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일대기에 민감한 남북 문제 건드려

전수영 기자 = 12월 1일부터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하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인간 박정희’(가제, 채널A)와 ‘한반도’(TV조선) 등의 드라마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모두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어 내년에 벌어질 총선과 대선의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채널A의 ‘인간 박정희’의 경우 차기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부친이기 때문에 내용에 상관없이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한반도’ 또한 민감한 남북문제를 거론하면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 또한 문제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
종편 선정을 놓고 진통을 겪었던 만큼 방송이 개시되는 시점부터 또 한 번 논쟁이 예상된다.
공정성 잃고 한쪽에 치우친 방송 될까 우려
방송심의위원회·중앙선관위, 방송 유심히 지켜볼 계획
종편인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이 12월 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MBN의 경우는 현재 경제관련 전문방송에서 종편으로 모양새를 바꾼 반면 나머지 3개 채널은 새롭게 방송시장에 편입되며 기존 공중파 방송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에 따라 종편 방송사들은 유명 연예인과 스타급 PD들을 영입하면서 시청률 확보에 나섰다. 시청자들도 종편에 대한 기대를 걸면서 다양한 채널 시청권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개국을 앞둔 종편 방송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일부가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과 남북문제로
보수층 결집 노려(?)
보수성향의 언론사들이 종편 시장에 뛰어들면서 야권과 시민사회는 이미 종편 방송사 선정 때부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보수언론이 종편이 뛰어들면 자연스럽게 방송은 보수화 될 것이고 한쪽으로 기울 개연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반도’와 ‘인간 박정희’는 아직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이 될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일단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민감한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제목에서 보듯이 남북한 문제를 조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간 박정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다룰 것이라는 것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중동 시각으로 본다면 채널A의 ‘인간 박정희’는 박 전 대통령의 독재와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부분을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아일보가 보여준 시각으로 유추해 본다면 박 전 대통령은 어렵고 궁핍한 대한민국을 새마을운동과 산업화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킨 인물로 그려질 가망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보수층이 가지고 있는 향수를 그대로 대변하며 자신들의 시청자들로 끌어 모으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조선TV의 ‘한반도’ 역시 남북문제를 조명함에 있어 북한의 정체성을 비판하며, 남한이 북한에 끌려가는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겠는가라는 지적도 타당성을 얻고 있다.
결국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신문에서의 논조를 그대로 방송에 적용시켜야만 방송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곧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이 공정성을 잃고 한쪽 성향으로 치우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총선·대선에
영향이 미칠까 우려
아직 방송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내리기 힘들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송 내용에 따라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현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떤 시각에서 조명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권 유린, 독재라는 부분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경제발전의 지도자로 볼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다만 지금까지 종편을 소유하고 있던 언론사들의 행태를 봤을 때 여권의 유력 후보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방송을 해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방송 심의를 맡고 있는 방송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지원관실 관계자는 “우리는 방송에 대해 사후 심의를 한다. 현재 방송이 안 된 상태에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다. 다만 특정인에 유리하게 흘러갈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또한 “방송은 공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아직 방송을 못 본 상태라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특정 입후보예정자에게 유리할 경우 방송의 목적, 제작의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면서 1년 내내 선거정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수성향의 종편사들이 민감한 문제를 방송함에 따라 공정한 선거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어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좀 더 철저한 판단이 요구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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