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자랑,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으로 가는 길
수원의 자랑,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으로 가는 길
  • 수도권 강의석 기자
  • 입력 2015-11-26 12:20
  • 승인 2015.11.26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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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수도권 강의석 기자] 수원이 자랑하는 수원화성은 남북으로 흐르는 수원천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이 높고 남과 북이 낮다. 화성에서 가장 높은 서쪽 팔달산 정상에 군사지휘소 서장대가 있고 동쪽 높은 곳에 연기로 신호를 알리는 봉돈, 그리고 창룡문이 배치됐다.

총 길이 5744m, 면적은 1.2㎢다. 성인의 평상시 걸음 시속 4㎞로 걸으면 1시간 30분이면 족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장안문과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 등 동서남북 4대문 외에 수문 2개, 공심돈 3개, 장대 2개, 노대 2개, 포루 5개와 각루, 암문, 봉돈, 적대, 치성 등 40여개 시설을 둘러보려면 해가 지기 전에 제자리에 돌아오기 어렵다.

장안구 연무동 동쪽 높은 언덕의 창룡문은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화성열차도 출발하는 곳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화성 따라가기를 시작한다. 창룡문은 홍예문 위에 단층 문루로 지어져 2층 문루인 장안문, 팔달문에 비해 규모는 작다. 방어에 편하도록 문 밖으로 둥글게 옹성을 쌓았다.

잠시 옹성을 나가면 왼쪽 성벽 옆으로 감나무 숲이 있다. 높이 15m 내외의 고목으로 13그루 남아있는데 잎이 떨어진 겨울 굴곡진 가지의 실루엣이 아름답고 여름에 풍성한 잎새, 가을에 짙은 단풍과 열매가 아름답다. 수원시민들이 창룡문 곁을 지날 때 한 번씩 눈길을 주며 애정을 부어준 나무들이다.

창룡문 돌벽에는 현장 건축 감독자, 시공자 등의 이름을 새긴 공사실명판이 있다. 자세히 살펴봐야 보이는 글씨로 찾아보고 넘어가야 할 미션이다. 요즘 말로 화성을 축성한 관료와 장인들의 책임시공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홍예에 들어가서는 천장에 그려진 용을 감상하는 것도 놓치면 안 된다.

창룡문에서 연무대를 지나 화홍문으로 가는 길은 성벽 안길로 가는 게 좋다. 화성은 밖은 돌로 쌓고 안은 흙으로 메워 성안 병사가 오르내리며 방어하기 좋게 했다. 동북공심돈부터 화홍문까지 내리막길에서는 성 안과 밖을 동시에 앵글에 담을 수 있어 카메라를 대느라 길이 종종 늦어진다.

화홍문은 화성의 북수문이다. 수원천이 7개의 홍예를 통해 흐른다. 경관 좋은 언덕에 앉은 방화수류정은 화성 시설물 가운데 건축미에서 백미로 꼽힌다. 마루를 여러 차례 꺾었고 그 각에 맞춰 서까래와 기와를 얹은 것을 보면 조선시대 온갖 건축기술을 다 부리며 자랑하는 듯하다. 화성을 쌓는 일이 참 바빴을 텐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따로 누각을 지어 멋을 즐길 줄 알았던 조상들의 풍류가 새삼 부럽게 느껴진다. 정조가 화성 원행 여섯째 날 이곳을 방문했다. 건축학도들이 한번은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화홍문에서 장안문을 거쳐 화서문으로 가는 길은 성 밖으로 가는 게 좋다. 성벽의 높이는 4~6m로 하단은 사각형 돌을 쌓았고 위로는 벽돌과 작은 돌로 담을 치며 세로로 틈을 내 전투에 쓸 수 있게 했다. 성벽을 단면으로 보면 배가 들어가게 쌓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견고함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성벽을 보며 걷다보면 그 돌을 하나씩 포개놓던 장인들의 섬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큰 돌과 작은 돌을 맞춰나가면서 작은 틈도 남기지 않았고 때때로 직사각형의 한 모서리를 기역자로 파 아귀를 맞추며 견고함을 더했다. 크기가 모두 다른 돌을 쌓으면서도 멀리서 보면 성곽 전체 선의 흐름은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화성 성곽에 들어간 돌은 모두 18만7600여 덩이. 그 많은 돌을 쌓으면서도 틈이 맞지 않아 괸 쐐기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석수 642명과 그들을 도운 일꾼들이 일궈낸 작품이다.

성벽은 아무 곳에나 앵글을 대도 돌의 배치가 주는 자연스런 구성미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앵글에 돌을 4개만 담아도, 10개를 담아도, 더 뒤로 가 40개를 담아도 완벽한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수원의 한국화, 서양화, 사진작가들이 화폭에 담기 위해 밤낮으로 찾아오는 소재다.

화서문에서 성밖으로 억새밭을 올라가면 팔달산 회주도로가 나오고 여기부터 성안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등산하면 화성에서 가장 높은 화성장대가 나온다. 길게 이어진 화성 성벽과 그 안에 축성 때부터 형성된 수원 원도심 주거지역이 발아래 보인다. 그 너머 영통과 광교신도시, 좌측으로 한일타운, 우측으로 동탄신도시까지 높이 솟은 아파트군이 시야를 채운다.

팔달산을 내려오면 행궁과 수원시립미술관 시마(SIMA), 수원화성박물관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3곳을 보려면 최소 3시간은 든다.

행궁을 싸고 있는 행궁동은 2013년 생태교통페스티벌에 차 없는 불편을 체험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100만명이 몰려들었던 곳이다. 그 마을에는 화성 축성 때 돌을 실은 수레와 인부가 다니던 길이 아직 남아있고 나혜석이 길게 땋은 머리를 날리며 달려가던 골목길도 찾아볼 수 있다. 구도심 집이 허름하다고 함부로 봐서는 안된다. 그들 가운데 정조가 화성 진흥정책에 따라 특혜를 주며 유치한 유능한 상인의 후예가 섞여 있을지 모른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보행로를 느리게 걸으며 즐길 수 있고 맛있는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조선 성곽건축의 꽃 수원화성은 시행자 정조, 설계자 정약용, 시공자 채제공으로 220년 전 1796년 완공했다. 유네스코는 1997년 수원화성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kasa59@ilyoseoul.co.kr
 

수도권 강의석 기자 kasa5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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