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문재인 벼랑끝 돌파구 노린다!
'위기'의 문재인 벼랑끝 돌파구 노린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11-30 09:35
  • 승인 2015.11.30 09:35
  • 호수 1126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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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巨木 사라진後 위기감 고조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 안팎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당과 대표에 대한 호남민심 이반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당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가 ‘대안’으로 내놓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카드도 호남에 커다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호남 출신 의원들은 3인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영남연대’라며 ‘호남 홀대론’으로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YS 상도동계와 호남 출신 비주류 동교동계의 화해 제스처 역시 부담이다. 자칫 YS서거 후 불고 있는  ‘화해와 통합’ 정국에 친노 세력만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문 대표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 후 24일까지 건강을 핑계로 칩거에 들어가면서 ‘대표직 사퇴설’이 여의도에 급속히 퍼졌다. ‘대표직 사퇴’가 오히려 독이 아닌 벼랑끝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YS 조문기간 새정치연합과 친노를 대표하는 문 대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 1박2일 칩거 문재인 ‘대표직 사퇴’카드 급부상
- 친노 ‘호남이냐’, ‘문재인이냐’ 선택하게 압박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설’이 급속하게 퍼진 시기는 지난 11월23일 월요일 오전부터다. 문 대표가 전날 11시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을 찾아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을 갔다. 이후 문 대표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칩거에 들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 23일 일정을 보면 오전 9시에 최고위원회의가 당 대표 회의실에 있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24일 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당 대표 일정을 보면 ‘공식일정 없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25일 문 대표는 오전 11시 광주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개관식에 참여하는 일정을 잡으며 대표 업무를 봤다.

일주일만에 찾은 광주 ‘공동운명체’주창

문 대표실에서는 광주를 방문하기 전까지 감기 몸살의 이유를 들어 최고위원 회의에 불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박2일 동안 문 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사이 야당 내에서는 ‘대표직 사퇴설’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문 대표가 당 내홍을 잠재우기 위해 제안한 ‘문·안·박’연대 제안은 호남 민심을 더 자극했고 한 축인 안철수 의원은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문 대표를 옥죄고 있었다. 나아가 안 의원은 11월 26일 ‘문·안·박 연대’에 불참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밖으로는 ‘뜨지 않는 호남민심’에 천정배 발 호남 신당 창당이 가시화 되면서 야당 내 추가 탈당할 인사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암울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한 당직자는 23일 “당내 분당모임이 존재한다”며 “최근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 대표의 ‘사퇴설’이 시작된 이날 저녁에도 분당모임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회동했다고 전했다. 이 모임 주축은 호남 비주류 의원들이 다수로 초기 참석자가 8명 수준이었지만 최근 두 배로 늘어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당내 한 고위 당직자는 문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다면 본인은 20대 총선 불출마 및 정계은퇴 선언을 통해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는 후문도 돌았다. 중진급인 이 인사는 비대위 체제로 당이 바뀔 경우에 위원장에 나서기 위한 ‘백의종군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설’은 25일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해 ‘운명공동체론’을 꺼내들면서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분위기다.

‘분당모임’ 일주일 한두 번 회동 ‘시기조율 중?’

광주를 방문한 문 대표는 “호남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운명공동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등돌린 호남민심에 호소했다. 문 대표는 “정권교체를 통해 호남의 꿈을 되살릴 자신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는 여러분들에게 우리 당이 보여드릴 것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이라며 “지금 우리 당은 모두가 혁신에 매진하고 있으며 광주가 원하는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 의원들과 천정배 의원 등은 여전히 싸늘하다. 당장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천 의원은 “야권세력 모두가 단합과 통합을 이뤄 새누리당과 일대일 맞대결 구도로 가야 한다”면서도 “문·안·박 연대는 기득권 야합을 하자는 제안으로 기존 야당과의 연대나 통합은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11월26일 호남 의원들 역시 대규모 회동을 갖고 문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전남 여수시을)은 “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은 최고회의에서 한 마디 상의도 없었기에 사과를 요구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주 의원은 “우리당은 호남을 뿌리로 둔 당이기 때문에 호남민심 복원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런 식으로 가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수도권과 호남권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목포시)도 “열린우리당 이래에 호남은 개혁과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한마디로 문·안·박에 호남은 없고 이제는 ‘립서비스’마저도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표의 사퇴론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서 총선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퇴해주면 총선 승리의 길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역시 입장발표 시기를 당초 26일에서 11월 29일로 연기했지만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전대를 역제안해 문 대표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한편 문 대표가 YS서거에서 ‘조문정치’를 눈에 띄게 하지 않은 배경도 정치권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 한 차례 조문하고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 정치’를 해 톡톡히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를 남긴 YS로 인해 DJ 동교동계와 YS 상도동계가 화합의 몸짓을 하면서 친노 세력이 정치적으로 위축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문 대표 승부수 “대표직 사퇴 유효하다”

실제로 YS 영결식 날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전 의원은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를 부축하고 빈소에 나타났다.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으며,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 장례위원에도 권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가 대거 포함되며 장례 키워드가 '통합과 화합'임을 분명하게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야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아직 문 대표가 사퇴 카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ys 조문 정국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안철수 의원이 문 대표가 받을 수 없는 역제안을 통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에 문 대표가 재차 던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인사는 “문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2선 후퇴한다고 해서 대권 주자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꾸로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총선에 임한다면 ‘총선 책임론’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진다”며 “또한 거꾸로 친노 위기의식이 커져 지지층 결집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친문 세력에서 친노 세력으로 세 확장도 노려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즉 친노 진영에서 벼랑끝 전술로 ‘호남이냐’, ‘문재인이냐’ 선택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면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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