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세계-50] 예산결산 심사(中)
[국회 보좌진의 세계-50] 예산결산 심사(中)
  • 일요서울
  • 입력 2015-11-23 13:58
  • 승인 2015.11.23 13:58
  • 호수 1125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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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한 막강한  예산안 조정소위원회
- 광역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예산부서 실무자가 국회상주


<뉴시스>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조정소위)’가 2016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작업이 착수돼 한창 진행중이다. 이전의 ‘계수조정소위원회’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잠시 조정소위 위원 정수와 명단을 두고 공방을 벌이던 여·야가 합의에 이른 것이다. 각 정당들의 원내지도부는 조정소위 명단을 짜는 것부터 골머리를 앓았다.

소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한 당내 경쟁은 피터질만큼 치열하다. 여야 모두 전문성과 지역별 대표성을 가장 중시하는 듯조정소위는 총 15명으로 구성되었다. 국회 교섭단체 소속의 의석비율에 따라 8:7로 짜여졌다. 소위위원장은 다수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맡는다. 통상적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예산안조정 소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다. 예결위원장이 좋다는 것은 예산을 늘리고, 줄이고 하는 실질적인 계수조정 작업을 할 수 있는 조정소위 위원장직까지 맡기 때문일 것이다.

조정소위의 권한은 막강하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칼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역구 사업예산을 챙기는 것은 물론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 예산액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이다. 조정소위는 예산을 삭감하거나 증액할 수도 있다. 때로는 전액 삭감시킬 수도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조정소위에서 결정된 내용들은 대부분 통과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물론 세입구조상 국비예산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기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기관·단체는 모두가 조정소위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내교섭단체는 물론 비교섭단체 등 모든 국회의원들이 조정소위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리 힘있는 국회의원이나 권력주변의 인사라 하더라도 소용없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는 물론 심지어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마저도 조정소위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물론 당지도부나 국회의장단의 위상을 외면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계수조정소위 의원실
문전성시

이러다 보니 조정소위 위원에 선임되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소위원회 명단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부터 예상자 명단이 의원회관 주변에 미리 돌았다. 확실치 않은 그 명단에 모든 의원실 보좌진들의 관심이 무척 높았다. 왜냐하면 조정소위위원에게 모든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나 기타 관심사업들을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얼마 뒤 최종적으로 소위명단이 확정·발표되자 그날부터 해당 조정소위 의원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예산안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정부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직원들은 의원실의 문턱이 닳도록 수시로 찾아온다. 조정소위 위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여의치 않다. 거의 온종일 소위원회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보좌진들이 응대한다. 방문객들을 상대해 건의내용을 듣고 정리해 분주하지만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사업추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비예산을 따내야 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주요 민간단체 관계자들이다. 전국의 광역시장과 도지사들도 빈번하게 찾아온다. 광역자치단체장인 시·도지사들은 사전에 면담일정을 조정해 대부분 조정소위 의원들을 만난다. 나머지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들이 소위 심사 과정에서 직접 해당 의원들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서울사무소나 예산담당부서의 실무자들을 근 한 두 달가량 의원회관에 상주시키고 있다. 여의도 인근에 숙소까지 정하고 거의 매일 의원회관을 찾는다. 온종일 예산안조정 소위원회 주변에서 귀동냥을 하며 심사동향을 체크한다. 자신이 속한 자치단체예산안에 대해 누군가 삭감주장이라도 나오면 비상이 걸린다. 곧바로 해당부서에 연락하고 의원실을 찾아가 예산배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읍소하며 대응한다.

‘쪽지예산’에서
‘카톡문자’로 대체

예산안이라는 떡을 주무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조정소위 의원실은 진풍경이 펼쳐진다. 예산확보는 마치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도 같다. 늘릴 수 없는 파이조각을 치열하게 경쟁해서 뺏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정소위 의원실 보좌진은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분주하다. 의원과 보좌진 모두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이 속한 정당이나 지역구가 위치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속한 지역구 의원실, 다른 의원실, 자치단체장, 소속 공무원 등에게 엄청 시달린다.

한편 조정소위 의원실에 배정되지 못한 예결위원은 물론 일반 의원실도 함께 덩달아 분주하다. 조정소위 의원실에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따내야 할 사업예산을 정리해서 건의하고 예산조정심사 상황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조정소위 의원실에 지역구 현안사업별로 따내야 할 예산액을 정리한 건의문부터 작성해 전달한다. 사업명, 소관부처, 총사업비와 정부예산안, 상임위 반영액, 증액건의액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들이다. 건의요지가 명확하고 간략하다.

의원실마다 대부분 우선순위가 명시돼 있다. 조정소위 의원실에서도 아예 그렇게 요구한다. 건의사항들이 너무 많다 보니 순위를 정해달라는 것이다. 예산을 챙겨달라는 건의는 300명 의원실에서  거의 다 요구한다. 조정소위에서 정부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계수조정 작업이 시작되면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온갖 연줄과 인맥, 친분을 동원한다. 단 몇 억 원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정소위 심사과정에도 이른바 ‘쪽지예산’도 등장한다. 과거에는 예산을 챙겨달라는 메모가 수시로 전달되었다. 회의장 주변에 직접 나타나는 의원들도 있다. 메모장에다가 지역구 핵심사업에 필요한 예산액을 적고 꼭 반영해 달라는 내용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보편화되자 문자메시지도 활용된다. 사용이 일반화된 카톡 문자로도 예산을 부탁하는 상황이다. <김현목 보좌관> (계속)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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