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일주일 간격으로 열린 대한민국 대표영화제들이 엇갈린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특히 대표 영화제로 손꼽히는 대종상에는 주요부문 후보자들이 사실상 보이콧하면서 추락한 반면 청룡영화상은 후보를 비롯해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해 그 위상을 높였다. 이날 시상식에서 영화 ‘사도’가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가운데 ‘거인’, ‘소수의견’,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작은 영화들까지 각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치우침 없는 심사결과에 참석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에서 태어나 쳥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다니 출세한 것 같다”면서 “이 영화를 준비하며 일제 강점기를 힘들지만 용기있게 명예롭게 사신 분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대한민국은 아직 강하고 힘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유아인은 송강호(사도), 이정재(암살), 정재영(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황정민(베테랑)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왕좌에 올랐다.
유아인은 “제가 받은 상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이번 해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서있다고 생각한다”며 “난 항상 부끄럽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순간보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나서기 싫은 순간들이 더 많다. 항상 거울을 보고 다그치며 성장하는 인간, 그런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여우주연상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이 수상했다. 그는 김혜수(차이나타운), 전도연(무뢰한), 전지현(암살), 한효주(뷰티인사이드) 등을 재치고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노 개런티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이정현은 “너무 쟁쟁한 선배들이 계셔서 수상소감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꽃잎’으로 1996년에 온 이후 20년 만에 청룡영화상에 왔다. 재미있게 즐기다 가려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다양성 영화가 사랑을 받아서 한국영화가 발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수상 기쁨을 나눴다.
이밖에 남녀조연상에는 ‘국제시장’ 오달수와 ‘사도’의 전혜진이 각각 받았고 남녀신인상에는 ‘거인’의 최우식과 ‘간신’의 이유영에게 돌아갔다. 특히 이유영은 앞서 열린 대종상에 이어 청룡영화상에서도 신인상을 차지해 충무로 기대주임을 확고히 했다.
또 감독상에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차지했다. 각본상은 ‘소수의견’의 김성제, 송아람 작가가 수상했다.

한편 제 36회 청룡영화상은 지난 19일 열린 대종상과 대비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만들어내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영화 시상식으로 발돋움 했다.
특히 청룡영화상은 대표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 계열사가 주최함에도 불구하고 대종상에서 몰표를 받았던 ‘국제시장’에 대해 남우조연상만 주고 돌려보낸 반면 친일파 청상을 그린 ‘암살‘, 한국 사회 비리를 묘사해낸 ‘베테랑’, 용산사태를 모티브로 한 ‘소수의견’ 등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안겨주며 공정성을 과시했다.
또 여우주연상을 제작비 1억도 되지 않는 초저예산 독림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에게 안겨주며 다양성 영화까지 챙기는 폭넓은 포용성을 보여줘 영화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열린 대종상은 남녀주연 후보가 모두 불참하는 등 파행이 이어졌지만 청룡영화상은 불가피한 사정을 제외하고 후보들 대부분 참석해 자리를 빛냄으로서 영화계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향후 파행으로 위상이 추락한 대종상을 놓고 영화계 내외부에서 논란이 일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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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청룡영화상 사무국>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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