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에 감금 후 7시간 협박당했다”
최은서 기자 = 신동아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도용해 기고 및 인터뷰를 했다 논란을 일으켰던 ‘미네르바K’ 김재식(35)씨가 송문홍 신동아 전 편집장 등 10명을 상대로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송 전 편집장 등을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송 전 편집장 등이 “거짓말 할 때마다 손가락 하나씩 찍어” “너 죽어 진짜로”라는 등의 협박을 7시간에 걸쳐 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며 녹취록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송 전 편집장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며 일축했다. 미네르바K “폭언· 협박으로 공포분위기 조성”
신동아 전 편집장 “전혀 근거 없는 주장”
김씨는 2008년 12월 신동아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도용해 기고했고, 2009년 2월 ‘7인의 미네르바’라는 제목으로 나간 기사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뷰했다. 2009년 1월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써오던 박대성씨가 검찰에 긴급체포 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되면서 김씨의 신동아 인터뷰는 진위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2009년 2월 16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동아일보는 사과문을 내고 진상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진상보고서를 통해 “권모씨는 객실에서 김씨의 신체에 물리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했다는 진술을 양 측으로부터 확인했다. 당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당사자들 모두 구체적 진술을 피하고 있으나, 김씨는 상당한 공포심을 느꼈다고 밝혔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사업가로 알려진 권씨는 신동아 측에 김씨를 연결해준 인물이다.
고소장에 녹취록 첨부
김씨가 신동아와 인터뷰한 이후 진위논란이 일자 2009년 2월 12일 오후 7시께 서울 당산역 인근 커피숍에서 송 전 편집장 등은 김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서울 소재의 한 호텔 객실로 자리를 옮겼다.
고소장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9시께 호텔 객실로 들어선 후 송 전 편집장 등이 김씨의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다음날 새벽까지 객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했다. 김씨는 또 고소장에서 송 전 편집장 등이 김씨에게 ‘미네르바 진위여부’와 관련한 심문을 하며 7시간에 걸쳐 협박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박씨를 사칭한 혐의로 박씨에게 고소당했으며 지난해 8월 경찰서에 자수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김씨는 “2009년 2월 13일 새벽에 신동아 기자들이 객실에서 나간뒤 권씨에게 6시간 감금을 당한 채 폭행당하고 협박받았다”고 진술했다. 박씨와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 지은 김씨는 지난해 9월 권씨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해 현재 관련 공판이 진행 중이다.
김씨는 고소장을 통해 송 전 편집장 등이 김씨를 감시해 탈출이 불가능했으며, 신동아 기자 10여명이 김씨를 죽이겠다고 심문하는 등 폭언과 협박으로 겁을 줬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당시 10여 명의 신동아 기자들과 권씨를 따돌리고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출입구도 신동아 기자들이 막은 상태로 객실 밖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으나 감시 때문에 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고소장과 함께 녹취록을 첨부했다. 이 녹취록에는 송 전 편집장, 신동아 기자들, 권씨의 당시 객실 안에서의 발언이 담겨있다. 녹취록에는 ‘죽는다 너 진짜. 까불지마’ ‘거짓말하면 손가락 하나 찍어’ ‘또 엉뚱한 소리 하면 진짜 가만 안 둘거야’ ‘이거와 무관하게 저희가 가만히 안 있어요’ ‘거짓말 하는 순간 죽는거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이게 마지막이예요’ ‘당신은 감옥 가는 것을 아주 즐겁게 생각하셔야 되요’ 등 적나라한 발언이 드러나 있다.
김씨는 또 송 전 편집장이 권씨의 폭행 등의 혐의 관련 재판에서 권씨 측 증인으로 나와 “2009년 2월 12일 김씨와 만나는 자리에 권씨를 데리고 나간 것은 김씨 측 요청 때문이다” “2009년 2월 13일에 권씨, 신동아 기자, 김씨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객실에서 권씨로부터 폭행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불가능한 일이다” 등의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송 전 편집장이 위증을 해 더 이상 사건을 은폐할 경우 관련 재판이 어떻게 될지 몰라 고소를 한 것”이라며 고소를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고소장 자체가 날조” 주장
송 전 편집장은 지난 6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 당시 김씨의 요청으로 권씨를 대동한 것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나를 포함해 여섯여 명뿐”이라며 “중간에 김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다’라고 해서 확인을 위해 김씨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한 뒤 관련정보를 메모한 뒤 돌려줬다.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객실 방 밖으로 나가 30분 이상 통화를 한 것이 수차례다”고 말했다.
송 전 편집장은 “김씨는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하는데 분위기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미네르바는 자신을 포함해 금융계 7인 그룹이라고 인터뷰한 김씨가) 자신이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누가 그 자리에서 화를 내지 않겠는가”라며 “아마 심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신체적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분위기가 일부 좋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송 전 편집장은 이어 “2009년 2월 13일 저녁때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저녁을 먹었는데 그 전날 김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위협, 불안을 느꼈다면 그 다음날 나타났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끝까지 가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말했다.
그는 또 “고소장 자체가 날조다”며 김씨가 송 전 편집장이 위증을 했다고 주장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때 겪었던 일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상당히 신경이 쓰이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으니 위증이라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 부분은 곧 밝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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