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마 실태 취재

최근 들어 사설 경마가 새로운 도박의 유형으로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물론 이는 불법 도박으로 개개인이 마사회의 경주를 중계하면서 사설 베팅을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불법 도박은 애초 사이트 자체를 개설하는 투자비용이 비교적 적으면서도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피해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설 도박은 10만 원으로 제한돼 있는 마사회 베팅 금액에 비해 아예 상한선이 없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설 경마를 둘러싼 각종 불법과 사설 경마의 실태를 취재했다.
사설 경마는 경마장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경마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점, 심지어 우승마를 맞추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베팅 금액의 20%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설 불법 경마장을 만드는 데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사무실 하나와 컴퓨터 5대 정도면 충분히 차릴 수 있는 정도다.
경찰 단속 결과 한 불법 사설 경마장은 오피스텔과 몇 대의 컴퓨터로 무려 85억 원의 베팅을 받았고 그 결과 업주는 10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남겼다. 이들은 대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불법 사이트라는 점에서 역시 불법으로 입수한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통해 스팸메일과 스팸문자를 보내 회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의외로 회원들은 빠른 시간에 확보됐다.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아 무려 3천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던 것. 이들은 마사회의 경마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면서 베팅을 유도했다.
결국 이들이 검거되기는 했지만 검거 직전 일당은 중국으로 사무실을 옮기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이들이 중국에서 계속해서 불법 경마 사이트를 운영했더라면 더 큰 피해를 발생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또 다른 일당은 마사회 기수까지 참여시켜 50여억 원이란 엄청난 이득을 보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수와 조교사 등은 베팅을 한 참석자들에게 마사회법에서 금지된 각종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베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고수익을 올렸던 것이다. 이들 역시 오피스텔에 사설 경마 중계시스템을 설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베팅 금액에 제한 없다
이런 사설 경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일단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사회 경마장에선 현재 10만 원이 베팅 상한선으로 정해져 있다. 물론 여러 개의 마권을 구입하거나 하면 좀 더 높은 베팅을 할 수 있지만 참석자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사설 경마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베팅을 할 수 있으니 보다 손쉽게 도박에 참여할 수 있다. 베팅에 실패했을 경우라도 베팅 금액의 20%를 돌려주는 것도 참석자들을 유혹하는 ‘옵션’이다. 완전히 돈을 날린다는 개념보다는 ‘그래도 20%는 건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사설 경마 일당은 서울 도심이 아니라 시골 등의 한적한 농가에 ‘본부’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기 위해서 차라리 시골로 은신을 하는 경우다. 따라서 이러한 불법 경마장은 매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경쟁력 잃은 마사회
지난 2004년 적발된 불법 사설 경마의 피해액은 5백95억 원이었는데 반해 2006년은 4천8백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또한 이런 일반인들의 피해 금액은 고스란히 조폭들의 자금원이 된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 조폭들도 더 이상 과거처럼 ‘업소관리’란 단순한 명목으로만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불법 도박이란 새로운 형태의 자금원에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설 경마에 대해 경마팬들은 한결같이 ‘마사회는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최모(54)씨는 “도대체 경마팬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베팅 금액이 높은 것도 아니고 쉽게 베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고 경주마를 못 맞춘 이들을 위해 뭔가 배려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마사회를 성토 했다.
최씨는 이어 “하지만 사설 경마장에서는 이런 경마팬들의 요구를 들어주니까 당연히 사람들은 그쪽에 더 끌릴 수밖에 없다. 어차피 국가에서 인정한 도박이 바로 경마가 아닌가. 그럴 거라면 좀 더 제대로 해야만 경마팬들의 사랑을 잃지 않을 것이다”고 충고했다.
물론 마사회에선 불법 사설 도박 등에 대한 신고를 하면 최대 2천만 원을 지급하는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도박 참여자들은 2천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한꺼번에 버는 ‘대박’을 위해 오늘도 불법인줄 알면서도 사설 도박장을 찾는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도박 공화국’
불법 사설 도박은 경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도박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많고 다양한 도박장이 존재한다. 특히 서울 시내 중심부에서 사설 카지노 바를 운영해 10개월 만에 1천억 원의 엄청난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 동대문 장안동의 한 건물을 통째로 빌려서 바카라 등의 도박을 하게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1천3백여억 원을 부당이득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1995년 2~3조에 머물었던 국내의 도박관련 산업은 10년 만인 2005년에는 약 35조 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여기에 음성적인 도박까지 합치면 전체 도박 사업 규모는 5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마디로 엄청난 돈이 도박장 주변을 흘러 다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박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평생 모아온 돈을 다 털리거나 혹은 엄청난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일부 여성들은 도박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그녀들은 때로 조폭에게 몸을 대주면서 도박판 근처에 기생하는 경우도 있다. 성매매를 하면서 돈을 빌리거나 갚으면서도 여전히 도박장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도박에 깊이 관여했지만 지금은 도박을 완전히 끊었다고 하는 전직 ‘타짜’ 최모 씨는 “그곳에서 돈을 잃고 절망에 빠진 남성들도 불쌍하지만 더 불쌍한 것은 도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하는 그녀들이다. 조폭이나 업주가 원하면 그녀들은 언제든 몸을 주어야 한다. 한밤에도 불려나와 몸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전언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녀들은 말 그대로 ‘찍소리’도 못한다. 엄청난 도박빚 때문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신체포기 각서’라도 써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폭들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겁이 나서 함부로 행동하지도 못한다. 심지어 ‘돌림빵’을 당하는 경우까지 봤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런 불법 사설 도박과 그로 인한 후유증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대박’에 대한 환상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란 이유에서다.
[이동석 헤이맨라이프 기자] www.heymanlife.com
이동석 헤이맨라이프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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