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악취·먼지 ‘풀풀’

관리공사 시설개선명령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늘어
서울시, 대체매립지 찾아야만 ‘쓰레기 대란’ 피할 수 있어
수도권매립지는 지난 1992년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수용한계에 달함에 따라 서울시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투자하여 김포시 양촌면 일부와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 58번지에 속한 해안 간척지 2074만9874㎡에 건설됐다. 총 4개 매립지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제1매립장이 2010년 10월 수용한계에 달해 현재는 제2매립장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 매립지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인근주민들이 피해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데 있다. 예전에 비해 악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름철이 되면 악취로 인해 인근주민들은 아침부터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민원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 반해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까지 없어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에서는 ‘2011 드림파크 가을꽃밭 개방 문화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아 행사를 일주일간 연장하기로 하며 새로운 나들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행사장이 쓰레기더미였던 매립지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방문객들은 별로 많지 않다. 현재는 쓰레기 냄새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지난여름 지역주민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악취 때문에 아침부터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주민들은 창문을 제대로 열어놓지도 못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청라국제도시, 악취로 고생
올 여름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은 바로 청라국제도시였다. 올 여름 집중호우로 인해 밀려드는 수해 폐기물 쓰레기들이 썩으며 악취가 발생했고 그 악취가 고스란히 청라국제도시로 날아들었다. 청라국제도시가 완공이 안 돼 입주자가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청라지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호우철이 지나고 악취로 고생이 심했다. 그 후로도 바람을 타고 가스 냄새가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불평했다.
2013년에 완공 예정인 국제도시는 현재 공정률 60%를 보이고 있으며, 완공 시에는 총 3만 가구 9만 명이 거주하게 되는 신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현재는 6428세대 1만9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청라국제도시는 기업활동을 위한 최상의 업무환경을 조성해 국제적인 금융·업무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며 아울러 기능적·환경적·제도적 기반을 갖춘 완벽한 도시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있는 청라국제도시 주민들로서는 매립지에서 번져 나오는 악취에 대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로 인해 막대한 PF(Project Financing)를 일으킨 건설사로서는 만약 악취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경우 입주율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 이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금융단지, 첨단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에 있기 때문에 수도권매립지 악취문제는 기업 유치작업에도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2014년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청라국제도시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건설되고 있는 곳은 수도권매립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청라국제도시와도 승용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인데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기간이 날씨가 여전히 더운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여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위치한 인천시 서구의 경우 이에 대한 고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구청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 악취문제에 대해 “아시안게임 때까지는 무조건 악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아직까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인천광역시는 주경기장 공사비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매립지 악취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악취문제로 민원이 폭발하자 서구청에서는 9월 20일 청라국제도시 내에 현장민원실을 설치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24시간 악취 분석시스템 설치
이에 따라 인천시로부터 특별교부금 2억1천만 원을 지원받아 청라국제도시 2곳, 오류지구 1곳에 실시간 악취 측정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악취 농도가 기준치 이상을 초과할 경우 수도권매립지 내 배출시설의 배출구에서 악취를 채집해 지금처럼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구청은 이를 위해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고 각 국장 및 각 실·과장이 참여하는 ‘수도권매립지 악취 전담 TF팀’을 구성해 매립지에 대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및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토록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서구청은 올해 수도권매립지에 대해 6건의 개선명령을 내렸다. 해가 갈수록 개선명령이 줄어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건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내려진 개선명령에 대해 이행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수도권매립지공사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서구청은 올해 3곳에 설치되는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수도권매립지에 접해 있는 검암동, 경서동, 검단신도시에 설치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새로운 시도 중’
그동안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관리공사)는 악취 문제에 대해 민원이 발생하면 낡은 포집관을 제거하고 매립장 복토의 균열면을 보수해 악취를 제거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관리공사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제2매립장 3개 블록에서 차수막과 뻘흙을 이용해 악취 저감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매립한 쓰레기 위에 0.5m 두께로 흙을 덮은 뒤 그 위에 차수막을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또 한 번 흙을 덮어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해 악취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아볼 계획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쓰레기더미 위에 0.5m의 흙을 덮은 후 그 위에 뻘흙을 0.3m 덮어 악취를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 중에 있다. 실제로 뻘흙은 냄새 투과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리공사에는 예상하고 있다.
관리공사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시험해 보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방법을 선택해 악취 문제를 해결코자 하고 있다.
관리공사는 또한 포집관에 미처 포집되지 않는 매립가스를 별도로 모아 소각하는 간이소각기에 대한 시험도 병행 중이다. 현재까지 간이소각기가 안전하고 악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리공사 측에서는 11월말까지 100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비산먼지 문제도 걱정거리
현재 수도권매립지에 진입하는 폐기물차량의 수는 하루 평균 1200대에 이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폐기물차량이 덮개를 덮고 있지 않아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먼지의 양이 상당해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도권매립지 주변도로 7곳의 비산(飛散)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드림파크의 측정 평균치는 23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시내 평균 먼지농도인 55㎍/㎥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인근주민들은 빨래를 집밖에 너는 것을 포기하고 실내에서 말리고 있으며 비산먼지로 인해 목이 아프거나 눈이 따갑다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덮개가 없는 차량들이 진입로 방면으로 진입하기 위해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하면서 실려 있던 폐기물이 떨어지기도 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서구청은 주민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불을 뿌려 비산먼지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산먼지의 경우 공사 측에 여러 번 얘기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밀폐차량만 매립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비산먼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덮개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 밀폐차량만 매립지에 진입시키는 것은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덮개를 사용하지 않는 폐기물 운반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환경부에 건의한 상태다.
서울시, 매립지 찾아야 할 판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연한 2016년까지로 되어 있다. 앞으로 5년 남았다.
인천시와 서구는 사용연한이 끝나는 2016년 이후에는 서울시 쓰레기는 서울시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매립한 쓰레기 중 46.6%가 서울시의 쓰레기다. 때문에 인천시와 서구 주민들의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는 서울시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타지역의 매립지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다른 곳에 매립지를 마련하라고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기존 난지도매립지가 포화상태가 됨에 따라 마련한 수도권매립지여서 다른 대체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난지도매립장이 가장 유력하다. 난지도매립장의 경우 지금 방식대로 선별적으로 소각하고 재활용품을 제대로 분리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만약 서울시가 쓰레기매립 문제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쓰레기 대란으로 큰 고초를 겪을 수도 있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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