석규 회장의 휘닉스소재, 친동생인 반기호 부회장이 재직 중인 보성파워텍장, 서울대 후배인 유종욱 회장의 삼보판지 등이 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 테마주가 최근 상승세를 탄 것은 대선정국에 접어들어서라기보다는 방북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며 “이로 인해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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