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 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대권가도는 첩첩산중이다. 당장 내년 총선은 김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는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돌아온 왕의 남자’ 유기준 의원과 경선을 치를 공산도 높다. 또한 친박 비박 간 대결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문재인 대표와 대권 전초전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전국을 누비기에는 힘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대표 일부 참모들사이에선 19대 총선에서 박 대통령처럼 비례대표 후순위를 받고 지역구에서 벗어나 전국 순회를 통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 대중성을 확보하고 전국 조직을 확실하게 챙기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 친박 비박 대결 피해 전국 순회 대권 입지 굳히기
- 일부선 “소나기 온다고 피한다면 리더 될 수 있나”

지난 11일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위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와 같은 부산 출신들이 어려운 지역에 와서 힘든 싸움을 감당해주는 게 좋겠다”고 재차 부산 출마를 종용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표의 부산 영도구 출마에 ‘불리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반면에 문 대표가 맞서 싸우면 김 대표가 쉽게 방심할 수 없고 김 대표를 영도에 묶어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했다.
야권, ‘서부산찍고
동부산넘어 중부산까지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부산 출마에 부정적인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가능성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 당원들이라든지 지지자들 또 부산 지역의 많은 시민들이 안 의원의 부산 출마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요청을 하고 부탁을 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기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까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부산 전체가 요동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19대 총선 당시 야당은 부산 공략으로 ‘문재인-문성근-김정길’ 라인이 서부산을 중심으로 야권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상곤 혁신위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문 대표가 김 대표가 있는 영도구에 출마할 것을 종용했고 문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안 의원 역시 해운대 출마를 통해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동부산을 담당하고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이 중부산에서 역투하는 부산공략 그림을 그린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 영도구’ 출마를 고집하는 김 대표도 지역구 출마에 연연하기보다는 비례대표로 선회해 내년 총선을 총지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일부 김 대표 참모들 사이에서 논의됐다. 또한 김 대표의 부산 영도 지역구가 인구하한선에 걸려 있어 인접한 ‘친박’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역구와 합쳐질 가능성도 높다. 이럴 경우 본선은 둘째치고 경선에서 비박 대 친박 나아가 김무성 대 박근혜 대결 구도로 치러질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감을 껴안아야 한다.
설령 영도구와 서구가 합구되지 않고 정의화 국회의장(중동) 지역구가 유 전 장관과 김 대표 지역구로 갈라질 경우에도 ‘정의화 대 김무성 대 유기준’이라는 경선에서 큰판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본선도 만만치 않다. 현재처럼 야당이 내년 총선에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경우 문 대표가 부산에 올인할 수 있어 ‘김무성 대 문재인’ 구도가 짜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무대 비례대표 출마
정치적으로 죽는길”
여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 대표가 여당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만약 경선과 본선에서 상처를 입는다면 총선에서 당이 압승해도 대권 주자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차라리 비례대표 후순위로 출마해 친박 비박 대결구도나 대권 전초전 성격의 선거를 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 인사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역구인 달성군을 포기하고 비례대표를 선회해 전국을 돌며 선거지원을 하고 조직을 엮어내면서 그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며 “인지도나 대중성 면에서 약한 김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전국을 돌며 선거지원을 할 경우 차기 대권 주자로서 그리고 선거 승리 주역으로서 우뚝 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여당 당직자는 ‘비례대표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인사는 “소나기 온다고 피한다면 리더로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면이 서질 않는다”며 “유기준이든 문재인이든 정면돌파를 해야지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나선다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죽는 길”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김 대표는 부산 영도구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은 150일이나 남았다. 선거 변수는 많아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여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