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회사 ‘총체적 부실 상태’
한전 자회사 ‘총체적 부실 상태’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10-17 15:11
  • 승인 2011.10.17 15:11
  • 호수 911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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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에 몰아준 한전 ‘정전사태 이유 있었네’

몰아주기식 특혜 제공으로 중소 민간업체 성장 방해
전력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보다 자사 이익만 추구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를 초래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자회사들이 전력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꾀하기 보다는 자사 이익만을 추구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6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한전KPS(주) 등 10개 한전 자회사를 대상으로 발전정비시장 및 협력업체 관리, 계약관리 등을 중심으로 감사를 벌인 바 있다. 감사 결과 한전 자회사들은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식 특혜제공으로 중소 민간업체의 성장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각종 계약관리 부실 및 성능이 미흡한 전력설비 부품을 구매하여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등 자회사 전반이 부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관련자 22명을 징계요구하는 등 총 114건 처분 요구 및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전KPS㈜(이하 KPS) 처장(1급) A씨는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 지역의 사업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동기로부터 “사업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A씨는 이 회사와 22건(30억여 원)을 지명 또는 수의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1994년 A씨가 대학동기와 함께 설립한 회사로 A씨는 주식 1만8649주를 무상으로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력 향상 도외시

발전정비시장을 좌우하는 KPS는 지명경쟁입찰제도를 운영하면서 부당한 지명 기준을 사용해 같은 회사 출신 임원·주주가 운영하는 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명기준을 충족하는 협력업체가 다수인데도 불구 특정 업체를 임의 지명해 전체 117개의 업체 중 49개 업체만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업체 중 12개는 KPS 출신 임원·주주가 운영하는 업체로 전체 하도급 공사의 57.4%(242건 중 139건)를 수주했다.

또 한전도 자회사에게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했고 이 업체는 5년간 4500억여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KPS는 민간이 참여 가능한 업무에 민간업체 인력투입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민간업체의 정비능력 습득 기회를 차단하고, 자격 요건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각 사업소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산설비 운영 및 연구개발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는 보일러 급수펌프 덮개를 구매하면서 자재구매 규격서와 입찰참가자격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정했다. 게다가 해당 업체가 납품하는 제품이 규격에 미달하는 재질을 사용한 것을 알면서도 합격처리 해줬다.

남부발전㈜은 또 지난해 7월 발생한 발전기터빈사고의 사고조사를 부실하게 처리하면서 경제성이 미흡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성능개선공사(2500억여 원 규모)를 조기 발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연내 착공이 불가능한 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금지급지침과 달리 총 계약금액의 30%를 선금으로 지급하여 최저 22억여 원에서 최대 44억여 원의 이자비용 손실을 초래했다.

이 공사는 계약체결 전까지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인허가 등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사업부지 총 456필지 중 13필지(매수율 3%)만 매입하여 상반기 착공이 불가능했으나 회사의 재정조기집행 목표율 달성을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 아니다. 자격미달업체를 연구수행기관으로 선정하고 연구업체가 연구비를 유용한 사실도 모르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남동발전㈜은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제출서류도 검토하지 않은 채 임의 평가해 부적격 업체 2곳을 연구수행기관으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업체가 허위 영수증을 제출했는데도 연구비를 정산하거나 성능이 미흡한 연구개발품을 추가 설치하는 등 예산 낭비 사례도 빈발했다. 형식시험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허위 공문을 받아 공급유자격자로 부당 등록해 부적격 제품을 납품하는 등 예산 낭비 사례가 빈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업체가 연구비 집행실적 등을 제출하지 않고 업체 대표의 ‘연구가 잘 되고 있다’는 말만 믿고 자료제출 기한을 임의로 연기해 줬다.

중소기업 상생 역행

대기업인 한전KDN은 중소기업도 수행 가능한 IT 관련 자재 구매 업무를 사실상 독점해 차익을 얻는 등 중소기업의 경쟁령 향상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자율적 상생에 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KDN은 단순 구매대행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주금액의 10.9%인 116억여 원의 이익을 얻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KDN은 또 특정업체에게 제안서 작성 등 입찰관련 업무를 맡긴 채 하도급 물량을 부당하게 몰아주거나, 해당업체의 담합행위를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만677건 입찰 중 입찰업체가 같은 장소(특정 업체 또는 개인의 IP주소)에서 입찰하는 등 담합이 농후한데도 이를 방치한 채 299건(173개 업체)의 계약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173개 업체들의 낙찰가격 담합행위를 조사해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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