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증거인멸 시도한 민노총 뭐가 두려워 도망가나”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한 민노총 뭐가 두려워 도망가나”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1-30 09:31
  • 승인 2015.11.30 09:31
  • 호수 112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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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자가 종교시설 피신…시민단체 반발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53)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지휘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가 국민을 죽이고 있다. 우리가 우리 권력을 찾자. 모두가 나서야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한 위원장이 조계종 화쟁위원회와의 면담에서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평화적 진행과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를 중재(仲裁)해줄 것을 요청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여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한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일시 정지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회정상화운동본부’는 조계종 측에 조계사 경내에 은신 중인 한상균 위원장을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한 위원장은 일시에 수십만 명을 동원해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힘 있는 자이지 결코 약자(弱者)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현재는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와는 다르다”며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이 정당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한 위원장을 이른 시일 내에 추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회정상화운동본부는 올 2월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와 함께 정명훈(62)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항공권 부정 사용 등 업무비 횡령(橫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화쟁위 “스님들이 평화울타리 역할 하자”
경찰 “집회 준법문제는 화쟁대상 아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대로를 점거하고 청와대 방향 행진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는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피신 직후인 지난 17일 조합원들에게 서신을 띄워 “민중총궐기의 힘과 분노로 공안탄압을 뚫고 총파업 전선에 나서자”고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평화적으로 열 예정이며, 그 이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한 위원장이 직접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조계사 측의 요청으로 인근 불교여성개발원 교육관 앞에서 민노총 간부들이 성명을 대독했다. 한 위원장은 ‘현 시국 및 거취관련 입장’ 발표문에서 “2차 민중총궐기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며 밝혔듯 정부의 폭력적 시위 진압과 공안 탄압에 반대하면서 평화적 기조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화쟁위 중재를 받아들이면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신변과 거취 문제는 12월 5일 평화적인 국민 대행진이 보장된 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위원장은 ‘11·14 민중총궐기’가 폭력시위와 과잉진압 논란으로만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8만 노동자들은 노동개혁 폐기를, 2만 농민은 반(反)농업 정책 중단을, 1만 빈민은 생존권 보장을, 수천 학생은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수만 시민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박근혜 정권에 절박하게 요구한 것”이라며 “폭력시위를 하려고 많은 시민들이 생업을 접고 모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또 정부가 시위의 폭력성만 부각시키고 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벽을 밧줄로 묶어 끌어당긴 행위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실정법(實定法) 위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20만 리터(ℓ)의 물대포와 600대 이상의 경찰 차벽 등으로 수많은 부상자를 낸 국가권력의 폭력은 제지하지 않고 개별 국민의 실정법 위반 행위만을 부각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기자회견 장소를 조계사 밖으로 옮긴 데 대해 민노총 관계자는 “불상사가 우려되니 경내를 벗어나서 해달라는 조계사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차 민중총궐기 ‘긴장’

한편,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2차 민중 총궐기대화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스님들이 현장에서 평화의 울타리 역할에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도법 스님은 지난 2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제9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화쟁위원회가 민주노총과 정부를 설득해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12월 5일 현장에서 스님들이 경찰과 주최 측 사이 중간지대에서 역할을 해준다면 평화시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조계종 관계자가 전했다. 대중공사는 조계종 스님과 재가자들이 모여 종단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로 이날 대중공사의 주제는 ‘사찰과 지역공동체’였지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종 피신과 관련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긴급 제안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평화울타리를 만들자는 의견을 비롯해 불교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됐지만, 행진이 시작되면 투쟁으로 불거질 수 있다며 민중의 목소리가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 맞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도법 스님은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차원에서 ‘평화의 울타리’ 역할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으나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으며, 이번 논의 결과를 토대로 평화로운 시위문화 정착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화쟁위원회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화의 門’ 닫지는 않아

하지만 경찰은 조계종 화쟁위가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 진행을 위해 경찰과 정부, 주최 측의 대화를 중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집회 준법(遵法)문제는 화쟁대상이 아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법 집행 기관으로서 (집회·시위) 준법의 문제는 화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집회 주최 측과 ‘대화의 문(門)’을 아예 닫지는 않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자진 출석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준법 집회를 다짐한다면 (대화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1차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시위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출석요구를 받은 시위대가 모두 자진 출석해 불법 행위의 책임을 지고, 경찰이 요구하는 ‘준법 집회’를 다짐한다면 대화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민노총 경기본부 압수수색

한편, 불법·폭력 시위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27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압수수색은 올해 5월 1일 노동절 집회 당시 종로구 안국동사거리 앞에서 사전에 밧줄 등을 준비해 경찰 기동대 버스를 부순 박모씨와 이모씨 등 경기본부 소속 국장급 간부 2명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물 확보 차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 2명은 노동절 집회뿐 아니라 다른 4차례의 집회에서도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수사관 32명을 투입했으며, 해당 건물 주변에 여경기동대 1개 대대와 의경 3개 중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박 씨와 이 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한편 이들이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의 폭력시위에 연루됐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1월 21일 경찰은 민중총궐기 집회뿐 아니라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집회, 이틀 뒤 세월호 범국민대회, 같은 달 24일 민노총 총파업대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 9월 23일 총파업집회 당시 폭력 시위를 기획·주도한 혐의로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폭력행위 시위자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도피 조력자 등 331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를 거부하는 수사대상자 가운데 불법행위 정도가 심한 이들에 대해서는 2차까지 소환장을 보낸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누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지난 11월 14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은 민노총 첫 직선 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민노총이 처음 조합원 직접선거로 치른 임원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선 즉각적인 총파업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현장 노동자 출신인 그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시절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2009년부터 3년간 실형을 살았다. 출소 후 쌍용차 해고자의 복직을 촉구하며 171일간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노동현장 투쟁의 선봉에 섰다. 한 위원장은 올해 5월 1일 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장 구조 개악 폐기, 공적연금 강화 등을 구호로 내걸고 진행한 노동절 집회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올해 6월 처음 당국이 신청한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한 위원장이 자발적인 출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출석 요구에 한 위원장이 응하지 않자 법원은 그달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수배 중인 한 위원장은 1차 민중총궐기 대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회사를 한 그는 정부의 ‘노동개혁’ 철회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주장하면서 “함께 싸우면 정권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언제든지 노동자,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어 “두려워 말고 서울의 모든 거리를 점령하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로 진격하자”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총궐기 투쟁을 시작으로 12월 노동자를 위한 강력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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