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지난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노가다 해서 돈 벌고 왔어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현금 다발 사진과 ‘오피 야간조 5시간. 퇴근길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사 와서 먹고 있네요. 노가다 끝나면 왜 이렇게 고픈지. 먹어도 먹어도 자동다이어트’란 내용이 있었다. 여기서 ‘오피 야간조’는 오피스텔에서 야간 시간대에 성매매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여성은 자신이 성매매로 68만 원을 벌었다는 글을 떳떳하게 올린 것이다. 이후 이 글은 인터넷상에 순식간에 퍼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낮에도 광고 버젓이…자유 넘어 방종?
노동 아닌 엄연한 불법행위, 대책 있나
자세히 읽고 난 뒤, 이 명함 속 업체가 ‘성매매도 가능한 유흥업소’임을 알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편하게 놀 수 있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언급했기 때문. 그는 ‘그 이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함에 적힌 내용과 아르바이트생의 말은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길거리에서 공공연히 성매매까지 가능한 유흥업소를 홍보하고 나서는 셈이다.
성매매가 노동인가
실제로 이런 업소를 이용해봤다는 30대 평범한 직장인 A씨. 그는 “룸살롱의 운영 방식과 거의 비슷”하다며 “내가 만난 사람의 경우 (쉽고 빠르게)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로 번 돈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겐 하나의 ‘아르바이트’일 뿐이란 것이었다. 또 A씨는 “2차(성매매)도 이뤄진다고 들었다”며 “최소 20만 원”이라고도 덧붙였다.
오피스텔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물론, 간판만 바꿔 달고 업소를 불법 운영하는 등 ‘변종 성매매 업소’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찰의 단속 뒤 성매매가 점점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나온 바 있다.
무엇보다 성 관련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체로 예전에 성 관련 유흥업소는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성매매까지 가능한 유흥업소는 이제 성별 관계없이 만연해지고 있다. 특히 성매매에 종사하는 이들은 물론, 이들의 성을 사는 소비자들의 인식까지 자유를 넘어 방종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연유엔 성매매를 ‘노동’으로 생각하거나 이에 거리낌 없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68만 원 오피녀’의 인증사진 및 글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는 이에 동조하기도 한다. 오피녀 글에 ‘수고했다’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성을 사고파는 것도 하나의 ‘산업’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근 중국의 한 언론이 ‘한국의 제주도에 위치한 카지노에서 성접대까지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해 사회적 파장을 낳은 바 있다. 당시 국내에선 성매매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일각에선 ‘68만 원 오피녀’의 글도 비슷하다는 입장이다. 성을 하나의 산업이자 노동·직업으로 인식하는 데 문제를 제기한 목소리인 셈이다.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매매가 노동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가 꽤 있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성매매는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해 이런 인식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 이유로 “노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근로자-사업주 관계가 성립돼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성매매 여성(혹은 남성)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성을 구입한 이로부터) 돈을 받거나 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성매매는 말 그대로 ‘성을 사고파는 것’이지 이를 ‘노가다’(노동)로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여성들을 지칭하는 ‘직업여성’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비유적 표현’일 뿐, 실제로 성매매를 ‘직업’으로 여겨 부르는 단어가 아니란 것이다. 또한 “성매매를 과거 산업으로 관장하고 키운 사례도 있지만, 엄연히 성은 산업이자 노동이 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 중독전문의 및 상담사 역시 이런 논란에 대해 “성을 사고파는 것도 하나의 ‘중독’”이라며 “이런 문제(성매매)에 거리낌이 없어지게 되면 그 심각성과 폐해를 생각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오피녀를 잡아라?
한편 ‘68만 원 오피녀’의 글이 인터넷 상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4월에도 다른 익명의 ‘1억 오피녀’가 “오피스텔 성매매로 1억 원 가까이 모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당시 경찰은 이 여성이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의 업주 등 2명을 체포해 이들을 ‘성매매 또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번 ‘68만 원 오피녀’도 그때와 같이 경찰이 체포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처벌에만 방점을 둬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인 및 예방과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찰이 일부 오피녀들을 체포했는데 이들의 사연이 씁쓸한 사회상을 반영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한 여성은 높은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부와 성매매를 병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서울지방경찰청이 단속한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성 판매자 중 약 60%가 20대였다. 이 중 상당수가 학비 혹은 용돈을 벌기 위해 이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소재의 S대 여학생은 “주변 친구 중 학비를 벌기 위해 키스방과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여성(26)은 “학비를 벌어야 하는데 워낙 취업은 물론, 아르바이트도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단기간 일을 한 적이 있다”며 “다행히 (나의 경우엔) 약 3개월 정도만 일하고 발을 뺄 수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이유가 어떠하든지 간에 성매매는 엄연히 불법이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이런 일을 하는 데 신중해야 하고 정부도 단속 외에 다른 해결책을 고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